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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Aug 12. 2022

요즘 쓰고 있는 글

엄마 에세이

탈고 후 출판사에서는 일정이 빠듯한 지 아직 소식을 전하지 않아 궁금했다.

지난달에 찍은 프로필 사진을 전할 겸 겸사겸사 출판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었다.


그들은 밀린 원고가 많다고 하면서 교정지 편집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진즉에 물어볼 걸. 이제나 저제나 연락이 오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교정지 외주로 주는 업체에서 작업이 밀리는 모양이다.

이제는 느긋하게 지내면 될 거 같아 탈고 후 브런치 카페를 수없이 다녔다.


혼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가능한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전에 해보려고 노력했다.

나의 이상적인 꿈이 바로 이거였다.


나에게 주어진 온전한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상상하고 기다린 결과 현실이 되었고 현실을 즐기라고 했다.

즐기라고 준 기회,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아 아주 열심히 혼자 시간을 보내고 즐겼다.


탈고 후 브런치 카페를 찾으며 한 일은 바로 다음 글을 쓰는 것에 매진했다.

서점에 가서 내가 원하는 글을 쓴 작가가 있는지 탐색을 했다. 작가들이 왜 서점을 가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나에게 가진 것 중 생각해보니 다양한 주제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노트를 펼치고 아주 자세히 글로 풀어쓰면서 지금 가장 쓰고 싶은 주제를 선택했다.


겪어온 경험과 현재 겪고 있는 경험 그리고 앞으로 또 겪을 경험을 내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생각이 절실했다.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일단 쓰고 또 쓰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글을 쓰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생각하지 못한 경험을 하면서 또 힘을 내는 것이 바로 인생이었다.


어린 딸들에게 전하고 싶은 세상 이야기를 엄마가 전해준다면 공감이 더 잘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실패한 여자 인생은 실패하지 않고 다시 세상을 상대로 떳떳하게 살아가는 모습이야말로 딸들에게 전해주는 인생 레시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쓰고 또 쓰면서 매일 일어난 일들에 대해 함께 생각하는 자리가 바로 글이었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지만, 살아가면서 해답을 찾아가며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이미 겪은 해답에서 더 나은 방법을 찾는 인생 지침서가 될 듯하다.


여자가 여자에게 바치는 글이 되지 싶다.


때론 가족이 아닌 온전히 나를 느끼고 싶다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실행에 옮기라고 말하고 싶다.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일단, 상상을 하고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면 언젠가는 상상한 그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 있다.


이건 지금껏 내가 해온 방식이기도 하다. 수많은 경험의 일부분을 글로 풀어쓰기란 힘들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인생 레시피는 무수히 많다고 난 생각한다.


홀로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와 원두향을 맡으며 먼 산을 보며 멍을 때려도 좋고 노트북에 말이 되지 않은 글을 쓰기도 하고 독서한 책 한 권과 노트를 펼치고 필사를 하며 내 생각과 감정을 적는 것도 하루를 멋지게 열고 멋지게 정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 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목록에 적어두고 혼자 영화를 보기도 하고 혼자 바다를 보러 가기도 한다.

카페에 혼자 가는 건 기본이다.


혼자 백화점을 구경하다 레스토랑에서 그동안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주문하고 와인 한잔과 하루를 열고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참 근사하고 매력적인 나의 하루가 된다.


아직 해보지 않은 일이 많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서 스테이크를 먹어야 하고 해운대나 송정의 바다에서 미친 사람처럼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다니고 싶고 혼자 여행을 하고 싶다.


혼자 여행은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야 하니깐. 아니 고등학생만 되면 나 홀로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상상을 한다.


내가 바라고 이루고자 하는 것들을 지금 당장 하지 않아 아쉬워하지 않고 비축한다. 비축 방법은 앞에 말했듯이 상상을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그림으로 그리고 상상한다. 이루어지리라 나를 믿는다.


8~9월이면 책이 나올 것이고 나의 민낯을 세상에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나보다 더 아픈 이들에게 세상을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담은 메시지라서 나를 발가 벗기고 세상에 뛰어들었으니깐.


나는 병들어 죽거나 생이 다 되어 죽지만 책은 영원히 이 세상에 남아 있을 것이고 이런 사람도 살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 내 아름 석자일 것이다. 


이름 석자는 책이 되어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길이 남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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