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빈 작가 May 31. 2023

뭘 그리 고민하오. 다 바람이라오. 뭘 그리 걱정하오.

명상 한 소절


잘 지내셨나요?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하죠.

어르신들이 그러시는데요.

윤달이 음력 2월이라서 날씨가 오락가락한다고 그러셔요.



저는 반대로 생각해요.

지구가 아파서 계절을 가름할 수 없도록 하는 거라고요.

윤달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쌀쌀하고 낮은 따듯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요즘 정말 날씨에 맞게 옷 입기가 힘들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여름용 긴 바지에 반팔 티와 카디건을 항상 입게 하는데요.

낮에는 약간 덥고 아침과 저녁 기온은 훅 떨어져 있어 아이 스스로 체온 유지가 아직 미숙해서 최대한 옷으로 체온 유지가 스스로 되도록 입혀요.



꼭 가을 같은 초여름 날씨가 다가오는 것이 지구가 보내는 신호가 영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요.



저는 글을 쓰지 않은 시간 동안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아이가 폐렴으로 입원을 했고요.



동생이 세상을 떠나고 온 가족이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엄마는 엄마대로 기침이 멎지 않아

몇 주를 힘들게 지내다 여니가 아팠어요.

저까지 아프면 안 될 거 같아 애를 쓰며 정신을 붙들었어요.



그런데 저도 인간인지라 슬픔 감정을 억눌릴 수가 없었어요.

슬픔 감정을 애써 억눌릴 필요도 없고요.

슬픔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무언가를 찾아야 했어요.



책을 읽는 거,

글을 쓰는 거,

힘들었어요. 다른 것을 찾아야만 했어요.




이리저리 검색하다 '그림 그리기' '유화'라는 단에

꽂혀 당장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걸 구입해서 몰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그림을 그리고 그린 그림에 색을 덧 입히는 동안 슬픈 감정과 오래전 무의식 속 깊숙이 숨겨둔 의문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건 넓은 들판 위 나만의 공간인 집에서 평화롭게 지내는 걸 바랐던 나는 어떤 영향으로 중년인 지금까지 그 꿈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그림에 집중하는 동안 동생의 살아생전 모습도 떠올랐고 굳어버린 오른쪽 팔을 풀기 위해 작년 이맘때 경락을 받았어요. 매주 주말 저녁에 와서 나와 저녁을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거실에서 잠든 동생이 떠올랐어요.



그때는 고요히 눈물을 떨구며 그림에 집중했어요.

마지막 그 아이 모습이 떠올라 또 울었지요.



입관 모습에는 굳어 있던 팔이 풀려 자연스레 팔이 내려와 있었어요.

이 모습을 보며 목놓아 울었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가름하지 못할 만큼 그 아이 고통을 입관하는 모습에 알게 되었지요.

아주 평온한 모습이었어요.



경락을 받으러 와 거실에서 평안하게 잠든 동생 모습 그대로 입관 모습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 아픔을 토해내야만 내 마음에 썩은 내가 진동하지 않을 텐데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가 봐요.



마음을 다 잡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을 썼어요.

그러다 마음에 든 책이 보이면 읽었죠.

틈틈이 글을 쓰는 건 참 어려웠어요.

온통 글 속에는 그 아이가 존재하니깐.

지금 이 글에도 그 아이가 존재하니 쓰는 저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아까운 시간을 아무런 의미 없이 보내기는 싫어 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집안 청소를 하며 명상을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명상을 하고

영상을 들으면서 명상하는 삶을 살았어요.

긴 명상은 오히려 저에게 해가 되어 5분에서 10분 정도하고 나면 내면의 소리나 내면 아이가 보여요.



'그래 너도 많이 슬프구나. 정신적으로 버팀목이었던 동생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많이 힘들지. 조금씩 그리고 한 걸음씩 그 아이를 가슴에 묻어두자꾸나.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이별하는 연습을 해야지. 너마저 슬픔에 빠지면 너를 믿고 의지하는 아이도 슬플 거야.

슬픔은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너를 이길 수 있는 방법 너는 알고 있어.

지금도 잘하고 있지. 명상 아주 좋아.



하늘에서 동생이 너를 지켜보며

'우리 언니 너무 잘하고 있어' 라며 보고 있지 않을까.

조금만 슬퍼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무 자르듯 반듯하게 되겠니. 조급해하지 말고 너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그게 지금은 최선이야. 너는 할 수 있어. 그지'



한동안 명상을 하며 듣게 된 내면 소리입니다.

슬퍼할수록 내 주위 가족들이 더 힘들어했어요.

속으로 슬퍼하다 이러다 나까지 아플 거 같아 그림을 그리며 눈물을 흘렸고 명상을 하며 그 아이 생각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렇게 울다 웃다 한 작품이 완성되던 날 홀가분했어요.





저의 작품은 빨강 머리 앤 한 장면이었고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린 동생과 함께 티브이에 빠져 보던 만화 주인공을 그리면서 어린 동생이 그리웠습니다. 어디를 가든 그 아이와 함께 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내 삶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던 것을 알았습니다.



명상 속 말이 그러했어요.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다 바람이라오

뭘 그렇게 걱정하오.

다 한순간이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다 구름이라오.

뭘 그렇게 걱정하오.

다 한 조각

바람이라오.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못 배웠다 기죽지 말고

가진 것 많다고 자랑 말고

유명하다 힘주지 마오.

근심이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허물이 없는 사람

또한 어디 있겠소.

출세하기 싫은

사람 있겠소.

돈 싫은 사람

어디 있겠소.

세상 살이 다 거기서 거기 외다.

뭘 그리 고민하오.

다 바람이라오.

다 한순간이라오.



잠시 잠깐 다녀갈 세상.

내 것 네 것 가르지 말고

얼기설기 우리 어우러져 그렇게

살다가 갑시다.



잘나고 못난 게 있소.

예쁘고 추한 게 있겠소.

세상 영원한 거 없더이다.

다 바람이라오.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

뭘 그리 고민하오.

다 바람이라오.

다 한순간이라오.



그러니 지금 잠시 눈을 감고

코로 깊게 숨을 한 번 들이마셔 보시구려.

그리고 입으로 내쉬어 보구려.

이 세상 다 바람이라오



'뭘 그리 고민하오. 다 바람이오'라는 말에 눈물을 흘렀습니다.

동생은 정말 바람으로 돌아갔으니 말이죠.

흙으로 돌아갔으니 말이죠.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홀로 왔다 홀로 떠났지요.



우리 이렇게 명상하다 보면 세상 바라보는 눈이 한결 편안해질 거 같아요.



여러분들도 하루 루틴이 있겠죠.

그 루틴 함께 나누면 좋을 거 같아요.

글을 쓰고 여기 댓글 달아주면 제가 달려가 읽고 응원 댓글 달면 얼마나 좋아요. 서로 응원하며 잠시 잠깐

살아갈 이 세상 서로 힘을 주고받아 살아봐요.



저도 조금씩 힘내볼게요.

없는 힘을 내지 못할 것이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일어서보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해 오후를 맞이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바랐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때 마음가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