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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13. 2021

마흔의 시간

싱글맘 시간이 빠르게 흐르다

요즘 들어, 아니다. 마흔이 된 후로 시간이 거침없이 흐르고 있다. 고속철도처럼 하루가 금세 지나가버려서 어떨 때는 시간을 망각하고 '벌써 이 시간이야'하며 놀란다.


친정엄마는 그랬다.




"옛말에 서른은 시간이 천천히 가고 마흔이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려 쉰이 된다는 말이 있어. 근데 말이지! 쉰이 되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거 같은데.. 예순 되니 벌써 다 가버렸네! 하며 놀라는 시간이 많아. 너도 그렇지. 마흔이 쏜살같이 흘려버리지?"


"응, 엄마! 벌써 마흔 중반에서 후반을 바라보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며칠 전에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한 거 같은데.. 아이는 벌써 여섯 살에서 일곱 살로 향하고 나는 쉰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침에 눈을 뜨고 아침을 맞이하다 이내 저녁이야.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아까워. 잡을 수도 없고"


엄마가 살아온 느낌을 나에게 전하듯 흘러가듯 말을 했다.


살아가는 건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고 나이에 맞게 외모든 신체든 늙어가고 있다. 늙어가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라 성과 없는 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아쉽다.

성과가 없다는 건 내가 그토록 원하는 일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고 결과가 늦어짐에 따른 조급함이다.


가는 시간이 늘 아쉽고 아깝다. 엊그제 부산으로 이사와 둥지를 틀었는데 그새 1주년이 되었다. 사건사고가 많았던 작년 9월이 흐르고 벌써 1년이 지나버렸다.


그만큼 고군분투하며 일을 해결하고 골머리를 쓰며 나에게 유리한 것들, 아이에게 유리한 방법을 찾다 지금 여기에 온 거 같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허전하고 공허하다. 왜 그럴까? 왜라는 물음에 잠시 펜을 내려놓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허전과 공허함 그리고 외롭고 두려움. 이 모든 것이 불안정하고 불안해서 온 것이리라.


어느 날, 블로그 이웃들의 글을 보다 나와 같은 출발점에서 출발했지만,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며 고군분투하고 있고 다른 이는 어느덧 내가 원하는 고지에서 한 발 더 멀리가 멋지게 성장하고 있었다.


유튜브도 함께 시작했는데 그는 많은 성장을 거듭했고 나는 유튜브에 회의감이 들어 손을 놓은 지 1년이 지나버렸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야 하는 싸움인데도 나는 잠시 내려놓고 점검했다. 내려놓는 순간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참 잘했다고 생각을 한다.



먼저 가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다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남인숙 작가님의 정성 어린 조언에 가슴이 먹먹했고 남인숙 작가님 조언대로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이 뭔지를 알아야 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장보다 눈앞에 펼쳐진 일을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았다. 그 결과는 지금 이 순간이다.


그렇게 원했던 출판사와 계약을 했고 현재 퇴고 중이다. 남과 비교하면 한 없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나라고 여겼다. 비교하지 않으려고 다른 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지 않고 눈감고 살아온 1년. 이제는 여유가 생겼을까? 그들의 성장을 보며 질투와 축하의 경계선 어디쯤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나도 이런 꿈을 꿨는데' 하며 또 나를 비교했다.


마흔을 넘기면서 내 꿈을 알았고 꿈을 이루기 위해서 꾸준하게 해온 모든 것들이 남과 비교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던 올해 여름. 이제는 더 단단한 마음으로 글쓰기에 매진하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설계하며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지만 흐르는 시간 속을 붙잡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작은 꾸준함일지라도 성취감을 맛보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일 한 가지를 하고 나야 하루가 마무리된다. 작은 성취감으로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야속하다고 말하지 않고 오늘도 멋지게 이루어냈구나!라는 성취감과 안도감으로 마무리해야 내일이 더 기쁘다.


곧 마흔을 앞둔 분들, 마흔에서 쉰을 바라보는 분들, 마흔인 분들, 처럼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고 생각할 거 같다. 친정엄마도 그렇게 느꼈다고 하니까.


빠르게 흐르는 마흔의 시간, 10년 동안 나의 작은 성취감을 모아 10년 후면 더 멋지게 성장하고 꿈을 이루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마흔 초반에 내 꿈을 알았고 천천히 실행해  옮겨 현재는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초고속으로 고속도로 위에서 지치지 않고 쭉 뻗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고속도로로 가다 삼천포로 빠져 시골길에서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다 비포장길에서 멈춰 멍하니 세상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다 우울해하며 시간을 보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는 이도 있다.


인생은 산과 비유하고 싶다. 단숨에 오르는 가벼운 산이 있고 굽이굽이 이어지는 낭떠러지와 오르막길에서 숨을 헉헉대다 죽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포기할 때쯤 평지가 보이고 평지의 산은 이내 아픈 다리를 쉴 수 있고 가뿐 숨을 몰아 쉴 곳이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숨을 헐떡이며 죽을 것 같지만 이내 죽지 말고 살아라고 평지를 내어 놓는 산과 삶의 이치는 같다. 그래서 알아버렸다. 인생도 살다 보면 가파르게 오르다 이내 내리막길로 내려갔다 또다시 오르기를 반복한다. 산처럼 말이다.


나는 굽이굽이 이어진 산처럼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맛봤고 낭떠러지도 떨어져 봤기에 더는 무섭지 않다. 다만, 온전한 건강한 몸이 아니라서 아이에게 미안하다. 내가 지켜야 할 가족이 있기에 미련을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후회 한 스푼과 절망 두 스푼을 맛보고 현실을 마주 보게 되었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기에 마흔의 시간이 빠르게 흘려도 잠시 상념에 빠졌다가 현실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꿈을 포기하려다 가족을 위해 다시 마음을 잡기를 수십 번, 내 길은 오직 이 길뿐이었다.


올해 2021년은 삼천포로 빠진 길과 삼천포에서 빠져나와 원래의 내 길로 꾸준하게 걸어가는 해이다.

가파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부드러운 감정과 편안한 마음을 갖는 올해가 더없이 값지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그저 내가 느끼는 느낌이지! 24시간이 나에게만 빠르게 흐르지 않는다는 걸 안다.

일정하고 규칙적인 하루를 조금은 바꿔야만 조금 더 많은 실천을 할 거 같다. 빠르게 흐르는 시간을 안타까워하지 않고 더 의미 있게 시간을 쓰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 일터이다.


아침 시간을 한 시간 당기는 일, 밤 시간 한 시간을 더 갖는 일이 지금의 상황에서 먼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글로 선포해야만 실천에 옮길 거 같다. 일단, 아침 한 시간 일찍 일어나는 걸로.


더없이 빠르게 흐르는 마흔 시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달리자. 그동안 원 없이 쉬었으니 원 없고 거침없이 달려보자. 뭐가 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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