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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8. 2022

청송 사과 추억을 지금 아이와 나누어 먹다

엄마 에세이

언제였을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원 없이 여행을 했던 때를 소환하게 된 '청송 사과'.

처음 청송 사과를 접할 때가 딱 이 맘 때이다. 약간 쌀쌀한 날씨를 자랑하는 늦은 가을에 가게 된 청송 여행은 곳곳에 사과가 즐비했다.


과일을 좋아하지 않던 나로서는 흥밋거리가 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청송사과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려준 친구들 덕분에 사과라면 '청송사과'라고 말하고 다녔다.


부산에서는 청송 사과를 쉽게 접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에 판매되는 청송사과를 몇 박스 구입해서 집으로 온 적이 있었다. 맛있게 먹을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청송 사과 반쪽을 자르면 씨 주위 일명 꿀이 들어있다. 씨 주위 투명색으로 된 꿀? 은 정말 꿀맛이 나는 사과였다. 새콤달콤 한 맛을 자랑하는 사과는 인생 과일로 꼽았다.


잊고 지냈던 청송사과를 온라인으로 접하고 오랜 전 추억을 소환했고 아이에게 엄마의 추억을 말하며 이 사과가 얼마나 맛있는지 열변을 토하며 말했다. 아이는 그렇게 맛있는 사과라면 자신도 좋다며 깎아 달라고 했다. 사과를 깎으며 예전에 먹어 본 사과 맛이어야 할 텐데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사과를 깎아 맛을 보는 순간 그때 그 맛의 사과였다.


아이는 한입 베어 물더니 "너무 맛있어" 하며 사과 반쪽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인생 최고의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건 나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사과 냄새를 맡더니 이거 사과 주스 만들어주면 더 맛있을 거 같아라고 했다.


'이 맛있는 사과를 주스로 먹는다고. 그냥 씹어 먹으면 청송사과 풍미를 느낄 수 있을 텐데'라는 고요한 마음 파동을 일으켰다. 사과의 도시 청송. 청송에서 사과라는 과일을 알게 되었고 꿀이 든 사과의 맛을 알아버린 나의 추억이 담긴 도시다. 


지역마다 추억이 있는 줄 모르고 살아온 인생. 글을 쓰다 보면 가지 않은 지역이 없을 정도로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었다. 난 어릴 때 부모와 웃으면 여행한 적이 없었다. 20대 남자 친구를 만나며, 회사 언니들 덕분에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한 것이 다다. 지금 그 여행으로 기억을 더듬어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때 그 추억이 너무 아름다워서 아이와 다시 한번 보내고 싶은 여행이어서 지역마다 고이 모셔둔 추억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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