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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Nov 04. 2022

'새로움'은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이야

엄마 에세이

갑작스러운 한 겨울 추위.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부산 겨울은 정말 따듯해서 패딩이 필요치 않은 경우가 많다.

아침에 거실로 나오니 한기가 느껴졌다. 이르게 찾아온 한파로 한 겨울 입을 뻔한 외투를 꺼내니 여니 얼굴이 찌그러졌다.


"이거는 너무 이상한데"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이 정도 두께감 있는 외투를 입어야 해"

"알았어" 


아직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여니는 재발을 하고 말았다. 이젠 병원에서는 감기라고 칭하지 않았다.

일종의 열 바이러스이거나 코로나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는데 여니는 코로나 검사를 거부했다.


잔기침, 코막힘, 목이 많이 부음 등 감기 증상과 다를 바 없지만 병원에서는 감기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이어지는 유치원 공지사항.


'원내 코로나 환자가 발생되어 5일 동안 자가검사를 해야 한다'는 공지사항이었다. 담임 선생님의 부재. 코로나가 자신을 피해 갈 줄 알았다는 선생님 글에 다른 원아까지 코로나 환자가 생겨 여니는 열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주 전 일주일 동안 원에 가지 못했다. 40도 육박하는 고열로 인해, 콧물과 기침으로 인해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일주일 정도 원에 갔던 아이가 다시 열이 나기 시작했는데 39도로 고열이 오르고 있었다. 결국, 주말을 포함에 사흘을 원에 가지 못한 채 집에 있어야만 했다.


잦은 결석으로 조금만 피곤하면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하는 여니. 오늘도 추워서, 잠이 안 깨서, 점심밥이 마음에 안 들어서 원에 가기 싫은 표정을 했다.


나 또한 강요하지 않지만, 곧 학교를 가야 하는 아이라서 아이에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해야 했다.

"열이 나서, 몸이 너무 아파서 유치원 결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거든. 근데 지금은 여니가 가기 싫다고 안 간다는 건 엄마 생각엔 아닌 거 같아. 추우면 옷을 따듯하게 입고 가면 되고 잠이 오면 유치원 갔다 와서 자면 되고 점심밥이 마음에 안 들어도 도전은 해봐야지. 집에서는 여니가 원하는 걸 해줄 수 있지만 앞으로 학교생활을 하면 맛없는 음식이 나와도 일단 먹어야 해. 안 그러면 집에 오기 전까지 배고파. 엄마 역시 엄마가 좋아하지 않은 음식이 나오면 먹기 싫어. 엄마가 좋아하지 않은 음식을 피하고 싶지만 나중에 배고프면 나만 손해이거든. 아무도 나를 챙겨주지 않아. 맛없을 거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정말 맛있거든. 오늘 도전해보는 건 어때? 집에서 못한 도전 유치원에서 하면 아마 칭찬받을 거야. 칭찬받으면 여니 기쁘지?"

"엄청 기뻐. 지난번 김치, 나물, 야채 먹고 선생님이 칭찬해줬거든. 친구도 나에게 와서 멋져라고 말해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여니는 할 수 있어. 친구들이 먹는 야채 여니도 먹을 수 있어. 도전하는 것이야 말로 멋진 친구만 할 수 있어. 오늘도 칭찬 듬뿍 받고 엄마에게 자랑해줘"


잠을 더 자고 싶어 유치원 가기 싫다던 아이는 엄마와 하는 대화에서 기쁨을 알아차리고 힘차게 유치원에 갔다. 새로움에 섬세한 아이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공간' '새로운 맛' '새로운 냄새' '새로운 촉감'에 두려워한다.


나 또한 내 생활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불안했다. 안정감을 주는 집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면 큰일이 날 거 같은 두려움을 벗어나려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여니도 이젠 그 노력을 엄마와 함께 하고 있다.


문화센터에서 동생과 함께 수업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어느 날. 여니를 데리고 두려워하는 새로운 시간을 마주하게 했다. 수업은 될 수 있는 대로 빠지지 않고 가야 한다는 무한한 무의식 습관이었다. 새로운 시간에 새로운 친구와 수업을 해야 하는 아이는 어떨 때 하는 표정으로 친구들을 탐색하고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가방을 메고 나오는 여니는 아주 작은 동공으로 나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울기 직전 아이를 보며 엄마 여기 있어 알리니 이내 입가에 미소를 피며 달려왔다.


"오늘 친구 많이 사귀었는데 난 이 시간에 올 거야"

"안 무섭지? 친구가 있어서 더 좋지?"

"응,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어. 안 무섭고 친구가 많아서 좋았어. 내가 다녔던 그 시간에는 동생만 있어서 심심했는데, 엄마 말이 맞았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며 인정하는 아이 모습은 의젓했고 든든했다.


'새로움'에 익숙해져야 하는 우리네 인생. 그걸 배워가는 아이는 두려움 많은 엄마와 생활하면서 설렘보단 두려움을 먼저 배웠던 모양이다. 


새로움에 대하는 자세 그건 두려움이 아니라 설렘이라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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