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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너에게

너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울타리, 가족 이야기

by 치유빛 사빈 작가

사람은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단다. 지금은 엄마가 네 곁에서 있지만, 엄마가 없는 훗날에 너를

떠올리면 마음이 미어진단다.


혼자가 되었을 때, 네 곁에는 언제나 너를 지켜온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어.


그 울타리의 시작은 네 언니들이야. 엄마가 배 아파 낳은, 두 언니 말이다. 엄마는 동생을 먼저 하늘로 보냈지만,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분명하단다. 혈육이 어디에 있든 삶이 지칠 때 그들을 떠올리면, 안심이 되거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은 외톨이자 고아라는 느낌마저 줄 거야. 내가 늙어 떠나고 나면 네 혼자만 남게 된다는 두려움이 엄습할 거야. 그때를 위해 엄마가 언니들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


여니는 큰 언니보다 작은 언니와 많이 닮았어. 피부 빛깔까지도 세 자매는 닮아서 신기했어. 엄마는, 너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두 언니의 모습이 번갈아 보여서, 한참이나 바라보곤 한단다. 그리움은 늘 있지만, 너를 보며 위로를 얻어.


엄마가 처음 엄마라는 이름을 얻었을 때, 어린 나이가 아니었지만 모든 게 서툴렀어. 큰 언니는 집에서 진통을 버티다 병원을 늦게 가는 바람에, 목에 탯줄을 감고 태어났어.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죄책감이 밀려왔는지 몰라. 초롱초롱한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던 언니 눈빛은 지금도 잊히지 않아.


작은 언니는 좀 더 준비된 마음으로 맞이했어. 큰 언니 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랐고, 덕분에 무사히 품에 안을 수 있었지. 두 아이를 안았을 때 엄마는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단다.


그러다 언니들을 엄마 곁에서 떼어내야 했을 때, 엄마 마음이 찢어졌어. 겉으로는 언니들이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엄마로 인해 어린 가슴에 분명 생체기가 남았을 거야. 그 미안함 때문에 엄마는 더 당당한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어.


시간이 흘러 네가 태어나던 날, 예정일보다 일찍 양수가 터졌어. 두 언니와 달리 갑작스러운 출산이었지. 10달 동안 뱃속에 있으면서 뱃속이 좁았는지 위장을 눌렀던 너는 세상에 일찍 나오려고 했던 거 같아.


병원에 도착하니 너는 쉽게 나오지 않으려고 했고 의사는 유도분만을 권했어. 간호사들이 엄마 배를 눌러가며 너를 만나게 해주려고 했을 때,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


작고 소중한 네가 엄마 품에 안기면, 네가 언니들 대신해 엄마에게 와 준 거 같아, 그토록 소중했어.


여니야, 너에겐 사촌 언니도 있지만, 무엇보다 같은 피를 나눈 두 언니가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억지로 맺지 않아도, 인연이 닿으면 언젠가 자연스레 만나게 될 거라는 걸, 엄마는 알고 있어.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 위로가 될 거야.


며칠 전 네가 엄마에게 물었지. 엄마는 아빠를 미워해서 헤어진 거냐고. 엄마는 사랑 모양이 변해서 헤어진 거라 대답했지만 사실은, 별거 중에 아빠 곁으로 돌아가려고 했어. 하지만 그때 되돌릴 수 없는 사고가 있었지. 그렇다고 아빠와의 사랑 없이 네가 태어난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


엄마와 아빠의 사랑은 끝났지만, 너와 아빠의 인연은 여전히 남아 있어.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 아빠를 만날 수 있단다. 엄마가 곁에 없어도 아빠가 있고, 두 언니가 있으니 외로워 말아라.


가족은 완벽하지 않지만,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는 집이란다. 서로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는 거야. 그러니 두려워 말아 줘.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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