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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9. 2022

글을 쓰다 보니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엄마 에세이

독서만 할 때 생기지 않던 버릇이 글을 쓰고 난 후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티브이에서 나오는 사람의 말과 내 곁에 있는 상대의 말버릇을 찾아내곤 하는데 그게 나에게도 해당되는 일이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 해가지고' '~도'등 다양한 자신만의 말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부산 사람의 말버릇은 '그래' 말을 어디에든 붙이며 말하고 있었다. 좋을 때, 놀랄 때, 불안할 때, 기쁠 때조차 억양을 다르게 하며 '그래'를 쓰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 살다 고향에 다시 생활하면서 부산 사람 특유의 말버릇은 '그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를 많이 붙였다. 자라면서 '우리 언니' '우리 동생' '우리 엄마' '우리 집' '우리'를 남발하고 있었다. 지난달에 만난 서울분이 말했다.


"부산분들은 무슨 말에 '우리'를 가장 많이 붙이는 거 같아요"라는 말에 정말 우리는 우리를 너무 쓰고 있었다. 

"저희는 그냥 엄마, 동생, 집이라고 표현하거든요. 근데 부산분들은 유독 우리라는 단어를 많이 붙여서 써요" 

가만히 듣던 나는 어릴 때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을 기억했다.

"부산은 일제강점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어요. 일본 사람이 많이 들어와서 살았는데 그때부터 '우리'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고 했어요. '우리'라는 단어로 힘을 얻었다고 했고 우리 편이라고 믿었다고 할머니가 말해줬어요. '우리'는 가족만 포함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를 쓰면서 동지애를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군요. '우리'라는 단어를 써서 공동체 안에 내가 있음을 확인했나 봐요"


주위에 앉아 있던 부산분들은 옛날부터 써온 '우리'라는 단어에 깊은 의미를 두지 않고 있었다. 나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나 또한 가족을 말할 때 '우리'라는 단어를 붙이며 글을 쓰고 말하고 있었다.


굳이 '우리'라는 단어를 붙이지 않아도 내 가족이고 내 형제인데 말이다. 이처럼 글을 쓰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쓴 말과 단어가 쏙쏙 드러나고 알게 되었다. 나쁜 버릇일 수 있고 아닐 수 있지만 요즘 나와 다른 사람의 말버릇을 보며 '어머 저 사람은 이런 단어를 쓰구나. 그럼 난 뭐를 쓰고 있지' 나를 점검하게 된다.


그동안 몰랐던 '~~ 도'가 어느 날 거슬렀다. 글을 쓰면서 '~도' 접속사에서 다른 접속사를 찾으려고 무난히 노력했다. 근데 경북분들은 '~도'를 지나치게 사용했다. 경북분 모두 그렇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내가 아는 카피라이터 분이 경북분인데 문장마다 ~도 많아서 써써 내가 수정한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도 부분을 수정하면 뒤 문장이 틀어진다고 했다. (그분은 수정하지 않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수정한 문장은 틀어지지 않았다. 아마 그분은 ~도 의미가 남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썼던 예전 글을 보면 반복되는 단어가 수두룩 하다. 이처럼 눈에 거슬리는 단어를 요즘 찾게 된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찾는데 그건 내가 자주 사용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무의식으로 튀어나오는 말 그건 글을 쓸 때 나온다. 앞으로 문장이 부드럽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 작업을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내가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기도 하고.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지만 또 쓰면 쓸수록 성장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글을 쓰는 지금 나의 말버릇은 뭘까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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