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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7. 2022

사주에 남편이 없다

엄마 에세이

내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들었던 말이 바로 '사주에 남편 자리가 없어'였다. 철학에서 풀어내는 사주에서도 점술가들이 풀어내는 사주에서도 나에게 남편의 한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많이 아프던 그 시절 철학을 보시던 사돈 이모님이 나의 사주를 보더니 이런 말을 했다.

"영아야 니 사주에는 돈이 많은데, 다 돈인데 어떻게 돈을 벌어 들일래. 안 그러면 몸이 아플 거 같다"라는 말은 정말 씨가 되어 싹을 틔웠는지 모르겠다.


"너는 결혼을 한다면 늦게 늦게 해야 하고 아니면 혼자 살아야 한다는데 남자를 만나더라도 조심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듣고 성장했다. 엄마는 늘 자신의 팔자처럼 맏이가 그 길을 갈 거라는 스님 말씀, 점술가 말에 노심초사 마음 졸이며 딸이 최대한 늦게 결혼을 하거나 남자 없이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 담겨 있었다. 아마도 딸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서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자신의 인생을 말하며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난 엄마의 깊은 뜻을 그 시절 몰랐다. 아니 알고 싶지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 나는 이 평범하지 않은 가족에서 벗어나 멋지게 평범한 나의 가족을 만들고 싶었다. 엄마 말, 스님 말, 점술가 말을 무시했다.


사람은 태어나서 자신이 타고난 사주대로 살아질까? 살아봐야 아는 미래가 사주로 좌지우지되는 그 시절이 참 싫었다. '왜 난 결혼을 늦게 해야 하지?' '난 그저 평범한 삶을 원해. 다른 사람처럼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은데 결혼조차 평범함을 주지 않는 현실에서 오기가 생겼다. 오기는 많은 세월과 시간을 쓰고서야 알게 되었다. '사주에 나온 내 인생, 조금은 참고해볼 걸' 


그럼, 꼬이고 또 꼬인 실타래가 되지 않았을 삶을 누리며 살지 않았을까. 미래를 어떻게 알겠는가. 살다가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되돌아가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이 인생인 것을. 현재 내가 선택한 이 길이 가장 현명한 선택임을 안다.


과거에 선택한 그 길이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고 열심히 살았다. 후회는 없다. 기를 쓰고 애를 쓰며 살아온 그 인생을 잊지 말라고 내 몸에는 낙인이 찍혀있다. 내가 나를 증명했고 그 시절 힘겨웠던 삶을 잊지 말라는 우주의 신호를 내 몸 곳곳에 새겨져 있다.


후회 없는 삶을 알았기에 현재 지금 내가 가장 소중하다. 인생의 쓰디쓴 맛을 본 나라서 지금이 더 소중하고 값지게 다가온다. 매일 주어진 계절과 시간. 이 모든 것이 모여 몇 년 후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으리라. 


과거에는 내가 하고 싶은 건지 하기 싫은 건지 구분 하지 못 한 채 애를 쓴 내 몸.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내 몸에 더는 낙인을 찍지 말자고 맹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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