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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an 12. 2023

노후된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삶은 쉽지 않아

엄마 에세이

30년 된 아파트에 살면서 느낀 점은 건물도 사람도 많이 쓰면 쓸수록 고장이 난다는 점이다. 올해 전기공사로 임대인과 잦은 다툼이 있었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전기 공사를 했다.


그런데 어젯밤 갑자기 전기가 차단되었다. 앞전에 전기 공사를 하며 사장님이 그랬다. "앞으로는 전기가 차단되면 묵살하지 말고 제때 임대인에게 말하세요"말이 떠올랐다. 


내가 아는 선에서 차단된 라인을 따라 전기 코드를 다 빼고 전기 차단기를 올려보았다. 스위치는 올라가지 않았고 내려갔다. 결국 부동산 소장에게 전화를 했다. 그 이유는 부동산 소장과 이전 임대인 그리고 세입자인 내가 했던 전기 공사였다. 현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소장에게 물어봐야 했다.


소장은 내일 전기공사한 사장님을 보내겠다고 했다. 일단락되는 듯했고 한시름 놓았다. 오늘 전기 공사 사장님이 오셔서 차단기를 열어보시더니 물이 샌다고 했다. 


이건 아파트 문제라고 했다. 우리 집 위에는 옥상이다. 꼭대기층에 살기 때문에 위층 집이 없었다.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를 했고 곧이어 관리실 사람이 왔다. 옥상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다고 간 그들은 옥상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공사가 어렵다고 했다. 다음 주 어디서 물이 새는지 보자고 했다.


전기 공사 사장님은 "이건 관리실에서 해야 해요. 수리 안 하면 아래층 전기가 나갈 수 있으니..." "그렇죠. 사장님 이건 저의 잘못도 사장님 잘못도 아니니 관리실에서 작업하겠죠"라고 물었다. 사장님은 그럼요 하며 당분간 전기를 쓸 수 있도록 전기선을 연결해 주었다.


임차인으로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집이 오래되면 될수록 조금이라도 이상이 보인다면 수리를 하거나 공사를 미루면 안 된다는 것을. 이전에 임대인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을. 차단된 그날 밤 소장과 통화가, 전기공사 사장님이 인자한 표정으로 당분간 전기를 쓸 수 있도록 임시로 수리해주었던 것도 감사했다.


휴식을 주지 않았던 나를 이제는 쉬어야 한다고 병을 주셨다. 쓰면 쓸수록 집도 사람도 조금씩 고장 나는 법이다. 제때 점검하고 또 점검을 하더라도 갑자기 고장 나는 집과 매년 건강 검진으로 몸을 살피더라도 숨어 있던 암을 미쳐 발견 못해 병이 생기는 것처럼 애정 어린 눈으로 살펴야 한다. 건강하다고 함부로 몸을 사용하면 안 된다. 영영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


미련을 떨던 나는 더 큰 화가 왔다. 오래된 집에서 살 경우 무섭다고 피하지 말고 눈여겨봐야 한다. 전기는 차단 되기 때문에 사태를 금방 알게 되지만 다른 문제는 일이 터지고 난 후 알게 된다. 그건 임차인에게 불이익으로 돌아온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동안 살아온 삶은 정말 평탄했다는 걸 임차인 삶을 살면서 깊게 깨달았다. 새집 위주나 건설한지 2~3년 된 아파트에서만 살았고 나를 대신해 어려운 일을 해결해준 사람이 있었기에 아주 평탄하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어려운 일이든 쉬운 일이든 말이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전 문제점을 발견해서 다행이고 대표 차단기가 내려가지 않은 것에 덜컥거리던 심장을 쓸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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