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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Oct 25. 2022

모자 가정은 또 다른 가정 형태

엄마 에세이

모자가정이 험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아이와 단둘이 산다면 과연 내 힘으로 뭐를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있을까 4년 전 깊은 고민에 빠져 살았다. 폭언과 폭행이 난무하는 가정에서 아이를 구하고 나를 구하는 길은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할 텐데 어디로 가야 그 길을 찾을지 막막했던 2018년.


그때 아이가 3살 무렵이었다. 육아를 하며 돈 벌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지만 부정적인 소리만 내 귀에 들릴 뿐. 내가 원하는 길을 찾지 못했다. 그 당시 폰은 나에게 안식처였다. 걱정을 떨칠 수 있는 유일한 도구 폰을 이용해 게임에 빠져 살았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것만 이것만'이라는 단어에 속박되어 뻘에 빠지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삶은 이게 아닌데 자꾸만 수령에 빠지고 있었다. 그때 동생은 "우리같이 아픈 사람은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다른 가족을 위한 길이야" 말에 '이건 아닌데, 내가 살아야 하는데, 지금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닌데 동생은 아무것도 모르고 속 편안한 소리를 하지'였다.


게임만 하던 휴대 전화기가

전화를 걸고 받는 용도였던 휴대 전화기가

폭언이 난무하는 문자와 카카오톡 휴대 전화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곳을 벗어나서 가족 시야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면 현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 생각만 하지 말고 본격적으로 행동에 옮겼는데 사람은 생각한 그걸 끌어당기는 힘이 분명 있었다. 그날은 우연찮게 폰을 들여다보는데 네** 광고를 보게 되었다.


광고에서는 '아들 셋 엄마 돈 되는 독서'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섬광이 보였다. '내가 찾는 길이 이거였구나' 비로소 알게 되었던 시점이었다. 그렇게 독서를 하고 작가를 따라다니며 내가 배우고 싶었던 부분을 가져와 내거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동안 살아온 삶과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갈아엎어야만 가능했던 그때, 나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가 있는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짐을 싸서 아이와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나는 2019년에 다시 태어났다.


끌어당기는 그 힘은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접할 수 있었는데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마다 당첨이 되었고 2020년 상반기는 끝없는 행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친정에 머물면서 책을 끼고 살았고 글과 함께 나를 변화시켰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했던 1년 반이라는 시간은 값지게 보상을 해주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니. 이제는 편안하게 너의 세상을 만들어 봐' 천사가 전해주는 메시지라고 착각에 빠질 정도로 그 해는 안 먹어도 배가 불렀다. 지금 프로젝트는 100일이지만, 19년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는 70일 기간 동안 글을 쓰는 거였는데 같은 주제로 70일간 글을 써야 하는 가드라인이 붙었다. 그때 주제는 '불쌍한 나의 내면 아이를 돌보기'였다.


모자가정으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면 난 뭐를 하며 살아야 할까 그건 글이었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정을 지키려고 했던 나는 결국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모자 가정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매일 일어나는 일상을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 써내려 가고 있다.


엄마이기에 강해져야 했고

아픈 몸이기에 또 강해져야만 했다.


다행히 구청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도움을 받아 홀로서기 2년 만에 별 탈 없이 내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가 왜 노트를 좋아하고 펜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 것도 그동안 내가 좋아하는 걸 감추고 살았다는 걸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문구류 모으기였다. '결핍'의 단편적인 모습이다.


A4 150장 글을 쓰면서 참 다양한 경험으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 인생을 들여다보니 대견했다. 지금도 그 인생을 살고 있지만 수없는 우여곡절 끝에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이유 없이 아팠던 몸.

그 몸을 다시 살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삶.


이제는 모녀의 삶을 살아가며 더 세심하게 나를 표현해야만 아이가 넘어지더라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앞으로 걸어갈 수 있게 엄마인 내가 먼저 해본다. 글은 나의 벗이자 동반자이다. 내 삶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그것이 바로 글이다.


이사를 하며 책상을 정리하다 보게 된 작은 수첩, 큰 수첩, 노트 가릴 거 없이 여기저기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써놓았다. 읽어보면 가슴이 아렸다. 절박한 심정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나 살려줘' 외침이 보였다.


외침을 글로 표현한 거만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으리라. 절벽 끝에 서서 절망 대신 다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밀고 걸어가는 건 말고는 답은 없었다. 지금껏 힘겹게 살아온 내 인생. 곧 꽃길만 걷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 꽃길에 사랑스러운 내 아이, 나와 꼭 닮은 그 아이 손을 잡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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