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에세이
아픈 동생은 요즘 목적을 갖고 다시 일어서려고 한다. 몸이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동생은 그저 신기하다고 말한다. 매일 통화를 하며 그 아이의 몸이 어떠한지 물어보는 일이 일과 중 하나이다.
어제도 마찬가지. 통화를 하다 기쁜 소식을 전하니 동생은 크게 기뻐했다. 그러다 이내 현재 불안해하고 조급한 현 상황을 동생에게 말했다. 말하는 순간 동생은 명쾌하게 답을 주었다.
"그냥 메시지를 보내봐. 그쪽에서 뭐라고 답하는지. 그래야 앞으로 계획을 잡지"라는 답이었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안 해본건 아니다. 그런데 난 마음으로 무서워하고 있었다. 뭐를 무서워하는지 이유를 모르는 채 이미 내 손에서 떠난 일이어서 선급하게 다가가지 못했고 그들이 연락을 줄 테니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로 한 없이 기다리고만 있다 급기야 초조함과 조급함이 밀려오는 불안함을 떠안아야 했다.
"그럼 메일을 써볼까?"
"그래! 써"
동생과 통화는 이미 끊겼고 노트북을 쳐다보며 갈등을 했다. 당신은 '갑' 난 '을'이라는 관계에서 생기는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쉽사리 노트북 곁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여기서 미루었다가는 머릿속에서 맴돌 거 같은 '보내' 단어가 나를 삼킬 거 같아 노트북을 열고 메일을 열었다.
'갑'과 '을'의 관계지만 난 당당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메웠기에 확고한 답은 현재로서 나에게 필요했다. 그들에게 온 답에서 두어 달 기다렸고 그전부터 5개월을 기다렸으니 난 그들이 원하는 만큼 기다렸다는 생각이었다.
확실하면서도 명확한 답을 달라는 메일을 보낸 지 5분 채 되지 않아 답이 왔다. 그리고 내 입가에서 미소가 번졌다. 이제는 불안한 마음 없이 기다리면 되는 안심의 답변이었다.
그들에게 '죄송합니다' 메시지를 받을 줄 몰랐다. 회사 사정이 있을 수 있고 내부 사정이 있을 수 있어 미루어진 건 알지만 한없이 기다리게 한 그들의 행동에 화가 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화가 난 마음이 '죄송합니다' 한 단어로 눈 녹듯 스르륵 녹아버렸다.
비로소 환한 미소를 띠며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듯했다. 하원하고 돌아온 아이는 금세 엄마 표정을 읽은 모양이다.
"오늘 얼굴이 밝은데 엄마 기분 좋아?" 아이의 물음에 난 환한 미소를 띠면 아이의 질문에 응했다.
"엄마가 걱정했던 일이 곧 해결될 거 같아서 지금 기분이 무지 좋아. 엄마가 기분 좋다는 걸 여니는 어떻게 알았을까?"
"엄마가 웃고 있잖아"
아이는 매 순간 엄마 표정을 보며 자기 나름대로 판단한 모양이다. 엄마 표정이 무서워 혼자 가슴 졸였다는 생각이 불현 떠올랐다.
감정을 속일 수 없는 나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언젠간 나의 감정을 속이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가 오겠지만, 근심 걱정과 불안함은 숨겨야 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때론 연습을 하고 있다. 그래야 내 주위 가족들이 나의 불안함을 공유하지 않을 테니.
어제는 기쁘고 또 기쁜 날이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현재에 집중하는 일을 묵묵히 하며 나를 점검하고 다독이며 때를 기다려본다. 무슨 일이든 타이밍이 중요한 가보다. 지금이 그 타이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