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굴은 과거가 되고 현재가 되며 미래가 된다

엄마 에세이

by 치유빛 사빈 작가

계절마다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가장 깊게 새겨진 계절은 바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쯤 꼭 먹어야 하는 제철 음식이 있다. 바로 석화굴이다.


아주 오래전 감나무집이라는 곳이 있었다. 거기는 도시와 뚝 떨어진 곳이 아니라서 자주 드나들 수 있었다. 감나무집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식당이 있고 마트도 있었다. 버스 편은 열악하지만 못 살 곳은 아니어서 그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분이 있었다.


감나무가 무려 4그루 넘게 있어서 그 집을 감나무 집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감나무집을 빛나게 했던 계절은 가을이었다. 가을이 되면 주렁주렁 열리던 각종 감.


단감, 대봉, 홍시 등 다양한 감들이 열리는 모습을 고스란히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곳이었다. 넓은 마당에서 김장을 하면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가을쯤 되면 제철 음식인 굴은 김장할 때 배추 속에 넣는다. 그리고 석화굴은 고생한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먹는데 그 맛이 꿀맛이다.


장작이 활활 피는 아궁이에 수육을 삶고 또 다른 화로에는 석쇠가 놓여 있다. 석쇠 위에 가리비, 석화굴, 새우등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각종 해산물을 가득 구워 먹는 재미가 곧 행복이었다.


이 시기만 되면 잠재의식에 고인 모아 둔 추억이 몸으로 반응한다. 침샘이 자극되면 머릿속에서는 석화굴과 대봉감이 둥둥 떠다닌다.


올해 초 코로나 감염이 된 후 갑자기 석화굴이 떠올랐다. 그 후로 9개월 만에 석화굴이 나오는 계절이 왔다. 석화굴은 내가 가진 추억 중 가장 근사하다. 그 추억을 먹으면서 그때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행복감에 젖는다.


한 망 그득하게 들어있던 석화굴. 지금은 한 망을 먹을 수 없어서 아주 소량으로 주문해서 구이가 아닌 찜으로 먹는다. 이게 바로 내 안에 추억을 꺼내어 추억을 먹으며 그 추억을 꼭 끌어 앉는다. 추억은 사라지지 않고 더 또렷해진다.


제철음식이 곧 추억이며 추억을 먹어야 생명이 유지되는 그런 추억을 먹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다. 그때는 사실 모른다. 이게 귀한지 소중한지를.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리고 더는 그 추억을 만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가슴 깊이 사무친다. 그 음식을 다시 느끼고 싶고 그 공간에서 내가 바라던 시골 향을 못 맡아서 그립다.


언젠가는 추억대로 내가 원하는 집을 꾸며보고 싶다. 넓은 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아궁에서 끓인 수육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는 그날을 상상하다 보면 곧 현실로 다가올 거라는 믿음.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고 구수한 청국장 냄새로 아늑함이 그득한 시골집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그래 그런 삶을 살아보자. 인생 한 번이지, 두 번의 기회는 없으니 말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대중교통과 다르게 자가용으로 움직이면 고속도로나 낯선 동네에서 한정식집이나 보리밥 집을 발견하곤 하는데 그렇게 우연히 들어가 곳은 어릴 때 할머니가 해준 음식 맛을 느낄 때가 간혹 있었다.


엄마 역시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몇 군데 있다고 했다. 이제는 잊혀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종종 말을 하곤 했는데 청국장이나 된장찌개에 반해서 다시 그곳을 찾았지만 그 길은 더는 갈 수 없다.


그렇게 계절 여행을 하다 보면 뜻밖의 선물을 받는다. 그게 바로 음식이다. 김장하는 날은 고단하지만 그 고단함을 잊히게 하는 건 바다내음이 풍기는 음식을 먹으면 추억이 된다.


추억이 있어야 오늘을 살 것이고 내일을 위해 계획을 세우지 않을까. 조만간 항구 근처 횟집에서 석화굴을 원 없이 먹어 볼 계획을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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