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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18. 2022

오늘, 내일, 그 필도 글을 썼다

엄마 에세이

말이 하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말이 듣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관심받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관심을 주고 싶어 글을 썼습니다.

사랑을 주고 싶어 글을 썼습니다.

사랑을 받고 싶어 글을 썼습니다.


내가 글을 쓰기로 한 이유는 아마도 내 안의 갈증과 결핍이 심했기 때문이다.

넋두리를 하고 싶었지만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어린아이를 붙잡고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 없는 노릇.

삶에 지쳐 밤이면 쓰러져 자야 했고 아침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갈증과 결핍을 느꼈다.

그때 나를 구해내야 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고질적으로 일하는 것을 싫어하던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육아와 살림만 하면서 나를 찾는 방법이 뭘까 생각했다. 그건 바로 글을 쓰는 것이었고 현재 상황에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육아를 하면 살림하는 방법, 방구석에서 노트북만 있으면 되는 나만의 일을 찾은 셈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보니 막상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떤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내려 가야 할지 막막했다.

이미 앞서간 사람들의 조언은 '일단 써라'였다.


일단 뭐를 써야 하나? 고립된 생활을 써야 하나? 아팠던 그 일 그대로 솔직하게 그리고 고스란히 전달해야 하나? 결국 답을 찾기 위해 책을 펼쳤고 책에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한 단어를 붙잡고 긴긴밤 지낸 세월의 흔적이 바로 글이었다. 남들이 보지 않은 곳에 글을 써내려 갔다. 일종에 나만의 메모지일 것이다. 어디든 써야만 숨을 쉴 수 있었고 살아갈 수 있었다. 

고립된 생활에서 상처는 덧 입고 덧입어서 딱지가 거북이 등딱지만큼 두꺼웠고 커지고 있었다.

써야만 했다. 살기 위해서.


메모지에는 때때로 생일이 최악이다라는 글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졌고 아팠다. 크지 못한 어린 내가 보여서. 부모가 해준 것처럼 누군가가 내 생일을 알아주고 챙겨줄 거라는 안이함이 글로 표현되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기에 그저 곁에 있는 사람이 챙겨줄 거라는 '당연히'를 믿었다. 세상에는 그 어디에도 '당연히'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비로소 글을 쓰고 난 후 알았다.


'당연히'은 없었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일을 챙긴 후 세상은 다르게 보였다. 내 손으로 미역국을 끓이고 직접 케이크를 사는 행위는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었고 사랑이었음을. 


다른 이는 말했다. 

"너무 초라했을 거 같아. 서글퍼서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낸 거야"라고.

사실 다른 이가 챙겨주는 것보다 내손으로 나의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아름답고 근사했다.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챙겼던 생일은 올해 다른 방식으로 찾아왔다. 많은 이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옷을 선물 받았고 식사 초대에 받았으며 스스로 끓여 먹던 미역국을 나를 대신해 다른 이가 끓어주었다.


참 신기했다.

기대감 모두, 타인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물밀듯이 찾아오는 축하를 받게 되었다.


바라지 않은 만큼 

기대하지 않은 만큼


기쁨은 두배가 되었다.


딸에게 받은 생일 선물은 유치원에서 엄마에게 주고 싶은 반지를 색종이를 오려 만들어 나를 보자마자 자신이 만든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값진 선물이 바로 '이런 행복'이었다.

감격해서 아이를 꼭 안아주었고 하루 종일 종이 반지를 끼다 물에 젖어 찢어지기 전에 조심스럽게 벗어놓았다.


그 반지를 만드는 동안 아이는 얼마나 연구를 하며 만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이제는 엄마 생일을 챙길 수 있는 나이가 된 아이는 엄마 생일을 기다렸다. 엄마 생일이 지나자마자 아이는 자신의 생일을 기다렸다. 

"엄마! 내 생일은 언제지!"

"겨울이지.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에 태어났어"

"내 생일날 영상을 찍어서 유치원으로 보내줘"


태어나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사회 첫 경험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는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본인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힘이 있다면 곁에 있는 가족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올해 생일은 나에게 선물하지 않았지만 가슴만큼은 벅찼다. 가족의 축하에 충만했으니깐.

매일이 생일이니 생일이 오기 전 이미 선물을 했으니.


나에게 생일은 오늘도 생일, 내일도 생일, 그 필도 생일이다.

건강하게 지내는 오늘이 그저 감사하다.


글을 가진 힘은 대단했다. 좌절할 때 나를 이끌었던 건 글이었다. 글을 다시 쓰게 했다.

머리로 상상하고 글로 상상한 그 모습을 쓰고 이미지를 내 시야에 볼 수 있도록 한다면 나의 미래를 더 밝아질 것이다. 지금도 밝아지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그 필도 나의 꿈을 그리며 글로 풀어본다. 거기에 기한까지 명확하다면 나의 잠재의식은 씨앗을 뿌리고 있을 것이다. 씨앗은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이루어내리라 믿는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도 난 글을 쓴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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