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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20. 2021

잠옷을 입게 된 나.. 를 바라보니 이 마음이 보였다

모녀는 스스로 자신을 사랑한다

잠옷을 본격적으로 입게 된 계기는 불행한 상황 속에서 나를 잊지 않고 나를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엄마만을 쳐다보며 앞으로 걸어가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나를 버리면 안 되고 삶을 회피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 놓였을 때 잘 때만큼은 편안하게 나를 놓아주자는 마음소리가 들렸다.


낮에는 전전긍긍 일을 해결했고 가슴 조이며 하루를 보냈다면 잘 때만큼은 나를 잊지 않고 나를 바라봐야 한다는 마음이 보여 거침없이 잠옷을 구입했고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하루 종일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널브러졌다. '나 따위가 잠옷이 웬 말이냐?' '입고 있는 옷으로 자는 것도 편안해!' '잠옷은 사치야' 생각으로 머리를 힘들게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발목을 잡았다.


'귀찮아. 아침에 일어나면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 귀찮은 짓을 왜 해! 밤에는 잠옷으로 아침에는 일상복으로 외출할 때는 외출복으로.. 너무 귀찮은 짓이야!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뭐하러 애쓰는 거야!'


머리, 가슴, 마음에 한가득 채워졌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나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걸. 그저 다른 사람 눈에 잘 보이려고 했던 그 시절.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음을 자각했다.


결혼 생활하는 내내 나를 저 멀리 버리고 다른 인격체로 살아왔다. 아이와 뒹굴고 화장실 청소한 그 옷 그대로, 주방에서 각종 양념이 튀어 반찬 냄새가 풀풀 나는 옷 그대로 입은 채 잠이 들곤 했다. 잘 때만큼은 나를 나로 대접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어른이 되고 있었다.


사치할 돈을 모아 다른 곳에 써야 한다는 생각이 압도적이었고 '비싼 잠옷을 입을 바에 옷 한 벌 사 입지'라는 아주 저렴한 생각을 했다.


이제는 그 생각을 버렸다. 온갖 물건으로 어지럽힌 거실과 방을 정리하듯 어수선한 머릿속을 정리하니 내가 보였고 간절함이 보였다. 그건 잠잘 때만큼은 편안하게 숨을 쉬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었다.


지금은 평상복보다 잠옷이 많다. 나를 압박했던 속옷을 잘 때만큼은 편안하게, 자유로운 영혼을 만들기 위한 방법은 이쁜 잠옷을 입고 공주가 되어 잠드는 거. 그 일을 숨김채 살아왔던 것이다.


그걸 곁에서 지켜보던 아이가 어느 날 말을 했다.





"나도 엄마처럼 잠옷 입고 싶어!" "그래! 잠옷 입고 잘 거야!" "응! 이쁘고 아름다운 공주 잠옷으로 부탁해!"


겨우 5년을 살고 있는 아이는 자신도 공주라는 걸 엄마 행동을 보며 배웠던 것이다.

모녀는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잠옷을 입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기까지 참 많은 괴리감에 부딪혔다. 그러나 결론은 나를 위해서라면 해야 한다는 거였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어쩌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 내가 나를 알게 되는 지점이 있다.


예전에는 잠옷이라고 하면 기꺼해야 수면바지가 다였으니깐.

지금은 단언컨대 귀찮지 않다. 밤에 자기 전 편안한 옷으로 갈아 있는 행동은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함이라는 걸,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잠옷에서 일상복으로 갈아입 행동은 일상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기 위함이라는 걸 이제 알 거 같다.


나 자신 공부, 마음공부는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속 저 밑바닥에 꿈틀거리는 열망을 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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