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Mar 28. 2022

저의 주치의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엄마 에세이

7년이 되어간다. 그 선생님과의 인연은 우연이었다. 2012년은 궤양성 대장염이 흔하지 않았다. 내가 그 병을 앓고 나서 채널을 돌릴 때마다 대장에 대한 병들이 의학 프로그램에 나왔고 그중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마 그 해에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유행이 된 듯했다.


흔하지 않은 병이 2012년에 걸쳐 2013년까지 대장에 관한 프로가 참 많았다. 그러나 지금도 그 병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한참 유행?이던 병의 권위자라고 하면서 서울아산병원에 계시는 양석균 교수가 매체나 유튜브에서 많이 보았다.


그때 난 이 사람에게 가면 관해기가 오려나 하며 병원을 옮기려고 했다. 내 병을 진단한 병원에서는 많은 약을 처방했다. 이 약 저 약을 처방하는 병원은 나를 더 지치게 했다. 약을 많이 먹는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니깐. 오히려 내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병이 아니라 약이었다.


첫 진단을 내린 그 선생님이 고맙지만 더 나은 진료가 필요했다. 장거리에 위치한 병원을 선택한 이유가 바로 약을 줄이면서 덜 아픈 그런 병원이 필요했다. 그리고 양석균 교수에 대한 이력을 살폈다.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유튜브 강의를 듣고 확신이 생겼다.


처음 진료 시 양석균 교수님을 만나 뵙고 이런 말을 했다. 

"먼 곳까지 진료를 볼 의향이 있으신가요?"

"저 곧 충청도로 이사를 하는데 서울이 더 가까워요"

"자 그럼 차트를 보고 이야기해요. 와. 굉장히 안 좋았네요. 대장 3분의 2가 염증이 뒤덮고 있었는데 이제는 증상이 어때요?"

"지금은 먹으면 화장실 가는 건 여전하고 혈변은 있다 금씩 봐요.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날은 더 심한 거 같고요"

"지방에서 오신 환자를 보면 대부분 덜 아플 때 저를 찾아와요. 그래서 진료 보기가 한결 수월하다고 할까요?"

선생님 말에 한참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좋아지고 있다는 건가 생각하니 희망이 보였다.


"먹을 약은 없죠"

"네 없어요. 근데 예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알약을 많이 줬거든요. 이걸 다 먹어야 할까요?"

"한번 봅시다. 정말 많이 먹었네요. 여기서 몇 가지 빼고 유산균과 위장약만 추가하면 될 듯해요. 제가 처방 한대로 복용해보고 몸을 관찰해보자고요"


처음 만나 교수님은 환대를 해주셨다. 어느 정도 안정이 잡힌 상태에서 대형 병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나를 살린 건 부산에 위치한 대학 병원이었지만 지금 선택한 병원은 오래도록 관해기가 유지될 듯한 기분이 교수를 만나고서 확실했다.


3개월에 한 번 보던 진료는 관해기가 길어지면서 최장의 기간인 6개월에 한 번 병원을 찾게 되었고 2년 반마다 대장내시경을 하는 것이 나의 진료 일정이다. 작년 9월에 대장내시경을 했으니 2년 후 2023년 가을쯤 내시경을 하자고 권할 듯하다.


진료는 별거 없다. 혈액 검사를 살피고 약을 처방하는 것이 다다. 근데 나는 먼 거리 병원을 다니는 이유는 나와 맞는 병원이 있다는 거였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동요하지 않는다. 가까워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병원에 다니지 않는 것이 환자인 내가 지키는 원칙 중 하나다.


친정엄마는 가까운 곳에 다니는 건 어떠냐고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지금 다니는 병원은 내가 재발하더라도 금방 대체하잖아. 이 약 저 약 쓰지 않고 딱 필요한 약만 처방하는 것이 대형병원인 거 같아서 지금은 못 움직이겠어. 여니가 자라면 하루 종일 곁에 있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거야. 그때까지 기다려줘요"라고


평생 나와 함께하는 의사를 정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죽을 때까지 병원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몸이라서 병원 옮기는 건 신중을 기하고 있다. 뭐든 나와 맞는 것이 있다. 음식도, 옷도, 집도, 차도, 화장품 등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와 맞는 것을 찾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적합한 삶일 것이다. 나는 동네를 유심히 살핀다. 나와 맞는 매장이 어딘가에 있으니까. 곧 운동을 하려고 한다. 요가인데 나와 맞는 요가원을 찾고 있는 중이다. 간판과 건물로 일단 결정되면 상담받는다. 병원도 만찮가지. 마음에 와닿는 것이 내가 세상 살아가는 중요한 포인트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열했던 남대문 밤 시장에서 삶을 배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