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버팀글 Nov 16. 2020

이사 가기 전 날 밤

잠이 안 와 쓰는 글

 

10년을 살고 이제 여기와도 작별이다.


 이사를 간다. 10년의 결혼 생활 중 두 번째 이사다. 그동안 가족은 둘에서 넷으로, 단출하던 살림살이는 늘고 또 늘어 25평 아파트에 빼곡하다. 지난 한 주 간 아내와 나는 버리는 것에 집중했다. 최대한 버리자. 안 쓰는 것들, 필요 없는 것들을 과감히. 사는 동안 그저 늘리는데만 치중하다 막상 떠날 때가 되니 다 버리고 가는 게 마치 우리네 인생 같기도 하단 생각이 들었더랬다.


 보금자리를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어려운 걸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이들일까? 짐을 옮기고 청소하고 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그보다 '이사'라는 거주지 마련의 최종단계까지 오기까지 꽤 많은 이들과 연계하고 도움을 얻어야 하는 게 제일 힘든 점이 아닐까 싶다.


 부동산 중개사, 새로 구하는 집의 원래 주인, 지금 내 집에 새로이 들어와 살 사람들, 은행의 대출 상담사, 서류 준비를 위해 찾은 각종 관공서의 직원들, 이사 업체 사장님, 리모델링 업체, 전자 제품 구입처의 매니저, 나와 아내의 부모님들까지, 이 모든 이들에게 요청과 도움을 구하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 준비 중 어느 한 군데라도 잘못되어 버리면 이 거사는 그대로 물거품이 되고야 말 테니.


 그래서 기간 동안 꽤 스트레스를 받았다. 게다가 내 돈이라도 많아 이것저것 재지 않고 내 능력껏 사고팔고 했더라면 좀 나았으려나? 가진 게 없는 나는 일단 시작부터 은행에 손을 빌리게 되고, '이자'라는 쉬 주지 말아야 할 것을 주는 것부터, 일단 마음 한편 작은 불안을 안고 이 일에 임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와중에 사고 싶은 건 많아서 이 곳 저곳 다녀보며 평소 갖고 싶은 것들을 구매한다. 돈은 순식간에 통장을 비우며 기존 단위를 잃어가고, 그만큼 좋으면서 또한 불안해진다.


이사 가기 좋은 때인 것 같네요.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아마 이번에 집을 옮기는 것,
그것도 더 크고 좋은 집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분명히 좋아할 거예요.
새로운 물건들로 집을 채우는
부모의 설렘도 분명 느낄 거고요.
네 가족 모두 축제처럼
이번 이사를 즐기시면 되겠네요.
 

 

 이사를 준비하며 무언가를 사려하는 마음과,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이 자꾸만 부딪히며 불안을 낳는다는 내 얘기에 심리상담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이다. 아마도 고민을 털어놓으며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으리라. '축제'라는 말에 어찌나 신이 나던지. 그래, 이건 축제야. 이 행복한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지! 그래서 나름 살 것도 사고, 버릴 것도 버리며, 좀 더 과감히 이사를 준비했고 그렇게 이제 목전까지 오게 됐다.


 결전의 날인 내일은 꽤 정신없이 펼쳐지리라.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한 일도 생길지 몰라. 새 집에서 먹고 씻고 누워서야 마음에 안녕이 찾아오려나? 어쨌든 이 모든 걸 축제처럼 즐겨야겠다. 어쨌든 나는 더 행복해지려 애쓰는 중이니. 분명 그러한 과정 속에 있다는 걸, 이번 이사가 또 한 번 증명해 주리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능숙하게 살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