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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6. 2022

못난 엄마를 사랑해주는 아이에게 용서를 구하는 날

엄마 에세이

요즘 내 마음이 엉망진창이다. 부정적인 에너지로 둘러 쌓여 불안하다. 그 마음을 자각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우려고 책을 찾아 읽고 영상을 보지만 온통 좋지 않은 소식에 힘이 빠진다.


매일 갔던 카페를 가지 못해서 무기력함이 올까?

집에만 있어서 화가 나는 걸까?

아이가 아파서 신경이 온통 예민해져서 마음에 여유가 없는 걸까?

들어야 할 소식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불안해서 나보다 약한 아이에게 화풀이를 하는 걸까?

아니면 긴 시간 동안 디톡스를 하면서 내 마음대로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해 욕구불만일까?


이 모든 감정이 현재 내 감정이었다.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현재 내 마음은 불안한 상태다.


될 듯 말듯한 그 지점에서 아슬아슬한 느낌이 들었고 급기야 불안한 감정에 휘둘리고 말았다.

결국 죄 없는 아이에게 짜증을 냈고 화를 냈다.


문화센터 선생님이 나에게 귓속말로 "여니가 엄마 화나면 너무 무섭다고 하는데요" 아이 말을 전했다.

아이는 엄마가 화나면 무섭다고 여러 번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엄마가 화 내면 난 정말 무서워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러니 화내지 마'라는 도움의 손길을 제삼자에게 한 거 같았다. 어린 아이에게 상처를 줬던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런 아이를 안아줘야 하는데 나 또한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자신들이 잘못한 행위에도 용서를 나에게 구하지 않았다.


받아 보지 못하니 나 또한 내 아이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 매번 힘들어 결국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문화센터에 갔다 오던 아이는 간식을 먹더니 눈 밑 다크셔클이 내려왔다. 덜컥 겁이 났다. 부족한 엄마로 아이가 다시 병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생각. 간식을 먹었던 여니는 약간의 체끼가 왔던 것인데 아무래도 나로 인해 스트레스가 생겨 복통이 온 거 같았다.


'나 지금 아픈데 엄마 사랑이 필요해' 아이 상태인 거 같았다. 손을 주물러 주고 배를 만져주었다. 이내 아이는 괜찮다고 하면서 놀지 않고 내 곁에 누워 있었다. 


"잠 와. 잠 오면 자. 일어나서 밥 먹고 엄마와 샤워하고 숙제하면 되니깐. 약속할 거지"

"응"

아주 짧은 대답이 끝나자마자 아이는 깊은 잠에 빠졌다. 깊은 잠에 빠진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이유없이 아이에게 화를 내서 아이가 아픈것만 같았다. 일어나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그대로 두었다. 


자는 중간중간 엄마가 자신 곁에 있는지 아이는 확인을 했다. 결국 긴 낮잠을 자게 했던 원인이었다. 아이의 무의식은 많이 불안한 상태였다. 내가 불안하니 아이 역시 엄마의 불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자신에게 화를 내며 모진 말을 하던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사라져 없어졌을까 봐 자다 일어나서 확인을 하고 다시 잠에 들었다.


"편안하게 자. 엄마가 여니 곁에서 떠나지 않고 있을게. 일어나지 말고 자"

그 말이 끝나자 말자 여니는 깊은 수면으로 낮잠 4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눈 아래까지 내려왔던 다크서클은 사라졌고 표정은 한결 가벼웠다.


아이가 원하는 국을 끓여 저녁을 챙겨주었고 개운하게 씻고 나서 엄마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어제 하지 못한 숙제와 오늘 숙제를 다 해결하고는 "엄마 너무 힘들어. 허리가 아파"말하는 아이 얼굴에는 뿌듯함이 서려 있었다.


그러면서 엄마와 한 약속을 지킨 자신이 대견스러웠는지 밝은 표정으로 웃었다.

'난 할머니 말에 토를 달지 않고 할머니 말이 떨어지자마자 행동에 옮겼는데 넌 언제나 자유로워서 질투했나 봐.' 내가 내 딸에게 질투를 느꼈던 내 안의 어린아이가 말을 했다.


오늘 밤은 질투를 내고 있는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상처를 받았을 내 아이를 안아주며 나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해야겠다. 


"엄마는 여니 없으면 안 돼. 어제 모진 말, 너에게 상처 주는 말 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 용서해줘. 용서해줄 수 있어? 또다시 너에게 상처 주는 말하면 그때는 여니가 엄마를 혼내줘"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했다. 


오늘도 난 내 아이를 보며 배운다. '용서' 하는 어른, '인정' 하는 어른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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