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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13. 2022

아이의 취학 통지서를 받고

엄마 에세이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방증, 세월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지나가고 있다는 방증이 바로 입학 통지서다. 주소지를 옮겼다. 여동생이 졸업한 학교에서 아이가 입학한다. 여동생은 6학년 1년을 남기고 전학을 했다. 1년을 다닌 학교에서 1회 졸업생이 되었는데 내 아이가 이모가 나온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살고 있는 주소지 초등학교는 남동생이 졸업한 학교다. 이미 동생들은 졸업과 입학을 동네 근거리에서 이루어질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집과 먼 곳에 위치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왜 주소지를 옮겼냐고 물어보신다면 나는 '공기가 더러워서요'라고 말한다. 남동생이 졸업한 초등학교 인근에는 공장이 많다. 특히나 쇳가루가 날리는 공장이 제법 있다. 유치원이 사립에서 공립으로 전환하면서 유치원을 새로 고치는 중인데 공교롭게도 아이는 현재 남동생이 졸업한 학교 별관에서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다.


매주 2회 정도 아이를 데리러 가는 데 갈 때마다 공기가 좋지 않아 고민을 했다. 주소지를 옮겨 집과 약간 떨어진 곳에 보내야 할지, 공기가 더럽더라도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다 11월 말 주소지를 옮기기로 했다.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초등학생이 되면 일찍 마치는데 학원을 다니지 않는다면 정오가 지나서야 아이를 픽업해야 한다. 걷기에는 멀고 대중교통으로는 10분 정도 되는 거리이다. 등하교를 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힘들다. 아이 첫 유치원 입학 당시 한 달 동안 적응하기 위해 등 하원을 내가 했다. 이 힘든 걸 또 해야 하는 시기가 오지만 난 아이 건강을 위해서 친정집 근처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고집했다.


며칠 전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취학 통지서 왔다"라는 전화를. 드디어 아이는 할머니 집 근처에 있는 학교로 입학하게 되었다. 사실 올해 계획은 사립초등학교로 입학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일이 더디게 진행이 되었고 사립학교에 대한 정보를 들으니 만만치 않은 학구열과 학부모의 치맛바람이 장난 아니었다.


치맛바람은 나와 거리가 멀다. 못 따라갈 거면 그냥 공립학교를 보내자 마음을 바꿨고 공기가 나은 친정집 근처 학교로 정한 것이다. 아이는 새로운 환경에 매우 섬세한 아이다. 벌써부터 걱정에 걱정을 거듭하며 학교 다니기 싫다고 말할 정도다. 나의 어린 시절과 닮은 아이. 적응만 하면 인싸가 될 아이는 첫발 내딛기까지 힘이 드는 모양이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말로 위로를 해주고 공감해줘야 할까? 


처음은 다 그렇다고 말한들 위로가 되지 않는다. 친절한 선생님이 있다고 거기에 있는 1학년 친구들 모두 처음이라 여니처럼 힘들 거라고 그러니 학교를 잘 아는 선생님에게 무조건 질문해서 물어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또 고민을 한다. 


아이의 새로운 세상, 엄마 그늘이 아닌 자신이 직접 부딪히며 헤쳐가야 하는 세상이 바로 유치원이었다. 1년 남짓 다닌 유치원이 아쉬워 아이는 "난 왜 이제야 유치원을 다녔을까?"라고 질문을 한다. "그거야 엄마와 여니가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그렇지. 지금은 여기서 자리를 잡았고 여니는 엄마가 없이도 걱정하지 않고 즐겁게 유치원 다닐 수 있는 마음이 생겨서 이제야 다닌 거지"라고 말했다. 아이는 공감을 했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세상, 유치원과 확연히 다른 세상이 눈앞에 곧 펼쳐진다. 유치원보다 광활한 공간에서 과연 잘 이겨내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 반 설렘 반. 유치원 생활이 두어 달 남았다. 친구들과 작별의 시간이 곧 다가온다. 그러나 아이는 쿨하게 말한다. "같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난 괜찮아. 왜냐하면 주말에 우리는 만나서 놀면 되거든" 그래 그래 그게 정답이네. 기특하다 우리 아기. 언제 이렇게 컸을까 새삼 아이가 많이 성장한 것이 한눈에 보였다. 


걸어서는 조금 먼 초등학교이지만 아이는 거기서도 친구들을 많이 사귈 거라고 말한다. 그 말이 위안되고 안심이 되는 엄마인 나는 어떤 일들이 아이 앞에 펼쳐질지 기대 중이다. 첫 취학 통지서. 아이의 또 다른 세상 그 길에 함께 걸으며 나는 아이 뒤에서 응원하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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