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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pr 27. 2022

마스크의 반전 스토리

엄마 에세이

마스크 쓰기 전과 후가 많이 달라졌다. 첫 번째는 환절기나 간절기에 걸리던 감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처럼 목이 약한 사람은 찬바람이 불거나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심할 때는 감기나 몸살을 달고 살았다. 근데 3년 전부터 감기와 몸살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잠시 머물다 지나가는 것이 태반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반전이 있었다. 마스크는 눈을 빼고 나머지 모든 부분을 가린다. 사람을 보면 얼굴 전체를 봐야 하는데 눈만 보게 되니 상대의 생김새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눈만 보면 다들 멋지고 아름다웠다. 근데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 내가 상상한 이미지와 확연히 달라 놀라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 역시 나를 눈만 보고 상상했다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 놀랐을 거 같았다. 매주 학원을 가는데 거기서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이었다. "선생님 요즘 마스크를 쓰는 하관을 볼 수 없잖아요. 근데 마스크를 벗는 순간 상대 이미지가 확 달라져요"라고 내가 말했다. "그죠. 저도 그걸 참 많이 느껴요. 며칠 전 티브이를 봤어요?"라고 물었다. "아니요. 왜요? 마스크에 대한 이슈가 있었어요?"라고 했더니 "일본에서 생긴 일인데 어떤 여자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자 얼굴이 너무 달라 이혼소송을 냈고 하더라고요" 황당한 이슈를 말했다. 


아무리 맞선을 보고 결혼을 한다지만 식사 자리가 있었을 텐데 상대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그저 웃어라고 지어낸 소리인 거 같았다. 대화를 하다 선생님 자신 역시 구청에서 신입 직원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놀랐다고 한다. 3년 전 우리라면 마스크로 얼굴 일부분을 가리지 않은 생활을 했을 테고 상대 얼굴을 상상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눈만 보고 상대 얼굴을 상상하는 우리네 일상이 웃기면서 비극적이었다.


친정엄마는 이런 말을 했다. "친구가 눈만 보면 상대가 이쁠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밥을 먹으려고 마스크를 벗는 순간 놀랐다고 말하면서 상대의 입을 묘사하며 말했어. 우리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라며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마스크의 반전이었다. 얼굴에서 코와 입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마스크를 벗고 상대 얼굴을 상상하지 않을 그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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