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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01. 2022

요즘 식당에서 혼밥은 흔한 일

엄마 에세이

오랜만에 외출했다. 먹구름이 자옥했지만 나가야만 했다. 아이가 유치원 가면서 마카롱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장소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었다.


쇼핑도 배가 불러야 제대로 되니 일단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찾았다. 예전에 엄마와 함께 먹었던 음식. 그건 바로 편백 찜요리이다. 가급적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해서 다른 메뉴 고를 것도 없이 편백 찜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요즘 식당이나 브런치 카페를 가보면 혼밥은 흔한 일상이라고 할까. 일종에 문화가 되어갔다. 마스크 역시 처음에는 숨 쉬기 힘들어 헉헉대다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쓰고 다니니 안 하면 오히려 허전한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코로나가 일상을 바꿔놓은 듯하다. 1인 가구라서 혼밥을 하는 게 아니라 혼밥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보편화되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가 앉은 그곳에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이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셨다. 아무래도 혼자 밥 먹기가 쑥스러운 듯 나에게 미소를 보낸 것 같았다. 그렇게 각자 찜 요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내 옆 할머니는 다른 분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나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어서 주위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오고 가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하며 맛있게 식사를 하셨다.


편백 찜은 밥이 따로 나오는 요리가 아니라서 난 더 좋다. 그러나 내 옆 자리 할머니는 밥이 나오는 줄 알았다며 공깃밥을 주문했다. 찜 요리가 거의 끝나기 직전에 공깃밥을 주문하셨던지라 밥 양이 많았나 보다.


"저기 밥 좀 드릴까요? 양이 너무 많은데"

나에게 물어보시는 할머니 성의가 고맙지만 가급적 탄수화물을 섭취하지 않으려 했기에 할머니에게 정중히 거절을 했다.


할머니는 미소를 짓으며 밥 한 공기를 다 드시고 자리를 떴다. 예전 백화점 모습과 요즘 백화점 모습은 확연히 다르다. 혼자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다. 어디 할머니 할아버지뿐만이겠는가? 나처럼 혼자 쇼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식당을 가면 혼자 앉아 밥을 먹는 사람들도 꽤나 많다. 아무래도 코로나 여파일지도 모른다. 각자 떨어져 먹어야 했던 몇 년 동안 우리는 삶에 녹아들었고 습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여럿이 같이 담소를 나누며 먹는 밥도 맛있지만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먹는 밥은 황금알 같다. 혼자 멍 때리기에 좋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머릿속을 정리를 하면 된다. 예전이라면 주위를 살피다 이내 포기한 혼밥은 지금은 흔하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이 좋다. 혼자여서 좋고 둘이여도 좋은 지금 우리. 코로나가 휩쓸어간 우리네 모습은 흔하게 혼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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