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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05. 2022

간절하면 기적은 일어난다. 월드컵 16강 진출 축하

엄마 에세이

스포츠 중에 유일하게 보는 경기는 축구인데, 그것도 월드컵 경기나 올림픽만 본다. 국가를 대표로 나온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이고 태극기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뭉클해져서 큰 대회를 보는 거 같다. 어제는 16강 진출할 기회는 있지만, 어려운 경기라는 말을 듣고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밤 11시가 되었지만 안방으로 가지 않는 엄마를 보며 아이는 말했다.


"그만 들어가자" "너 잠 와. 낮잠을 잤는데 벌써 잠 와" "응" 거짓말 한 아이는 12시를 훌쩍 넘기고 잠이 들었다. 이어폰을 착용하고 음악을 듣다 잠든 나 역시 축구 경기를 보지 못했다.


한참 깊은 잠에 들 때쯤 함성 소리가 들렸고 잠결에 옆집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줄 알았다. '이 시간에 왜 싸워' 생각하다 그들의 함성 소리가 싸우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곧이어 생각했다. '축구가 이겼구나. 골을 넣어구나' 직감적으로 알고 다시 잠들었다.


"엄마 축구 보고 싶어" 아이 말에 "응, 보고 싶은데 다 보고 나면 새벽 2시가 될 거 같아서 안 보고 자야겠지" "엄마는 우리나라가 이길 거 같아"라고 물었다. "당연하지. 우리나라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어려울 때 항상 이겨냈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어려운 일일수록 더 힘을 내고 더 잘 싸운다는 말이야"


우리나라가 지면 슬플 거 같다고 티브이 보지 말자고 조르던 아이 말에 나 역시 공감했다.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보는 일은 수명이 줄어드는 일인 거 같아 오히려 이런 날 피하기도 한다. 근데 아이도 나처럼 피하려고 했다. 어째서 이런 것을 닮았지! 대범함을 안고 태어나지 생각도 잠시 이내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검색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20년 만에 16강 진출을 했다고, 다른 곳에서는 12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며 보도하고 있었다. 어제 기분이 딱 맞았다. 이길 거 같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우리나라가 이긴다고 확답을 했던 것이다. 마지막 한 골을 넣는 장면을 보며 아이는 왜 16강이라고 해 질문을 해댔다.


나도 잘 모르는 축구 규칙을 어찌 설명하리오. "여니 유치원에 규칙이 있잖아. 축구에도 규칙이 있거든. 규칙대로 이름을 붙이는 거야" "난 모르겠다. 우리나라가 이겼으면 됐지 뭐" 우리나라가 이겨서 기쁘지만 어떤 운동인지 모르는 아이는 흥미를 금세 잃고 말았다.


연! 기적은 간절함이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야. 그 기적을 대한민국이 보여준 거라고. 너도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면 기도를 해봐. 기적이 일어날 거야.


자신은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너에게 기적은 산타할아버지가 원하는 선물을 크리스마스날 줄 거라는 거. 그걸 지키기 위해 몰래 선물을 주문하고 숨기는 일은 내가 하는 거. 산타할아버지가 영원히 아이 마음에 있기를 바라지만, 그 꿈은 곧 깨어져 허탈함과 배신감으로 얼룩지지 않기를, 산타할아버지는 기적이라고 오래오래 마음속에 담아두었으면 한다.


"겸손 하라, 진실로 겸손 하라. 왜냐하면 그대는 아직 위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진실로 겸손은 자기완성의 토대이다" -톨스토이-


이 문구는 16강 진출한 경기 마지막에 나왔다. 겸손했기에 이루어 낸 16강. 열렬히 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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