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왜 화장해! 할머니 왜 화장해! 아이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삶이 되었다.
세수조차 하지 않고 마스크를 쓰면 그만인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더더욱 꾸미기를 포기했었다.
그러다 문득..
우울하거나 거지 같은 생활이 지겨울 때 슬며시 화장품 주머니를 열어본다.
그러고는 화장을 한다.
유튜브 영상 촬영도 미룬 상태에서 화장이 웬 말인가?
몇 달 전 사놓은 립스틱을 바르고 싶었다. 색조 화장으로 나를 꾸미고 싶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
"엄마, 왜 화장해! 어디가?"
반복적으로 물어보는 5살 꼬마 대통령.
공주가 아름답고 이쁘다는 걸 아는 아이는 공주를 빚대어 말을 한다.
"엄마? 공주 하고 싶은 거야?"
아이가 엄마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이 순간 공주가 되고 싶었다. 마스크 쓰지 않고 곱게 화장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제약 없이 다니고 싶었다. 어디 갈 곳은 없지만 열심히 화장을 했다.
새로 산 쿠션을 꺼내어 토닥토닥 볼에 바르고 이쁜 섀도로 눈매를 뚜렷하게 해 본다.
역시, 민낯보단 훨씬 뚜렷하게 보이는군.
혼자 만족하며 더 선명하게 더 진하게 하다 보니 괴물이 되고 만다.
은은하면서도 아름답게 나를 표현하려다 결국 괴물을 만들었다.
가까운 동네 마트에 갈 때도 어떨 때는 화장을 해본다.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
푹 퍼진 일상이 아닌 나름대로 긴장하면서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내가 되고 싶어 화장을 해보지만 꼬마 대통령에게 내 마음 들킬까 조마조마 한 건 뭘까?
그렇다! 아이는 아무것도 원한 것도 바라는 것도 없다.
조마조마한 마음은 나 스스로 만든 불안감이다.
아이가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막막한 마음과 정확한 목적지도 없이 화장한 나를 들킬까 봐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이제는 이렇게 답을 한다.
"엄마 화장품 유효기간이 다 되어가기도 하고 엄마도 이쁘게 꾸미고 싶어! 공주처럼.. 이제는 여왕이 되고 싶은 걸" 나의 솔직함으로 아이는 웃는다.
웃는 의미는 아마 이거다.
"엄마 뚱뚱하잖아! 엄마가 어떻게 공주가 돼? 내가 공주지?" ㅎㅎㅎㅎㅎㅎ
(귀여운 내 새끼)
너는 공주, 엄마는 여왕이라고 말해보지만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도 여자라는 걸.
외할머니가 화장을 하고 외출 준비를 하면 할머니 옆에서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할머니! 이거 왜 발라! 이거 뭐야? 이거 나도 바르고 싶어!"
쉴 새 없이 '왜'라는 단어를 말할 때 할머니는 한 마디 한다.
"넌, 알고 싶은 게 많구나! 이건 눈썹에, 이건 눈 쪽에" 기껏 이 상황을 말해준다.
그러고는 할머니 눈을 피해 자신이 하고 싶은 화장품을 가져와 어른들 눈을 피해 화장을 한다.
나도 어렸을 때 내 아이처럼 행동했을까?
어른이 되고 싶은 열망, 그 열망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를 어른들 눈 피해 엄마 화장품에 손을 댔을까?
알 수는 없지만 내 아이의 유전자는 나로부터 받았으니 나의 미니미이다.
세수하러 욕실 가는 나를 바라보던 아이 '왜'를 붙이며 물어본다.
"엄마 왜 세수해! 어디가?"
여자 아이는 엄마가 하는 모든 행동을 궁금해하고 배운다.
엄마도 여자라는 걸 알 수 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