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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13. 2022

100일 글쓰기 완주하며

엄마 에세이

드디어 100일 글쓰기 완주를 끝냈다. 홀가분한 것보다 앞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까 고민이 먼저 앞선다. 100일을 되돌아보면 코로나 확진으로 너무 아팠고 전기누전으로 집주인과 아옹다옹했으며 요가와 공부를 하며 경락까지 받게 되었다. 이 모든 일상이 글로 고스란히 남겨두었다니 감격 안 할 수 없다.


예전에 나는 사소한 일상에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 때때로 내가 감당하기 힘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속으로 끙끙거리며 살았다. 하지만 현재 나는 분노가 생기면 생기는대로 글로 표현했고 기쁘면 기쁜 대로 글로 표현했더니 감정의 찌꺼기가 생기지 않았다.


감정 찌꺼기가 남지 않으니 마음에 빈 공간이 생겼고 그곳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지고 있다. 진작 이런 삶을 찾지 않았는지 후회가 될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그리운 것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의외로 삶에 활력을 찾게 되었다. 백화점 구경을 하고 영화를 혼자 보고 꽃집을 다니고 요가를 하며 경락을 받는 여유까지 생겼다.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퇴고를 하고 있었다.


퇴고는 초고보다 몇 배로 힘들었다. 나에게는 그랬다. 아무래도 초보 작가이다 보니 더 힘든 작업이었고 수많은 책을 읽어도 막상 내가 글을 쓰는 작업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 하므로 참 힘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쓰면 다 책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읽고 싶은 글과 나만의 글 즉, 일기를 쓰는 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그렇게 좌충우돌, 삐꺽거리며 하나씩 배워 나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며칠 빨라진 완주는 앞으로 퇴고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틈틈이 13살 소녀의 소설을 쓰면서 말이다. 많은 책을 읽고 가독성이 있는 글을 나만의 표현법으로 풀어볼 예정이다. 그걸 찾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100일 완주 축하하며 여백의 마음에 또다시 글로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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