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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Feb 10. 2022

서울아산병원은 천운인가 아니면 내 복인가

엄마 에세이

3개월마다 서울로 향해야 한다. 병이 재발된 후로 주치의는 불안한 마음을 지니며 생활하지 말고 석 달마다 병원 내원을 하라는 말을 했다. 병이 재발되기 전 일 년에 두 번, 6개월에 한 번 정도 서울로 향했다. 근데 작년 가을에 재발되면서 잦은 서울행이 되고 말았다.


어제는 선생님에게 물었다. "저 많이 호전된 거 맞죠?" "그럼요" "그럼 저 6개월 뒤 내원해도 되는 건가요?" 희미하게 미소를 띠는 선생님을 보며 '이번에는 안 되는구나' 직감했다.


"6개월 후 병원 오면 불안하지 않겠어요?" "사실, 불안하긴 한데..." "환자분이 원하시면 6개월 후로 예약하고요" 주치의 말은 책임은 환자인 내가 지는 거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럼 3개월 후 보는 걸로 하고 호전이 되면 그때는 6개월 후 진료 보는 걸로 할게요" "그래요. 그럼. 석 달 후 봅시다"


사실 어느 병원이든 선생님과 면담은 딱 5분이다. 5분 선생님 보려고 장거리를 선택한다. 부산과 서울 왕복으로 5시간이 소요된다. 기차 소요시간만이 그렇다. 그렇다면 집에서 준비를 하고 부산역까지, 수서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소요된다. 길거리에 버리는 시간과 에너지는 7시간이다. 건강을 찾기 위해서는 7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다니고 있지만, 혼자라면 정말 홀가분하게 다닐 수 있는 서울행이다. 그러나 자녀가 있을 때는 특히, 초등학교를 입학하지 않은 어린 자녀가 있을 때는 7시간이 버겁다.


주위 도움이 필요하기에 버겁다. 어느 날은 친정엄마가 그랬다. "이제는 병원을 옮기면 안 되는 거야? 처음 다녔던 그 병원으로 옮겨?" 하지만 나는 선 듯 내키지 않았다. 처음 다녔던 병원은 죽어가는 나를 살렸고 희귀한 병을 알려줬지만 계속해서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다. 죽을 만큼 아프다 잠시 호전하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서울에 위치한 병원을 옮기고는 호전만 있었다. 작년에는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재발이 되었지만, 죽을 만큼 아프지 않았다.


"나 보면 모르겠어? 나 그 병원 다니고 관해기가 7년 유지되었어. 작년에 잠시 재발되었지만 금방 치료되었고 지금은 예전처럼 정상으로 돌아왔어. 병원 옮기는 거 쉽지 않아. 아무래도 대학병원 보단 대형 병원이 의료기술이나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이 있지 않을까? 잘하는 선생님을 대형병원에서 모시지 않았을까 생각해. 나중에 정말 옮겨야 할 때 옮길 테니 여니가 혼자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엄마가 조금만 도와줘."


재발 후 약을 처방받아 복용 후 한 달 채 되지 않았을 때 호전이 보였다. 혈변은 정상변으로 돌아왔고 복통은 사라졌으며 잦은 화장실 출입은 하루에 한 번만 다니게 되었다. 이 모습을 보던 엄마는 또 이런 말을 했다. "큰 병원이 좋긴 좋네. 병이 금방 호전되고.. 사람은 큰 병원을 다녀야 하나 봐" "거봐 엄마. 재발했어도 금방 호전 되잖아. 내가 왜 먼 거리 병원을 선호하겠어. 당분간 서울 다녀야 할 거 같아. 내가 지금 생활에 안정을 찾고 마음의 근육과 생각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면 그때는 부산으로 옮길게" "그래, 그래라. 좋은 게 좋다고 네가 그러고 싶으면 그래야지"


스테로이드 복용한 지 석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몸 상태를 보고 혈액 수치를 보더니 스테로이드 약을 끊었고 당분간은 석 달에 한 번씩 보자고 했다. 불안하면 병은 더 나를 자극한다는 걸 선생님은 알고 있었다. 


병원 근처 내 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상상하니 행복했다. 5년 안에는 송파구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야겠다. 병원은 뭐니 뭐니 해도 서울이 최고다. 동생을 보더라도 그렇고 나를 봐도 서울에 계신 의료진이 잘하는 거 같다. 친정엄마가 인정하고 나도 인정한 부분, 동생 역시 인정한 부분이다. 내가 사는 곳과 거리가 멀고 병원비가 몇 배라서 그렇지..



서울 아산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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