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다시 일어서게 하는 꿈의 등불
엄마가 오늘 너에게 남기고 싶은 또 하나의 유언은 “꿈을 놓지 말라”는 거야.
9살 여니는 꿈이 무려 16가지라고 엄마에게 말하면서 어떻게 해서 이 꿈을 다 이룰지 계획을 야무지게 잘 세웠던지, 놀라웠어. 네 얘기를 들으면서 엄마는 공감보단 현실을 말했지만, 사실 엄마는 네가 기특했어. 뭐가 어떻든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건 긍정적이니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우선순위로 정한 너는 엄마가 말했지. 꿈은 거대하고 대단한 직업이 아니라, 여니가 끝까지 갈 수 있고,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꿈이라면, 언젠가 돈은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온다고 했지만, 어린 너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더라.
꿈이란 꼭 대단하고 멋진 직업만을 뜻하는 게 아니란다. 너를 웃게 하고, 가슴을 뛰게 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거. 그게 바로 꿈이야. 네 마음이 즐겁지 않다면, 그건 네 길이 아니야.
억지로 먹은 음식으로 아픈 것처럼 내가 나를 모르고 남들이 하는 거니깐, 보수가 엄청나니깐, 현실이 그러니깐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나를 맞추다 보면 음식처럼 탈이 나서 서러워져.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하지. 현실을 보라고. 물론 현실은 무시할 수 없어. 하지만 현실만 바라보다 보면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단다. 꿈은 바로 그 길에 불을 밝혀주는 등불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어.
엄마 사춘기 시절 예쁜 달력에 시를 적어 친구에게 주던 때가 있었단다. 그때는 글을 좋아한다는 것도, 글이 삶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어. 만약 엄마가 엄마를 제대로 알았다면 다른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지.
종이와 펜 앞에 앉아 글을 쓰면 힘든 세상을 조금은 견딜 만했거든. 글은 그저 취미였다는 걸 그 어렸던 엄마가 알았는지도 몰라. 중학교를 지나고 고등학교에 가면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어. 할머니는 엄마가 글을 좋아하는지 관심이 없었고, 엄마는 현실에 맞춰 살아가야만 하는 줄 알았어. 글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집안 환경으로 일찍 감치 포기했는지도 몰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엄마의 꿈은 오랫동안 서랍 속에 잠들어 있었지. 마흔을 넘기고서야 알았고, 그 서랍장을 열게 되었단다. 사실 엄마 앞에 펼쳐진 삶이 녹록지 않아 새까맣게 잊고 살았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간 속에 진정한 엄마를 찾았고, 혼자가 되고서야 펜을 잡게 되었어.
그리고 알게 되었지. 사람을 살리는 건 돈도, 명예도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확신’이었던 거야. 그 확신이 있어야 아픈 날도 버틸 힘이 생기거든. 엄마를 살린 건 결국 꿈이었어.
사람들이 평범을 말할 때 엄마는 결국 평범을 포기하고 엄마다운 길을 선택하면서, 새하얗게 쌓인 먼지를 걷어내고 꿈이 담긴 서랍을 열게 되었지.
꿈은 언젠가는 이루고 마는 마법 같은 가루였어. 만약 엄마가 자신을 포기하고 남들이 살아가는 방식대로 살았다면 지금까지도 서랍 속에 둔 꿈을, 발견하지 못했을 거야.
꿈이 있다는 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갈 자격이 있어. 아무리 작은 꿈일지라도 소중한 거야. 누가 뭐라 하든 네가 꾸는 꿈을 지켜야 해.
꿈을 마음속에만 품는 게 아니야. 한 줄의 글, 한 장의 그림, 한 곡의 연주처럼 작은 실천이 쌓여서 현실이 되는 거라는 걸 잊지 마.
엄마가 볼 때, 여니는 사진을 잘 찍더라. 정확한 구도와 네가 원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찍는데 정말 놀랐어.
하지만 너의 꿈에 사진작가가 없어서 아쉽기는 하더라. 언젠가는 “엄마 나 사진을 참 잘 찍는 거 같아.”라고 말하는 날이 올 거라 믿어. 네가 말한 16가지 꿈을 뒤로하고 카메라 하나만 메고 여행을 떠나지 않을까 잠시 상상해 본단다.
만약에 엄마가 생각한 것과, 다른 꿈을 선택해도 엄마는 너를 응원할 거야. 꿈은 자꾸만 바뀌는 거니깐. 지금 엄마도 최종 꿈이 바뀌고 있거든. 그러나 본질은 꿈을 향해 한 걸음 걷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야.
꿈이 바뀌고 가짓수가 늘거나 줄어도 괜찮아. 그건 네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중요한 건 “나답게 살고 있나?” 스스로에게 묻는 거야. 그 대답이 바로 네 꿈이 될 거고.
넌 엄마에게 물어보겠지. ‘엄마는 엄마답게 살고 있어?’라고. 엄마는 당당히 말할 수 있어. 엄마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야.
엄마는 네게 주문을 남기고 싶어. 다른 사람보다 앞서가려 애쓰지 말고, 네 마음이 끌리는 길을 따라가렴. 길이 좁고 느려도 괜찮아. 꿈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란 걸 꼭 기억해 줬으면 해.
엄마 역시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가고 있단다. 조급하면 실수하고 실패하게 되지. 실패가 반복되면 결국 나를 믿지 못하고 꿈을 포기하고 말아. 그래서 엄마는 엄마 속도대로 가고 있는 거야.
혹시 네가 길을 잃고 흔들릴 때가 오더라도, 엄마는 언제나 여니 등 뒤에서 이렇게 말할 거야. “괜찮아, 다시 시작하면 돼.”라고.
여니야, 네 날개를 스스로 꺾지 말고, 하늘 높이 펼쳐서 날아봐. 네가 믿는 그 꿈이 결국 너를 지켜 줄 거야.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란 걸 잊지 말고.
네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 그게 무엇이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