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May 17. 2022

요즘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엄마 에세이

어느덧, 탈고를 하고 여유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마음이 여유롭다는 뜻이라 뭐든 다 할 거 같은 그런 느낌의 날들이다.



출판사 측에서 연락이 왔고 현재 편집 원고가 많이 밀려 두어 달 후 내 원고를 본다고 하니 나는 그동안 패턴을 흩어지지 않게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이 있다. 그리고 동경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건 바로,



가수 성시경이다.



한참 초고를 쓰고 퇴고를 하면서 노래 없이는 감정이 살아나지 않았다. 그리고 노래를 찾기 시작했는데 내가 쓴 글이 성시경 가수 노래가 가장 적합했다. 노래를 들으며 원고에 집중할 때마다 눈물이 났고 웃음이 났다. 그건 내 글과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탈고 후 계속 듣는 노래가 성시경 노래다. 듣고 있다 보면 가슴이 아프다가도 위로를 받곤 한다.


5월에 콘서트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가지 못한다. 그건 돌봐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모조리 할 수 없는 자리에 있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는 포기했다.



"콘서트를 왜 보러 안 가?"라고 묻는 여니는 자신이 유치원에 가면 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거 같았다.


"여니야 콘서트는 밤에 하고 이번 콘서트는 서울에서 해.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엄마가 한밤중에 집에 올 건데 여니는 누가 돌봐줘?"라고 물었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내가 태어나지 않으면 엄마는 콘서트 볼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을 한다. 내가 무의식중에 아이에게 이런 감정을 내뱉었나 상황을 되짚었다.



"엄마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말이야. 네가 혼자 있어도 될 때 보러 갈 거야. 그러니깐 그런 생각하지 마. 너 없었다면 엄마는 성시경 아저씨를 좋아하지 않았겠지. 네가 있어 엄마가 성시경 아저씨 노래를 좋아하고 성시경 아저씨라는 사람을 좋아하는데"라고 말했다.



아이는 알겠다며 자신이 혼자 있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면 그때 콘서트를 보러 가라고 한다.


귀여운 녀석....








.


난 예전에 성시경 가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거만하다고 느꼈고 박학다식한 느낌이 나에게는 위협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별 노래만 부르는 가수를 좋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매번 슬픈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인생이 꼬이는 듯했다. 어느 순간, 발라드 음악을 멀리했는데 지금은 다시 나를 세상 밖으로 내놓은 건 발라드였다.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예초에 내가 느낀 그 감정이 아니었다. 잘난척하지 않고 겸손한 부분에서는 겸손하며 배려할 줄 아는 사람, 소탈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티브이에 보이는 모습은 자신을 포장해서 나오는 거라는 걸 잘 알기에 티브이를 통해 보이는 연예인을 열렬히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 방송에 나와서 자신 있는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정말 그 사람 성격이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성시경이 하는 말투, 성시경 노래, 성시경 행동을 유심히 보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외로움을 타고 사랑을 느끼고 싶어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석에 이끌리듯 성시경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며 그 사람 행동과 말투를 유심히 관찰하는 습성이 생겼다.


유년 시절에도 하지 않은 행동을 요즘 하고 있다. 유년 시절에도 하지 않은 감정을 요즘 하고 있다.



그런 내가 있어 행복하고 삶은 조금 더 충만해지는 거 같다.






티브이에 나와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그는 자신에게 자신감이 있다는 것을 난 해석했다. 못난 모습이어도 참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위 사진을 보며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혹여, 연예인이라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닌가라고 생각을 정비했다. 그리고 곰곰이 나를 들여본다.


'너 지금 저 모습 그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자신이 있니?'라고.. 사실 이미 나는 있는 그대로 나를 들어낸 적이 있다.



티브이 출연하면서 그랬고 100일 동안 아이와 춤을 추는 그 모습을 찍어 SNS에 올렸다. 그냥 있는 그대로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나는 이미 안다. 그래서 평소에 하는 행동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예전에 나라면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흐트러진 모습만 보면 있는 정까지 떨어졌던 나였다. 나에게조차 용납되지 않은 모습이라고 할까. 그렇게 나를 괴롭혔다. 쓸모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지금은 주름살이 깊어지는 얼굴을 보며 '너도 이제 중년이구나. 다양한 경험을 한 너도 이제 늙고 있어. 이건 값진 선물이야'라고 나를 다독인다.



다독이며 나를 일으켜 세운다. 아직 살 날이 많으니깐. 내가 억지로 만든 기준을 없애고서야 상대의 흩어진 모습을 보더라도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성시경을 많이 아끼고 좋아하는 거 같다.



우리는 지금 있는 그대로 모습이 가장 빛나고 아름답다. 자연과 비교하면 봄은 봄답게 꽃망울을 피우고 여름은 여름답게 푸르른 잎사귀와 강렬한 태양의 빛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뜨거웠던 태양은 점차 그 힘을 잃고 푸르른 잎사귀는 새 옷을 입는 계절이 온다. 바로 가을이다. 시원한 바람이 아침저녁에 불어주어 그나마 심호흡을 하게 해주는 가을이다. 시원한 바람에서 조금은 쌀쌀한 바람이 불다 이내 차가운 바람이 불며 새하얀 눈을 볼 수 있는 겨울이 온다. 이건 자연의 이치다.



그렇다면 사람의 이치는 있는 그대로 모습과 행동을 인정하면 된다. 밥을 먹다 음식을 흘리는 그 모습, 완벽하지 않은 그 모습이 사람다운 모습이다.



이제는 알 거 같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있는 그대로가 가장 소중하고 빛난다는 것을.



아이를 바라보면 자신은 자신이 존재함으로 자신 있게 살아간다. 자장면을 먹더라도 온 입에 묻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우리도 마찬가지. 온 입에 묻혀 먹는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이뻐해야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이게 맞는 이치다. 어른이라서 완벽하고 싶다는 생각은 강박증이었다.



때로는 아이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하는 그것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다.



성시경이 내가 원하는 그것을 하고 있었다. 멋을 부리지 못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는 그 모습, 머리 손질을 못해 흐트러진 모습 그대로 팬들에게 다가가는 그 모습, 자신의 생각을 소신껏 말하는 그 모습 등 다양한 것을 보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 역시 바라는 모습이었으니깐. 앞으로 더 많은 발전과 성장을 위해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배워간다.



그래서 지금 내가 좋다. 그리고 성시경이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일 글쓰기 완주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