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주가 흘렀구나!라고 알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나의 약통을 보면 알 수 있다.. 3주 정도 약들을 정리하면 날짜 가는 걸 실감해 무엇을 해놨는지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기에 3주 치 약을 정리 안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책상과 식탁 근처에 달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폰 역시 수시로 보고 있지만 하루 개념만 생기지 일주일을 비롯해 한 달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나라는 사람을 위해 약을 정리한다.
집에서 밥을 하며 육아하는 일이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었다. 그전에는 알지 못했다.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고 시간만 허비했던 과거와 다르게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은데 집밥과 육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되고 말았다. 온전히 혼자되고 나니 말이다.
짬짬이 뭔가를 하기는 하는데 눈에 띄게 결과가 보이지 않아 조바심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더 1분 1초가 아까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소득 없이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소득이 보이지 않아 조바심을 내는 나는 이내 평정심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건강하면 되고 내가 건강하면 된다고 했지만 사람 욕심이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늘어진 몸을 일으켜 세워 책상 앞에 앉아 뭐라도 해본다. 가장 하고 싶은 글쓰기는 빼놓을 수가 없다. 그러고는 하루 종일 일어난 일들을 사진 찍고 기록하기 위해 글로 남긴다. 남기지 않으면 내가 존재했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매일 집 밥하는 요즘. 어떨 때는 외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부산에 코로나 환자가 생겨 좀처럼 외식은 어려운 거 같아 쉽사리 외식하기 힘들다. 혼자면 괜찮지만 어린아이가 있으니 집밥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아이 밥 따로 어른 밥 따로.. 만만치 않는 시간을 사용해본다. 이 또한 행복이라는 걸 잘 알기에..
몇 주 전 백종원 골목식당을 보다 청년이 운영하는 식당을 보며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뭔가를 하기 위해 시작한 식당이 점점 힘든 지경이었고 의욕조차 보이지 않았던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백종원 역시 그래 보였던 것.
다른 요리 레시피보다 백종원 레시피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유를 요즘 생각해보니 손쉽게 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들이기에 자주 따라 하는 편이다. 복잡하고 어려우면 딱 하기 싫어지는 건 나뿐만은 아니겠지만. 백종원 레시피는 순식간에 한 가지 요리가 완성되는 마법과도 같다. 그래서 백종원 레시피 따라 하면 봄바람처럼 살랑거린다.
냉장고 파먹기도 좋은 레시피를 가진 백종원 님이 늘 부럽다. 이날은 돼지 불고기 양념하는 모습에 티브이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했던 방법과 달랐기에 티브이를 지켜보았다. 아이 역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 레시피를 기재하고 곧바로 따라 했다. 친정엄마가 마침 꽈리고추를 주고 갔기에 할 수 있었던 요리. 뭐 꽈리고추가 없다면 없는 대로 레시피를 따라 했겠지만 꽈리고추가 있었기에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우리 대통령님은 아직 불고기 양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 혼자 신났던 하루. 당연히 아이 먹을 음식은 따로 하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곧장 했다.
레시피는 아주 간단했다. 요리한 지 17년 정도 되니 눈대중, 손대중으로 하는 버릇이 있어 몇 숟갈 몇 스푼 이런 거 모른다. 각자의 기호에 맞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니깐. 그래서 자세한 레시피는 아니지만 대충이라도 기록해보려고 한다.
훗날 대통령님이 물어보면 포스팅한 글들을 보면 되고 아이에게 알려주면 되니깐. 그래서 기록하고 또 기록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카레 하고 남은 돼지 뒷다리살 불고기 거리로 준비했다. 몇 그램인지 알 수 없지만 1인분 분량으로 양념하고 재료를 준비했다. 해동한 고기를 다시 재 냉동하면 안 되니깐 바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요리했다. 소분해서 넣어놓기는 하지만 어떨 때는 부족하고 어떨 때는 남고.. 남는다면 그 재료로 다른 음식을 생각한다.
오늘은 딱 그런 날이라 꽈리고추 돼지불고기 덮밥을 했다.
꽈리고추 돼지불고기 덮밥
양념 : 흑설탕, 다진 마늘, 참기름, 깨, 간장, 후춧가루 (전 흰 후춧가루 사용했다. 맛이 확실히 달랐다) 맛술은 없어 패스했고 맛술 넣지 않아도 잡내가 나지 않았다. 물은 육수로 대체했다. 맛의 풍미를 위해, 청양고추나 베트남 고추 있으면 넣기. 없으면 패스.
재료 : 양파, 돼지고기 뒷다리살 불고기용. 대파, 꽈리고추
재료나 양념이 아주 간단하다. 흰 후춧가루 없으면 검은 후춧가루 해도 된다.
집에 있는 양념과 재료로 한 끼를 만들 수 있지만 맛은 최고였다.
꽈리고추 돼지불고기 덮밥
오늘따라 매콤한 불고기가 먹고 싶어 집에 있는 베트남 고추를 두 개 넣었다. 많이 넣으면 너무 매우니깐 적당하게 넣기.
보통 불고기 할 때 양념에 고기를 재우지만 백종원 레시피는 아니었다.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볶다가 갈색이 보이면 흑설탕과 야채를 넣고 볶는다. 양파가 익으면 간장과 다진 마늘 후춧가루 넣고 간을 한 후 육수나 물을 붓고 졸이면 끝이다. 맛술이나 미림이 있다면 물을 붓기 전에 넣으면 된다.
조리다 꽈리고추를 넣고 뒤적뒤적하면 끝입니다. 마지막에 참기름 두르는 거 잊지 않기. 국물이 약간 있어야 밥을 비벼 먹을 수 있으니 국물이 있을 때 불을 꺼자.
당면 불렸다 함께 볶아서 먹어도 될듯하고 국물을 자작하게 해서 불고기 전골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리는 창작이고 과학이니 응용만 하면 된다.
꽈리고추 돼지불고기 덮밥
아이는 이미 카레에 식사가 끝났고 혼자 먹으면 되는 식사시간.
새콤달콤 무친 달래무침과 돼지불고기 덮밥으로 저녁 한 끼 해결은 탁월했다.
밤에는 가급적 적게 먹으려고 밥을 적게 담았다.
흑설탕을 넣는 이유는 색깔을 내기 위함이기에 확실히 흑설탕을 넣으니 빛깔이 달랐고 단맛은 줄어들어 좋았다.
예전에 생강청 만들고 남은 흑설탕이 냉동실에서 잠을 자고 있어 활용을 했다. 없으면 집에 있는 설탕으로 하면 될 거 같다. 올리고당 넣어도 되니 꼭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흑설탕만 넣고 만들었더니 간도 세지 않고 단맛도 적었다. 나에게 딱 좋은 레시피 었다.
꽈리고추 돼지 불고기 덮밥
밥 다 먹은 대통령님은 사진 찍는 엄마를 방해하려고 왔다 갔다 했다.
저기 보이는 아보카도는 후속이 잘 되어 간식으로 먹으면 될 듯하다.
친정엄마는 무슨 맛으로 먹냐며 말하지만 건강한 음식 찾아 먹기 위함이라고 말했고 그동안 먹지 않는 음식 살아가는 동안 다 먹어보고 체험해 볼 거라고 말했다. 가만히 듣던 엄마는 아무 말하지 않고 내가 준비한 아보카도를 드시고 가셨다.
우리가 사는 동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음식을 다 먹을까요? 절대 아니다. 늘 먹었던 음식만 찾아 먹으니까. 이제는 티브이에서 좋다는 음식을 찾아 먹어보려고 한다. 올해 목표이기도 하기에. 새로운 음식 도전하기.....
엄마가 했던 방식대로 양념불고기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그 틀을 벗어나 방식을 틀었더니 제법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참 참 맛있는 꽈리고추 돼지불고기 덮밥은 맛있다.
맛있는 음식을 다른 말로 대체는 불가능하다.
정말 맛있다.
꽈리고추 돼지불고기 덮밥
가볍게 쓱쓱 비벼 먹어도 맛있고 고기 따로 밥 따로 먹어도 참 맛있는 꽈리고추 돼지고기 불고기 덮밥. 칼칼하게 베트남 고추를 넣었더니 더 맛이 빛이 났다.
내가 원하는 양과 양념의 조절로 근사한 한 끼 해결해 행복했다. 뭘 원하든 있는 그대로 달려가면 되니까.
누구의 눈치 보지 말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아가다 보면 멋진 인생이 펼쳐질 테니까 그 믿음을 스스로 지켜보자. 내가 나를 믿어야 뭐든 해결하고 이룰 수 있다.
난 내가 원하는 일과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감하고 다시 시작한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되 양을 절제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한 끼는 없다. 매콤한 족발을 뒤로하고 집에 있는 재료를 활용해 꽈리고추 돼지불고기 덮밥으로 만족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손님 초대 시 더없이 좋을듯한 꽈리고추 돼지불고기 덮밥.
간을 세게 해 불고기 전골로도 손색은 없다. 이때 버섯도 넣고 청경채도 넣고 당면도 넣고 먹으면 외식보다 더 근사한 요리가 탄생될 것이다. 샤부샤부처럼 먹어도 괜찮은 백종원 레시피는 응용하기 나름이다.
쉬운 요리부터 하면 요리에 취미를 가져 이것저것 하게 되더라. 나 또한 17년 전 똥 손이었다. 그러다 요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의 양념을 깨닫고 그 후로 손쉽게 요리를 접하게 되었다. 점점 어려운 요리에 도전해하며 스스로 칭찬을 했다. 어려운 요리 하다 보면 쉬운 요리는 껌처럼 쉬워진다. 나 또한 요리에 쫄 보였다. 주방에만 가면 머릿속이 온통 새하얗게 되어 아무것도 못했던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아무 거나 척척 해진다. 하다 보면 뭐든 고수가 되어 있다. 이제는 실패해도 그냥 한다. 실패하면 버리고 다시 하던지 실패한 요리를 다시 살리던지 두 가지 중 선택한다. 그게 최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