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서평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에 병원 다녀왔어요. 아직 피지와 고름이 나오는 상태라서 당분간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해요.
장기간 테이프를 발라서 그런가 피부 표면에는 두드리기 같은 물집이 잡히더니 가려웠죠. 붉게 물든 엄마 등을 보던 딸은 엄마 고통을 줄여주려고 매일 밤 테이프를 짧게 잘라줘요.
그나마 딸이 곁에 있어 내 손길이 닿지 않은 부위에 딸의 손길을 더하게 됩니다. 이 또한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지요.
언제까지 병원 갈지 미지수예요. 하루빨리 피지와 염증이 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며 몸 회복과 컨디션에 따라 상처가 아물겠지요.
오늘은 잔잔한 어른 그림책을 가져왔어요. 문장이 짧고 그림이 전부라 그림을 보면서 나를 생각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엿볼 수 있으며 인생과 철학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인 거 같아요.
100 인생 그림책인데요. 아이들만 그림책 읽는 건 아니지요. 때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그림책이 필요해요. 갑갑하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잔잔한 울림이 있는 그림책으로 대신하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년의 삶까지 한 문장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은 깊이가 상당히 있어요.
생각이 많아질 때 펼쳐보는 책이고 인생 해답이 보이지 않을 때 해답을 찾기 위해 펼칠 수 있는 그림책인 건 분명해요.
각자 어떠한 삶을 살아야 잘 살았다, 행복했다, 만족한다는 말을 할까요? 그건 바로 내가 원하는 대로 뜻하는 바대로 흘러가면 성공했다고 만족하죠. 그리고 자존감도 높아지죠.
그러나 때론 성공하지 않아도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어요.
남인숙 작가의 만남에서 작가님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자존감은 높을 필요가 없어요. 자존감이 높으면 야망 수준이 높아져요. 또 이걸 해내지 못하면 불안정한 상태가 되거든요." 작가님 말에 저는 이렇게 덧붙여 봤어요. 자존감 높을 필요는 없어요. 다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일어난 힘겨운 상황을 마주하고 문제를 파악하면 불안정한 상태에서도 자존감을 확인하지 않을까요? 야망이 높으면 그 사람 인생이 어떻게 되는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잘 표현하고 있어요.
저도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아니에요. 어릴 때 자존감 높일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했거든요. 근데 사촌 동생은 근거 없이 자존감이 높다고 말한 동생의 숨은 말뜻을 이제야 이해해요.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촌 동생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죠. 계획과 방법을 세우지 않은 채 일부터 벌여 결국 자금이 부족했고 급기야 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고 하더라고요.
살아생전 동생은 "누구누구는 자존감이 근거 없이 높아. 일을 벌이고 나서야 자신이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더라. 내가 보기에는 그 아이가 잘하는 일이 아니었거든요. 조언을 해봤자 들어주지 않으니 지켜보기만 했는데 이런 자존감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걸 그 아이를 보면서 알겠더라. 언니나 나는 일단 내가 잘하는 건지 예측해 보고 덤비잖아. 그 아이는 아니야. 아이러니해. 아마도 삼촌 역할이 커. 삼촌이 근거 없이 아이들에게 자존감만 높여놓은 거 같아."라고요.
사촌 동생의 근거 없는 자존감이 문득 떠올랐고 예전에 '자존감'이라는 질문에 짧은 강의를 했던 남인숙 작가님 말과 일치했어요. 높은 자존감은 야망이 높아진 다는걸요.
사촌 동생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야망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 동생 입장이 난감했다고 넋두리 아닌 넋두리를 했어요.
그런 말이 있잖아요.
자신만의 그릇이 있다고요. 자신에게 맞는 그릇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상을 드높여 잡다 주위 사람들까지 피해를 줬던 야망.
그 동생은 아주 조그마한 네일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자신의 그릇은 딱 여기까지라고 알아차려 다행이라 생각해요.
어쩌면 생전 처음으로 나랑 딱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어.
마침내 때가 되었다는 걸 느끼는 순간, 너는 지금 이 순간을 훨씬 충실히 살 수 있어.
노년 부분에서 마음에 와닿았어요. 자신에게 끌리는 문장이 있잖아요.
좋은 사람 말고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야 인생을 함께 갈 수 있어요. '어쩌면 생전 처음으로 나랑 딱 어울리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어.' 문장은 저의 가슴을 설레게 했어요.
요즘 병원을 다니다 보니 정신이 혼미해요. 긴 글을 쓰기란 어렵기도 하고요. 독한 항생제를 먹다 보니 몸이 금세 피로해져 쉬어야 해요. 짧은 서평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림책으로 나의 인생을 점검해 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