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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May 20. 2023

내가 바랐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때 마음가짐

에필로그


글쓰기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두 번의 성과를 봤다. 작년인데 정말 열심히 했다. 열심히 한 이유는 현재를 비판하거나 실망하기 싫어서 도전에 또 도전을 선택했다. 어딘가에 몰입한다는 건 머릿속에 가득히 차지한 부정 덩어리를 덜어내기 좋았다. 몰입 중 글쓰기를 선택하면서 난 충만감을 느꼈다.


그런데 이번 도전에서는 마음가짐이 달랐다. 도전을 선택했지만 완성하지 않더라도 나에게 실망하지 않기. 이번 도전에는 사랑하는 가족을 조용히 마음에 담아두기 위함이었고 그리움과 슬픔을 마음에 고여 둔 채 살아가기 싫어서였다. 슬픔을 글로 표현한다면 일상을 살아가는데 죄책감이 들지 않을 거 같았다.


내가 정한 마음 가짐은 그대로 현실에 나타났다. 느긋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내가 쓰고 싶은 날 쓰면서 최소한의 스트레스를 가질 수 있었다. 느긋함이 이어지다 곧장 심장이 철렁한 사건이 생겼다. 아이가 아파 입원하는 일상이 왔다. 분명 삼 일 전 괜찮다고 한 증상이 삼일이 되는 날 폐렴으로 심하게 온 것이다. 쉴 새 없이 들이닥치는 일상에서 글을 쓰지 않아도 나에게 죄책감이나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런 날들이 올 거라는 걸 나는 어떻게 알았을까?)


도전 전에 내가 가진 마음가짐 덕분에 나를 안달복달하지 않고 물이 강으로 흐르듯 일상을 살아갈 수 있었다. 일종의 천천히 가기, 여유를 느끼며 가도 늦지 않음을, 한 계절 지나는 것을 느끼며, 폐렴으로 아파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과거로 돌아가 지금 나를 보는 거,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군가가 해주는 밥을 먹기. (병원 밥은 정말 맛 없지만)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상이 지루하지만 때로는 지루함 속에서 쉬어가는 걸 배우며 나에게 주어진 여유로움을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단지 잠자리가 불편해서 요통이 왔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옆 환자 보호자 코골이로 새벽에 일어나는 날에는 아이 수액이 잘 들어가고 있는지, 열은 나지 않은지 체크했고 어린아이를 달래며 옆 환자와 보호자를 배려하는 그 엄마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누군가가 한계를 짓게 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미 습관이 된 글 쓰기. 책을 집필하면서 또 다른 내용의 글을 브런치나 블로그에 써 내려갔고 시간이 없을 땐 짧은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 노트에 적혀 있다. 이번 도전은 성공하지 않아도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보기 좋았고 거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까지 가지게 되었다. 성공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사이에 오는 괴리감과 절망감을 내 방식대로 풀어내려고 했던 것이 지금 현실에서는 신의 한 수였다.

매일 도착하는 작가님의 편지와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강의가 포함되어 도전을 선택했고 나의 목표는 글쓰기 21편이 아닌 삶의 여유로움을 배우기로 그리고 작가님 편지에 위로를 받으며 다음 글을 무엇을 쓸지 생각하게 하는 소소한 일상이 참 좋았다.





아픔을 이겨내야 했고

현실을 살아내야 했으며

슬퍼하고 아파하는 엄마를 다독여야 했으며

엄마만 바라보는 어린 딸에게 애쓰지 않고 현재만 보며 걸어가는 단단한 엄마를 보여줘야 했고

슬픔을 어떤 방식이든 토해내지 않는다면 썩어버린 슬픔을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나에게 온 슬픔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24시간을 슬기롭고 지혜롭게 써 내려간다.


다음 도전도 선택할 것이다. 주제는 아마도 '나를 알아가기' '나와 친해지기' 주제로 나를 더 깊게 바라보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대하듯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대하는 연습이 바로 글쓰기이다. 글을 쓰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행동을 해야만 글이 된다.


도전, 성공하지 않아도 나에게 꼭 맞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남과 비교하거나 나를 헛담하지 않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간 나를 칭찬하고 사랑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살아내야 하기에 글을 쓰고 저장한다. 어떨 때는 발행한다. 이 과정은 이 세상 살아가는 삶의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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