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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버팀글 Jul 28. 2020

어렵다 매일 글 쓴다는 거

핑계로 가득한 글

 '글 쓰는 공장 노동자'가 되고자 브런치에 발을 들인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처음 계획했던 바는 '하루 한 편 씩의 글을 발행할 것'. 하지만 이제 고작 열여섯 편이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글의 퀄리티를 생각했다거나, 어느 정도의 분량은 채워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이유였다면 그리 부끄럽지는 않겠다. 문제는 고질적인 내 '게으름' 탓이라는 것.


 겨우 시간 내서 글을 쓰려고 앉으면 사전 운동처럼 웹서핑부터 하고, 몰려드는 졸음을 막아내고자 하는 의지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게 문제다. 어차피 누구랑 약속을 한 것도 아니고, 마감 시간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라, 나만 눈 질끈 감으면 신나는 인터넷 세상과 달콤한 숙면에 흠뻑 빠지는 건 일도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란 게 있어서 늘 마음 한 구석이 무겁고 초조하다. '아, 오늘은 한 편 써야 하는데. 아니 몇 자라도 앉아서 끄적이기라도 해야 되는데' 하는. 괜히 휴대폰 브런치 앱을 열었다 닫았다 해 본다. 솔직히 피곤하기도 하다. 특히 여름날 공장 노동은 기운이 죽죽 빠진다. 퇴근해서 씻고 나면 곧장 피로가 몰려온다. 잠들기 전 온몸에 가득한 열기를 빼내려고 찾게 되는 시원한 맥주와 허기를 달랠 기름진 안주들로 하루가 다르게 체중이 늘고, 또 그만큼 피로는 가중된다.


 체력 같은 건 올해 찾아온 나이 마흔에다 홀랑 팔아먹은 느낌. 원래 운동이라고는 안 했으니 기초 체력도 부실한 편이다. 게다가 나는 두 아이의 아빠가 아닌가. 나름 자상한 편이라 없는 체력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아이들과 놀아도 준다. 할 만 큼 했다 싶어 조용히 짬을 내서 글을 써 보려 해도, 요 철없는 녀석들은 귀신같이 알고 작가 모드로 웅크린 내 등에 찰싹 달라붙는다. 그야말로 널리고 널린 게 글 못 쓰는 이유들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한 주의 시작. 월요일 야간 근무의 반 이상이 지난 화요일 깊은 새벽. 결심하기 좋은 때다. 감성적으로 충만한 요 맘 때가 뭔가를 하려고 마음먹기 제일 좋은 시간대다. 밤에 일하는 주라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도 많고. 기필코 목표 달성해 보리라 혼자 호언장담 해 보지만 어찌 되려나. 좀 피곤하긴 할 텐데. 아무래도 잠을 못 자면 일 할 때 힘드니까. 아아, 이거 봐 이거 봐. 절박함이 부족해. 또 핑계야. 진짜 제대로 된 작가가 되던, 자잘하게 글로 푼돈이라도 벌던, 뭐던 해야겠다는 간절함이 없어. 아휴, 어떡할래 너란 놈은 진짜.


 이렇게 내적 갈등만 하다 밀려드는 졸음을 이기지 못한다. 내일 되어보면 알겠지. 내가 글을 쓸지 못 쓸지는 그래, 내일이 오면 알 수 있겠지. 그러니 싸우지 말고 오늘은 일단 자련다. 어렵다 정말. 글을 쓴다는 거. 작가가 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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