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이야기
스테로이드 복용한 지 두 달이 접어들었다.
한 달은 몸이 약을 적용한다고 힘 없이 지냈다면 두 달이 접어든 지금은 요통이 심하다.
한 달을 복용하고 내원을 했다. 피검사야 정상 범위에서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지만 대장은 아프다고 했다. 참 아이러니하다.
염증이 생기면 당연히 몸에서 반응이 일어나야 하는데 나에게는 미약하게 나타났다. 어쩌다 나타나는 복통과 미열, 그리고 극도로 나빠졌을 때의 신체적 반응은 어이가 없다.
사실 염증이 생겼을 때 변비가 오곤 했다. 병이 발병되기 전 변비가 심각했다. 변을 보면 토끼가 누고 갈 뻔한 모양이 아니면 가늘었다. 화장실을 다녀와도 뒤가 묵직하니 개운하지 않은 증상이 늘 내 곁을 따라다녔다.
그렇게 몇 년 아니 몇십 년을 지내다 병이 생기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이제는 위에 쓴 글처럼 그런 증상이 사라졌다. 개운함과 상쾌함을 안고 화장실 밖으로 나오니까.
근데 재발할 당시 화장실 다녀와도 개운하지 않았고 무거웠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대장이 아파하는구나! 대장이 부어서 제대로 자신의 역할을 못하는구나!라고 자각하니 이번 병원 방문 시 정확하게 상태를 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병원을 방문하니 정확하게 증상을 말하지 않아도 내시경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구체적인 증상을 말하고 스테로이드를 처방받았고 한 달을 먹고 나니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났다. 아프지 않으면 얼마나 좋으려나? 하지만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라면 조심스레 어르고 달래며 보살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 달을 복용하니 붓기는 더 많이 붓고 손발에 힘이 빠져 손에 물건을 쥐고도 떨어트리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사실 처음 발명하고 많은 약을 복용하면서 손발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에게는 자리 잡았다.
칼질하다가도 손에 힘이 풀려 칼을 놓치다 발등을 찧을 뻔한 일도 있었으니까. 사람마다 각기 달라서 여러 가지 방향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테지만 나에게는 힘이 빠지는 부작용과 함께 붓는 현상까지 왔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스테로이드 부작용은 별반 차이 없이 찾아와서 의심하지 않고 있다.
병원에서 이틀에 한번 꼴로 스테로이드 복용하자는 처방을 받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이 정도 약으로 대장에 분포한 염증이 치료가 될까 하는 의심이 났다.
병원에서 그것도 저명한 의사가 처방을 했으니 의심하지 말자고 기꺼이 보름치 약을 받고 집으로 향했다.
지금은 한 달 하고도 이주를 복용 중인 스테로이드 약.
한 달과 다르게 이제는 요통이 극심하게 아프다.
그날? 도 아닌데 허리가 아파 잠을 자다가 일어나는 일이 부지기수다.
이러다 허리가 끊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만큼 너무나 아팠다.
병원에 물어봤자 그런 부작용이 없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안다. 이런 것들이 약 부작용이라는 걸.
의사들은 환자가 아니니까 모른다. 면역력 자체가 일반인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형태로 부작용이 찾아온다는 걸 그들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다. 아니 모를 수도 있다. 일반적인 부작용만 알고 있을 테니까.
사실 이번에 병원을 찾아 스테로이드 부작용에 대한 말을 했더니 의사는 이렇게 말을 했다.
"글쎄요. 많은 약들 중에 딱히 이런 부작용이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걸 다 기억하지도 알지도 못하죠!"
의사 말이 뭐 이래 하며 금세 수긍했다.
"그죠. 부작용이 한두 가지도 아닐 텐데."
스테로이드에 대한 부작용 대화는 여기서 마무리되었다.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에 따라오는 온갖 부작용은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하나를 얻기 위해 하나를 잃어야만 한다는 걸.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도 만찬 가지다. 하나를 버려야 하나를 얻는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어디에든 적용되는 원칙이다.
길게는 살아보지 않았지만, 남들이 겪지 않았을 뻔한 어려운 일을 경험한 터라 모든 일에는 타당한 원칙에 범주 하는 상황이 늘 있다. 그것만 잘 이해해도 인생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에게 맞는 그 원칙에는 높고 높은 산이 버티고 있다. 그 산을 넘어야만 온전한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그 산을 넘지 않고서는 나락으로 떨어져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을 테지.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픈 그런 사람으로..
이제는 그 삶이 싫어 몸부림을 쳐서라도 높고 높은 산을 바라만 보지 않는다. 늦더라도 남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 자리에서 머물지 않고 내가 가진 패턴대로 한 걸음씩 도전한다.
그게 아픈 몸뚱이인 몸일지라도.. 신은 나를 실험하고 있다.
나를 아끼는지 나를 버리는지 눈여겨 보고 있다. 신의 뜻을 충분히 알기에 약에 따른 부작용이 오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 아픔을 풀어낸다.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고통을 주는 신은 딱 거기까지 가장 아픈 곳에 부작용이 왔다. 허리 근육을 키워 더 강인한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부자다. 하지만 아프다고 해서 죄인이나 가난뱅이가 아니다.
나를 더 알아가고
나를 더 사랑하고
나를 더 아끼라는 신의 소리일 것이다.
아프다고 나를 하찮게 대하지 말고 더 당당하게 다니다 보면 어느새 건강은 회복되어 있다.
지금 내가 그러니까.
아픈 병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병은 알려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리며 살아간다.
스테로이드 약은 이번 달로 끝난다. 두 달 후 내원할 때까지 재발하지 않고 건강한 대장으로 버텨주기를 바라며 오늘도 난 나에게 주어진 요통의 통증으로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