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편도선 염은 일반 감기보다 몇 배로 아팠어요.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이 불고 오후 한낮에는 따사로운 햇살로 땀이 나는 환절기가 지속되고 있지요. 이런 날은 몸이 더 섬세하게 반응해요.
특히나 저는 더 그렇고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콧속에서는 피 냄새가 역하게 나요. 딸도 저처럼 콧속에서 피 냄새가 난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건조한 상태에서 코 벽이 약해져 피 냄새가 나요. 며칠 쉰다고 쉬었는데도 몸은 자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힘든가 봐요.
한동안 괜찮던 복통도 오고 소화도 잘되지 않은 상태가 바로 환절기랍니다. 소화기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유독 환절기,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발목이 잡혀요.
이럴 때일수록 체온을 유지해야 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겨울을 이겨낼 수 있어요.
복통이 생길 때는 찜질을 해요. 저는 손발 그리고 복부가 차가운 사람이거든요. 다른 곳은 따듯한데 배는 차갑거든요. 옷으로 복부에 체온을 올리려고 해도 역부족이에요.
핫팩이나 찜질을 해서 체온을 올려야 미세한 복통을 줄일 수 있어요.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 환자는 겨울이 힘들어요. 어떤 분은 여름이 힘들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에어컨 바람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가을과 겨울 사이만 잘 넘기면 더는 고통이 따라오지 않거든요.
차가운 물보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틈틈이 따끈한 차로 몸을 보호해요. 오랫동안 질병을 안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방법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낫고 어떻게 하면 더 아프다는 걸 알게 되지요.
아직 편도선 염이 낫지 않았지만 지난주보다는 훨씬 나아져 글을 다시 써요.
나는 말하듯이 쓴다
오늘 읽어 드릴 책은 '나는 말하듯이 쓴다'예요.
글을 어떻게 쓸지 몰라 방황하고 있다면 말하듯이 글을 써보세요. 글쓰기 관련 책을 읽다 보면 일단 무조건 써보라고 해요.
근데 무조건 쓴다고 잘 쓰는 글이 되지 않았어요. 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책을 필사를 해요. 닮고 싶은 부분만 쓰니 글이 늘지 않았어요.
일단 내가 말하는 것처럼 쓰되 닮고 싶은 작가 글을 인용하는 거죠.
나는 말하듯이 쓴다
편도선 염 초기 증상일 때 찍어 둔 사진인데요. 정성이 부족하다고 느끼죠. 사진도 이런 느낌이 드는데 하물며 글은 더 해요.
대충 쓴 글과 정성 들여 쓴 글은 표가 나요. 진심을 다해 글을 쓴다는 건 에너지와 시간이 요하는 작업이지요.
과하게 글을 쓰는데 에너지를 소비하고 나면 오후엔 힘이 없었어요. 이젠 에너지를 분배해서 잠들 때까지 체력을 비축해야겠다는 생각을 지난 며칠 사이에 했어요.
나는 말하듯이 쓴다
서평이나 글을 쓴다는 건 방법이나 방식이 있는 게 아니에요. 저자가 통했던 방법이 오히려 나에게는 맞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이런 걸 가려내려면 많이 읽고 써보는 것 말고는 없어요.
음식도 많이 먹어본 사람이 어떻게 먹으면 맛있고 어떻게 먹으면 조합이 맞지 않다는 걸 알듯 글도 마찬가지예요. 생각만으로 글을 쓰는 건 늘지 않아요. 누가 보든 말든 써야만 늘어요. 그것도 누군가가 읽는 곳에서요. 일기는 글이 늘지 않는 공간이에요. 누군가가 읽지 못하잖아요. 자신만 읽기에 글이 늘지 않지요.
하지만 누군가가 읽게 되는 공간은 아무래도 퇴고를 여러 번 하게 되니 글이 늘 수밖에 없어요.
나는 말하듯이 쓴다
1. 말과 글의 기본이 되는 일곱 가지 힘
글쓰기를 힘들어하는 이유도 질문을 주거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글쓰기는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게 언제였지?', '누구였더라?', '이것에 관한 내 생각은 뭐지?'라고 자기 자신에게 물을 수 있으면 쓸 수 있다.
글에서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별것 아니다 알고 싶은 욕구의 충족이다. 모르는 사실을 알고 싶고,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다.
알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공감이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구나', '어쩌면 이렇게 내 처지와 심정을 잘 알까?' 하면서 위로받고 용기를 얻고 싶어서 읽는다.
보고 싶은 데를 보면 보이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을 묘사해 보자. 현상, 현황, 상황을 상세하게 서술해 보자. 사실대로 현장감 있게 쓰고 의미를 강조해 보자. 사건, 사물을 보이는 대로 쓰고, 사람의 심정, 처지, 사정을 헤아려 쓰고, 현상의 이유, 원인, 전망을 분석해 쓰자. 글은 자신의 시건이고, 관점과 해석이며, 감상이다. 길들지 않은 자신의 날것을 글로 쓰자.
글을 쓸 때도 내 주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본다. 그는 내 의견에 어떻게 반론할지 생각하고 그 반론에 재반론해 본다.
읽기와 듣기는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소유 행위'다. 쓰기와 말하기는 내 것을 남에게 나눠주는 '공유 행위'다.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경우는 세 가지다.
첫째,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그림을 글로 완전하게 표현하지 못했을 때다.
둘째, 작가와 독자의 수준에 차이가 있거나, 서로의 경험이 달라 작가의 말에 독자가 공감하지 못할 때다.
셋째, 독자가 어느 지점에서 공감하는지 모르고 썼을 때다. 독자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독자는 어떤 내용에 마음이 움직이고 공감하게 될까. 내 글에 공감하게 하려면 '내가 너와 같은 편'이라는 믿음을 주면 된다. "우리가 이런 공통점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취향이건 성향이건 지향이건 말이다.
글을 쓰려면 전체를 부분으로 분해하는 분석력과 부분을 전체로 종합하는 통찰력이 필요한데, 쓰다 보면 글의 흐름과 방향이 잡히면서 '이렇게 쓰면 되겠구나'하는 때가 온다.
글은 생각이 떠올라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글쓰기는 이 순간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다. 그 이전까지는 암중모색할 뿐이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2. 그래서 어떻게 합니까 : 말하기와 글쓰기의 기본 태도
말해보고 쓰자. 말하듯이 쓰자. 이렇게 권하는 이유는 말하기가 글쓰기보다 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말을 먼저 배웠다. 남에게 말하는 게 여의치 않으면 혼잣말도 좋다.
글은 한 박자 늦게 와닿아야 더 좋다. 글에 고유한 표정이 있고, 그 표정을 독자 스스로 알아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말은 즉시 통한다. 글을 써놓고 고칠 수 있지만, 말은 퇴고할 수 없다. 글을 쓰기 전에 자료를 찾아보는 등 이런저런 준비를 하지만, 말은 대게 준비 없이 즉각적으로 한다. 그래서 말은 글보다 깊이가 덜하다.
글쓰기는 왜 어려울까. 가장 큰 이유는 두려워서다. 두려워서 자신이 없다. 자신 있으면 두렵지 않고, 두렵지 않으면 쓸 수 있다.
뇌를 이기는 방법은 기습적으로 무턱대고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요령 피우지 못하도록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한다.
잘 쓰려하지 않고 그냥 쓰면 된다. 자주 쓰다 보면 괜찮은 글을 쓰게 되고 자신감도 생긴다. 글쓰기 근육이 붙는 것이다. 그때까지 쓴다는 마음으로 밀어붙여 보라.
습관으로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장소 정하기다.
둘째, 시간 정하기다. 집에서 쓰는 지금은 새벽과 오전 시간을 주로 활용한다.
셋째, 반복이다. 규칙적으로 반복해야 한다.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하루도 거르지 말고 매일 써야 한다. 그리고 일정 시간을 채워야 한다.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은 써야 한다.
넷째, 집중이다. 글을 쓰는 시간에는 메신저나 SNS를 보지 않는다.
다섯째, 꾸준함이다.
여섯째, 휴식이다.
일곱째, 장기 목표다. 매일매일 쓰되 1년 후나 2~3년 후에 무엇을 이뤄내겠다는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3. 말과 글의 맛 끌어내는 최고의 재료들
자료 찾기도 글쓰기 실력이다. 자료를 빨리, 잘 찾는 데 필요한 역량이 있다.
지식으로 글쓰기는 다음 여섯 단계를 거친다.
1. 지식을 찾는다.
2. 지시을 이해 한다.
3. 지식을 설명한다.
4. 자기만의 관점과 시각으로 해석해 의견을 덧붙인다.
5. 현실에 적용한다.
6. 해법이나 대안을 제시한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4. 조금 쓰고 늘리기, 말해보고 줄이기
흔히 문단은 네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한다.
통일성, 긴밀성, 강조성, 완결성이다. 한 문단에 하나의 주제만 담는 것이 통일성이고, 문장들이 잘 연결되는 것이 긴밀성이며, 독자가 소주제문을 잘 파악하도록 충분한 예시와 설명, 논거로 뒷받침하는 것이 강조성이고, 한 문단 안에서 하고자 하는 얘기를 모두 마치는 것이 완결성이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5. 개요 짜기부터 퇴고까지. 책 한 권 써보기
감정으로 쓰려면 소환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과거의 기억이다. 누구나 기억이 있다. 내 기억에는 분노, 수치심, 죄책감, 그리움이 배어 있다. 비굴함과 비겁함도 숨어 있다.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마음 다스리기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사람, 다시 말해 마음 근육이 단단한 사람이 계속해서 쓸 수 있다.
둘째, 기분 다스리기다. 기분은 글쓰기의 마음 환경이다. 사람에 따라 글이 잘 써지는 상태가 있다.
셋째, 그야말로 감정이라고 일컬어지는 정서와 감성 다스리기다.
정서와 감성은 글쓰기의 재료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
6. 오늘도 말하고 쓰는 이유
→ 글은 곧 말이 되고 말은 곧 글이 되기도 합니다. 말은 퇴고할 수 없지만 글은 퇴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죠. 나 또한 말보다 글을 더 좋아합니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편지가 아닌 SNS로도 안부를 전할 수 있죠. 텍스트로 말이죠.
메모나 텍스트로 인해 이루어진 글은 곧 나의 일상이 되고 역사가 되기에 기록해두어야 해요. 현재 지금의 날이 돌아오지 않고 다시 돌아가려고 해도 갈 수 없으니까요.
글을 쓰면 쓸수록 늘듯이 말도 하면 할수록 늘어요. 일단 해보자고요. 매일 꾸준히 정해진 시간만이라도 해보는 거죠.
저는 일단, 아이가 없어야 해요. 학교 가고 나면 오전 시간 중 한 시간만 글에 집중합니다. 그 후로 다른 일을 해요.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쓰기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그래야 독자가 원하는 글을 내 안에서 끄집어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