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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04. 2022

나에게 멈춘 단 하나, 밤 문화는 어떻게 변했을까

엄마 에세이

다시 스물여섯이라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아갈까.


나에게 멈춰버린 시간이 있다. 스물여섯 그때 그날이 멈춰버렸는데 그날이 다시 오기를 바라는 건 사실이다.

밤늦게까지 친구와 수다 떨던 그때로

밤늦게 클럽에서 놀던 그때로

밤늦게 거리를 거닐던 그때로


이 모든 걸 포기한 그 당시 스스로 위로했다. '실컷 놀았으니 앞으로는 괜찮을 거야. 이때를 그리워하거나 회상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지금은 이 말이 거짓이 되고 말았다. 다시 스물여섯으로 돌아간다면 놀고 싶다. 지겹도록 놀고 또 놀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사랑을 하고 더 많이 아파하고 더 많이 여행을 하며 다양한 문화와 음식을 접하고 싶다.


강산이 두 번이 바뀌는 동안 스물여섯 시간은 멈춰버렸다.

"여니야 엄마는 한 가지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게 뭐냐면 혼자 밤에 나가서 와인바에서 와인을 마시고 싶어. 칵테일도 마시고 싶거든"

"지금 하면 되잖아"

"지금은 안되지. 너와 함께 가야 하는데 너 거기 가면 되게 지겨워. 전부 술 마시는 사람들만 있거든"

"그럼 언제 갈 거야. 밤에 나 두고 갔다 와"

"혼자 집에 있을 수 있어?"

"아니"

아이는 엄마 기분 좋으라고 빈말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여니가 커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엄마 보고 나가라고 할 때 그때 가볼 거야. 아직은 소원으로 남겨둘 거거든"

"그때가 언제인데"

"그거야 너 사춘기일 때. 하하하. 아니면 고등학생이 되면 엄마에게 밤 시간을 허락하겠지"

"그때도 싫은데. 엄마 옆에 착 달라붙어 있을 거야"

"너 찹쌀떡이니. 엄마 옆에 착 달라붙어 있게"

모녀는 기분 좋은 대화를 하며 껄껄 숨이 넘어가도록 웃었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그 꿈, 그 소원을 아이에게 말하고 말았다. '제발 엄마 내 옆에서 떨어져' 아이 하소연이 들릴 때까지 나의 스물여섯은 돌아오지 못할 거 같다. '엄마는 친구 없어. 친구랑 놀아' 말이 나온다면 아이는 자립을 하고 싶고 독립하고 싶은 마음을 품겠지.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여니야 네가 고등학생이면 엄마는 할머니가 될 거 같은데 할머니가 되어서 와인바 갈 수 있을까?"

"그거야 나는 모르지. 엄마 알아서 해" 와우 아이의 쏘쿨한 한마디에 정신을 차린다.


예순이 요즘은 늙음 축에 들지 않으니 말이다. 다시 스물여섯으로 돌아간다면 마음만 스물여섯을 간직한 채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해보려고 기록에 남겨둔다.


일단은 와인바에서 와인과 칵테일을 마시면서 그 분위기에 취하고 싶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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