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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03. 2022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가전제품은 바로 건조기?

엄마 에세이

가전제품 중에 애착을 느끼거나 잘 샀다고 할 정도로 애착을 느끼는 물건은 없다. 있으면 쓰는 거고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았다. 큰 불편이 없었다. 아니다. 불편하지만 사람들이 다 하는 일이니 불평해봤자 나만 억울한 기분이 들어서 그저 묵묵히 살았다.


그런 내가 갑자기 이상 증상이 생겼다. 가전제품에 욕심이 생긴 것이다. 가장 필요했던 것이 건조기이었다. 빨래를 하고 나면 가장 하기 싫은 일중에 빨래를 널고 다시 마른빨래를 정리하는 일이 번거로웠다. 이 중 한 가지 일만 덜더라도 시간이 절약될 거 같았다.


거기다 옷 먼지는 덤이 되는데 콧구멍 속에 쌓인 먼지는 전부 빨래를 말리면서 생긴 거였다. 목구멍과 콧구멍에서 나오는 기침과 재치기는 그 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수단.


햇볕에 말리는 빨래도 좋지만 먼지를 최대한 마시지 않고 빨래를 정리할 수 없을까 고민할 때 건조기를 알게 되었다. 몇 년 전 건조기가 집에 들어올 때를 생각하면 정말 신박한 가전제품이었다.


식기 세척기가 있어도 손으로 씻어야 직성이 풀리던 나.

전자레인지가 있어도 냄비를 꺼내 가스레인지에 직접 음식을 데워야 하는 나.


있으나 마나 한 가전제품 중에 제일 열심히 쓴 제품이 바로 건조기다. 이불을 털 수 있는 기능까지, 천국과 같았다. 아파트 베란다에 서서 위험을 감수하고 이불을 털지 않아도 되는 일을 이 제품이 해준다고 생각하니 군침이 돌았다. 건조기가 들어오고 먼저 해본 일이 바로 이불 털기였는데 목구멍이나 콧구멍이 편안함을 느꼈다. 건조기에 꺼내서 바로 정리하면 먼지는 덜 일어난다.


옷이 조금 줄어드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나에게선 평이 괜찮았다. 니트는 건조기에 넣지 못한다. 세탁기에서 나온 옷을 빨랫줄에 널지 않아서 좋고 옷걸이에 젖은 옷을 걸지 않아도 되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시간을 아낄 수 있어서 좋다. '이거 정말 괜찮아. 다른 건 없어도 되는데 이 아이는 꼭 필수품이야'라고 떠들어 대는 건 건조기가 유일하다. 푼수처럼 떠들어대는 나를 보던 동생은 "그렇게 좋아?"라고 물었다.


"오늘 중으로 옷이나 수건이 건조되니 예전처럼 물건을 쌓아두지 않아 좋아. 예전에 난 세탁물을 계산해서 빨래를 했거든. 말리는 시간까지 계산해야 부족하지 않게 사용할 수 있잖아. 뭐가 되었든 말이야"

"그거야 그렇지. 없으면 사야 하는 일이 발생하니깐"

"근데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게 바로 건조기라는 거지. 이불이나 수건은 딱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니 집에 물건들을 쌓아두지 않아서 좋아"

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도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건조기가 없을 땐 수건에 잔뜩 묻어 있던 먼지가 얼굴에 묻어 나올 때는 정말이지 미친다. 이유 없이 가려워서.. 이제는 가려움이 없으니 그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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