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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Feb 19. 2022

브런치에서는 나를 이렇게 정의했다

엄마 에세이

내가 브런치 작가 되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왜냐면 브런치 플랫폼의 특성을 몰랐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그다음은 나에 대한 주체성이 명확하지 않아서 여러 번 작가 신청에 탈락했다.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떨어졌다고 하면 다들 웃겼지만 정말 시간 날 때마다 틈이 날 때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일괄되지 못한 주제와 목차가 탈락하게 한 원인이었다. 10번 이상 작가 신청에 탈락하고 나니 더는 신청하지 못했다. 재미와 흥미가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브런치 작가는 일단 보류한 상태에서 다른 것에 매진했다. 그러다 우연찮게 브런치 작가 되기라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되었다. 내가 나를 모르니 나조차 답답했다. 그러니 다른 사람 눈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청했다. 그러나 작가는 단번에 되지 못했다. 왜 그럴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미지세계가 바로 브런치 플랫폼이었다. 강의를 듣고 작가 신청을 5번을 하면서 의욕상실이 될 무렵 내려놓았다. 작가 되기를 내려놓고 멀찌감치 나라는 사람을 지켜봤다. 나는 여러 가지 명함이 있었지만 딱 꼬집어서 끌어내야 할 스토리가 명확하지 않고 엉키고 설킨 상태였다. 강의 내용 토대로 다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내가 왜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려고 하는지 생각해야 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나라는 여자가 이 세상에 숨 쉬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몇 개월 후 다시 키워드 하나로 나를 요약했다. 많은 실패를 하면서 드디어 나라는 사람을 한 단어로 요약이 되었다. 


무수한 과정을 즐겼고 즐기다 지치기를 수십 번을 하다 보니 오기가 생겼다. 브런치는 일괄되면서도 나라는 사람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원했다. 나만의 키워드가 생성되면서 한 번만에 작가라는 명함을 받게 되었다. 나를 향한 키워드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브런치 메인 노출 및 다음 메인 노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리 질 좋은 내용으로 근사하게 글을 연재하더라도 브런치 메인과 다음 메인 노출이 쉽사리 되지 않았다. 이 주제 저 주제로 나를 실험했다. 아니지 브런치를 실험했고 곧이어 관찰했다. 세상에 나의 키워드는 '미니멀'과 함께 '음식'였다. 글 주제를 미니멀이나 음식으로 연제 하면 어김없이 브런치는 내가 쓴 글을 다음 홈앤 쿠킹이나 여행 맛집 메인에 노출된 동시에 브런치 메인에 노출이 되었다. 참 신기했다. 한 동안 메인에 노출된 내 글이 얼마나 자랑스럽던지. 노출이 된 날은 내 글이 1만 뷰에 2만 뷰 조회수를 찍었으니 글 쓸 맛이 났다. 특히나 미니멀에 대한 나의 솔직한 글은 지금도 인기글에 올랐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년 쉼 없이 메인에 노출되면서 즐거웠다. 욕심이 슬그머니 생겼다. 혹여 브런치에서 감추고 있는 또 다른 키워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른 주제로 글을 썼다. 그러나 답은 꽝이었다. 이러기를 수십 번 되고 나니 나는 브런치에서 '미니멀'과 '음식' 키워드를 정했다고 생각했다. 옷 정리를 하면서 그 과정을 글로 풀었더니 많은 분들이 공감했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 덕분에 계절별 옷으로 포화상태라 끌리지 않은 옷과 소품들을 분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정리 후 우리 집 옷방은 몇 개월이 흘렸지만 그럭저럭 잘 유지되고 있다. 봄과 가을이 짧지만 그렇다고 그 계절 옷이 없다면 겨울옷이나 한 여름옷을 입어야 한다. 가을 옷과 봄 옷을 한 곳에 정리하고 여름옷과 부피가 큰 겨울옷만 분리를 하며 정리했더니 옷방이 깔끔했다. 나름 뿌듯해하며 글을 썼는데 쓴 그날 바로 메인에 노출이 된 것이다. 부끄럽지만 사람 살아가는 것이 별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저분한 집을 과감 없이 보여줬다. 아마 티브이를 본 분이라면 작년 12월 채널A 닥터 지바고에서 옷방이 그대로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부끄럽지 않았다. 친정엄마는 부끄럽다며 말했지만 아이 키우는 집은 늘 복잡하고 혼잡하다.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정돈될지 몰라도 지금은 정리에 목숨 걸지 않는다. 다만, 내가 찾을 수 있을 만큼 정리하고 비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은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한 공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 공식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여러 번 낙방 맛을 봐야 한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브런치가 어찌 알까. 나를 키워드 한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에는 마케팅과 퍼스널 브랜딩 공부를 나름 했다. 근데 나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가 참 힘들었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2년이 흐르고 이제 나를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다. 브런치 플랫폼에서는 말이다. 건강이라는 주제에서 음식에 관한 그 글은 나를 한 단어로 단정 짓었고 앞으로도 그 키워드는 변함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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