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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Jun 01. 2023

인생은 놀다가 가는 것

오늘의 명상 한 소절


비가 오는 목요일입니다.


저는 비가 오는 날에는 쓸쓸해요.


이 쓸쓸함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어요.


다만, 추측한다면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가



'나, 비 오는 거 너무 싫어.

엄마가 비 오는 날 나 데리러

학교 오지 않았잖아. 그래서 나는

비 맞고 혼자 집으로 갔어.

집에 오니 엄마는 없었어'라는 고요한

외침 때문이에요.




아주 어릴 적 상처인데요.


어쩌다 엄마가 교문 앞에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던 그날만 유독


상처를 입었던 거 같아요.










아침에 아이 등교 준비를 하면서


"오늘 비가 올 거 같아서 그러는데.


우산 가져갈래?"라고 아이에게 물었죠.




아이는 "왜! 난 우산 가지고 다니는 거


귀찮아"라고 말하더군요.




"이렇게 흐린 날 너 우산 안 가져가면


엄마가 불안해. 언제 어떻게 비가 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 맞고 학원 차 타러


갈까 봐 그게 마음이 쓰여"라고


제가 말했죠.




엄마 말을 듣던 여니는 두말하지 않고


우산을 챙겨달라고 하더군요.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는


소중하고 귀한 내 아이가 비를 맞을까 봐


신경이 쓰이고 불안했던 모양이에요.




아이의 작은 어깨에 큰 가방과 스마트폰


그리고 우산까지 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또 짠했어요.




아직 만으로 따지면 6세인데


작은 어깨에 많은 짐을 준 건


아닌가 하고요. 저의 초등학교 시절 모습과


매우 흡사하게 보였으니 말이죠.




지금은 학원차가 있어 등하교가 편안하지만


저는 오롯이 두 다리로 걷고 또 걸어야 등하교할 수 있었어요.


나보다 더 편안하게 등하교를 하는데


아이가 왜 짠하게 보이는 걸까요?




엄마 마음과 반대로 아이는 씩씩하게 학원 차에 탔는데요.


등에는 가방을


양손에는 스마트폰과 우산을 쥐고


엄마에게 손을 흔드는 여니를 보며


'참 씩씩하네. 엄마보다 더 씩씩해'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침 8시경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오전 11시 30분경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군요.




작은 어깨에 폰과 우산을 들고


하교할 아이를 생각하니


또 마음이 불편한 거예요.




아이는 혼자서 학원 버스 탈 수 있다고


말하고 갔는데 저는 왜 이렇게 불안하고


두려운지 모르겠어요.




아마 내면 깊숙이 상처받은


아이가 이 광경이 불편한가 봐요. (하교하는 그 시점)




유년 시절 저는 거센 비바람이 불어도


혼자서 학교를 오고 가야만 했어요.




우산이 뒤집어지는 것이 가장


수치스러웠던 건


다른 친구들은 든든한 부모가 동행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혼자서 낑낑거리며 작은 손으로 우산이


뒤집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온갖 힘을 주며 등하교를 한 기억이


고스란히 생존했던 거예요.




그러니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걱정이 되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또 걱정하는


저는 아이들 학교 다닐 때, 그리고


떨어져 지낼 때도 기도했지요.




'저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가 내리더라도 보슬비가 내리게 해 주시고


바람이 불더라도 아이들이 귀가한 후


세찬 바람을 불어주세요'라고요.




그만큼 부모 없이 비바람 맞으며 등하교하는 일이


저에게는 두려움 존재였던 거였지요.




오늘도 비가 옵니다.


아이도 아마 학교 창문을 보며


'엄마 말 듣고 우산 챙기기를 잘했네'하며


흐뭇한 웃음을 짓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야 마음이 편안하고요.




여니는 저만큼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가 아니거든요.


비가 오면 오는가 보다.


바람이 불면 부는가 보다.


눈이 오면 '와 눈 온다'가 전부예요.




근데요. 저는 비가 오면 쓸쓸하고 외로운 생각만 떠올라


 내면 아이를 꼭 끌어안아 줘야 하나 봐요.




'그래 그랬구나. 그때 무서웠구나.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몰랐어. 엄마에 엄마도 엄마에게 챙김을 받지 못해 너에게도


당연히 챙겨줘야 하는 걸 몰랐어. 미안하다.


내 소중한 딸아.'




이 한마디면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는 스르륵 눈을


감고 구슬프게 울어요.




맞아요. 엄마가 비가 올 때마다 저와 동생을 외면하지


않았어요. 성인이 되어 늦게 귀가할 때는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을 갖고 저를 기다리기도 하고요.




엄마 마음이 편안하면 교문 앞에서 저와 동생을


기다리기도 했지요. 그런데 비 오는 어느 한 부분에서


깊게 상처를 받았나 봐요.


그러니 슬픈 감정을 지니며 마음 무겁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어요.




내면 아이가 상처받은 시점으로 들여다보면


가장 비바람이 센 날


엄마는 자매를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래전 아주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가 가장 필요로 할 때 그때


부모는 자매를 찾지 않아


비만 오면 안절부절못하는 거 같아요.




내 아이도 나처럼 상처를 받을까 싶어


오전 내도록 집중하지 못하고 학교로 갈까 아니면


아이를 믿어볼까 갈팡질팡합니다.




동생이 곁에 있었다면 아마 전화를 해서


물어봤을 거 같아요.


너는 비 오는 날 감정이 어떠하냐고요.


이제는 그럴 수 없으니 저 혼자


내면 아이가 울면 우는 대로


꼭 끌어안아주며 토닥여야 합니다.













오늘의 명상 말씀입니다.




내 깊은 무의식의 상처와 기억을 치유하고


정화하고 모든 면에서 내 삶을


이롭게 할 것입니다.




내 무한한 무의식과 잠재의식이 하는 말이라 알아차리고


편안하게 음악처럼 명상하기를 바랍니다.






상처받지 마라.


그 말에 상처받지 마라.




그 행동에 상처받지 마라.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혼자 잘해주고 혼자 상처받지 마라.


잘해준 것도 잊어버리고


못 해준 것도 잊어버려라.




베푼 것도 잊어버리고


못 받은 것도 잊어버려라.




덧없다.


잘해주고받으려고 했다면 그것 또한 욕심이다.


잘해주고 그 잘해준 거 계속 생각했다면


그것 또한 집착이다.




자식이나 친구나


배우자나 지인이나


잘해준 것 있다면 모두 잊어버려라.




아직도 그걸 생각하고 있다면


이제는 놓아버려라.




설사 누군가 나에게 못 해준 것이 있다면


그것 또한 용서하라.




그 시절 그 상황에


나에게 상처 준 이가 있다면


그 또한 용서해 버려라.


놔 버려라. 덧없다.




그거 기억하고 마음에 두고 있으면 나만 힘들다.


내 인생만 무거워진다.


힘들고 아픈 일들


괴롭고 슬픈 순간들


쥐어 잡고 있지 마라.




아픈 마음


상처 입은 마음


담고 살면


그런 일만 더 생긴다.




그러니 지금 탁 털어버려라.


지금 탁 놔버려라.


지금 제일 좋을 때다.


부질없다.




그 불덩이 잡고 있으면


내 몸만 탄다.


내 가슴만 타 들어간다.


이제 그만 놔 버려라.




그래 이제 그만 놔버리자.


깔끔하게 흘려보내자.


툭 놓아버리자.




그래그래 다 놓아버리자.


속 시원하다.


그래 놔 버리니 속이 편안하다.




놔 버리면 이렇게 좋다.


이렇게 놔 버리면 될 것을


그렇게 잡고 있었다.




다시는 잡지 않을란다.


이제는 내 삶을 살란다.


내 인생 내가 개척할란다.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내가 마음 편한 거 할란다.




많이 있으면 좀 나누고


부족하면 좀 아끼고


물 흐르듯


그렇게 살아갈란다.




가족들에게 상처 주지 않고


가족들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남들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남들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그렇게 재밌게 살란다.




방긋방긋 웃으며 미소 지으며


행복하게 살란다.




하루하루 만족하며


감사하며 살란다.






가족들에게 받았던 상처를 그대로 상처로 돌려주는 상황이


늘 존재했어요. 이제는 압니다.


스스로 그 상처를 똑바로 바라봐야 하고


스스로 그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는 것을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상처 더는 하지 말고


즐거움만 주거니 받거니 하며 물 흐르듯


그렇게 살아야 하는 세상인 거 같아요.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 심정을 알잖아요.


저는 여러 각도로 아파본 사람이라


다 이해합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다 이어지는 통증이라서


마음의 병이 곧 육체적 병으로 물듭니다.




그러니 육체가 더 병들기 전


명상을 하며 아등바등 살아가지 말아요.


정말 덧없어요.




저는 오늘도 이렇게 비 오는 날


왜 가슴이 아픈지 외로운지 쓸쓸한지에


대한 내면 아이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명상을 하고 긴 호흡을 들이마시고


또 긴 호흡을 내뱉는 행동.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돈 드는 일이 아니라면 무조건 해야 합니다.




단 5분이면 내 안의 상처가 치유됩니다.


조금 있다 저는 아이에게 전화를 해보려고요.




혼자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오직 엄마인 저뿐이라서 아이를 믿고 떨고 있는 저를 믿으며


아이를 기다려 봅니다.




행복한 명상으로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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