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유언장 시리즈 1 연재
여니야,
엄마는 네 두 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매일 밤 속으로 울었단다.
메일 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을 바라보며 두 손 모아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언니들에게 미안하다고, 용서해 달라고 속죄하듯 기도했어.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울지 말라”는 듯 네가 엄마에게 왔단다.
입덧이 가라앉고 몸이 조금 가벼워졌을 때, 엄마는 새로운 선택을 했어. 언니들의 기억이 가득한 도시를 떠나 아빠가 있는 곳으로 이사를 한 거야. 낯설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엄마는 오로지 너를 위해 용기를 냈어.
아빠는 주야 교대 근무로 늘 피곤했기에, 엄마는 집에만 있기엔 심심하고 또 눈치가 보였어. 그래서 온라인을 뒤지며 육아교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단다. 사실 엄마 나이는 마흔. 병마와 함께 살아가면서도, 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는 두려움 대신 희망이 찬 발걸음을 떼었어. 엄마 목숨보다 네가 더 귀했기에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단다.
육아교실에서는 많은 걸 배우고, 소소한 경품을 받는 재미에도 웃음을 터트렸단다. 그때의 엄마는 가장 나이가 많은 산모라 다들 “언니”라 불렀지.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특별한 추억이 되었어. 이 모든 것이, 네가 안겨준 선물이자 행복이었지.
행복을 마음껏 누리는 와중에 기적처럼, 큰 경품이 당첨되는 순간이 찾아왔단다. 바로 휴대용 유모차였어.
집으로 배송된 유모차를 보며 아빠와 함께 환하게 웃었지. “엄마가 제일 잘한 일은 너를 가진 거야”라는 확신이 온몸을 가득 채웠단다. 젖병, 손수건 같은 작은 것들까지 하나하나 받을 때마다 엄마는 참 행복했어.
몸이 무거워도 임산부 요가에 참여했고, 돌솥비빔밥으로 두어 달을 버티다 입덧이 가라앉고 다양한 음식을 찾아 너와 나눠 먹으며 즐거웠어. 그렇게 6개월 동안 이곳저곳을 누비며 태교 했던 시간은, 엄마에게 단, 한순간도 후회가 없는 날 들이야. 만약 집에만 있었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테니까.
여니야, 사실 엄마는 원래 낯가림이 심한 사람이었지만, 낯선 도시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육아교실을 찾아다닐 수 있도록 용기를 준 건 바로, 너였어. 네가 엄마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엄마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었단다.
조금은 엉뚱했던 엄마의 태교. 하지만 그 시간은 우리 둘만의 가장 빛나는 추억으로 남아 있어. 엉뚱한 태교를 너에게 전달하는 이유는 바로 이거야. 너도 훗날 결혼하고 임신하면 내가 없어졌다고, 우울하지 말고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록 글이지만 전하고 싶었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엄마를 기억해 주면 더 좋고.
그리고 엄마는 믿어. 그 모든 웃음과 설렘이 너에게 따뜻한 힘으로 전해졌으리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