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이 들려준 노래
여니야, 오늘은 조금 진지한 이야기 하려 해. 우리가 매일 숨 쉬고, 밥 먹고, 꿈을 꾸는 이 몸, 부모가 물려준 몸은 네가 가진 것 중 가장 소중한 재산이란다. 돈이나 집은 잃어도 다시 구할 수 있지만, 건강은 잃으면 되찾기 어려워.
엄마도 젊었을 땐 몰랐어. 밤새워 일하고, 끼니를 거르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지.
“조금만 더 하면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겠지.” “조금 더 버티면 내가 원하는 곳에 오를 수 있겠지.” 그렇게 안일하게 몸을 혹사하다, 결국 결혼 후 몸이 완전히 멈춰 버렸단다.
병원에서는 무슨 병인지조차 알 수 없다고 했어. 앞이 막막했지. 어두운 긴 터널 속에 갇혀 허우적대며 출구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빛은 보이지 않았어.
망가진 몸은 숨쉬기도 버겁고, 눕지도, 앉지도, 서지도 못한 상태로 몸이 무너져 버렸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엄마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된 거야. 순간 그 무엇도 소용없었고, 그저 숨 쉬고 눈을 뜨는 것만 소중했어.
기적처럼 회복했지만, 인간은 쉽게 잊는다잖아. 또다시 몸을 혹사했고, 결국 두 번째 큰 병을 맞았지. 긴긴 투병 끝에 건강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던 계기였어.
또다시 건강을 잃고 병실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건강한 두 발로 그냥 길 위를 걷는 아주 평범한 일상, 미처 우리가 느끼지 못한, 대수롭게 여겼던 일이 소중하게 다가왔어. 화려한 미래보다 건강이 우선이었어. 환자복을 입고 매일 맞는 수액이 그때 엄마의 유일한 ‘건강을 지키는 도구’였으니까. 건강을 잃고 나니, 그동안 쌓아온 삶이 한순간에 허무했지.
건강해야 바람도, 오고 가는 계절도 만날 수 있는 것을 알면서 방관했어. 병실에서 보이는 계절은 아픈 엄마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지. 아프면 아무것도 느낄 수 없으니까.
엄마는 여니에게 건강보다 그 무엇도 소중하고 귀한 건 없다고 말하는 거야.
너는 네 몸을 위해 즐겁게, 맛있는 밥을 매 끼니 챙겨 먹고, 네가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해. 주위 눈치 보지 말고, 네 인생은 너를 위해 쓰는 거야. 바보 같은 엄마처럼 나를 버리지 마. 그 끝에는 아픔만 남아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엄마는 건강을 두 번 잃고 나서야 건강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 첫째는 몸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는 건강을 잃으면 사랑도, 꿈도, 가족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거야.
두 번 아픈 뒤로, 엄마는 조금씩 달라졌어.
아침엔 따뜻한 물을 마시려는 노력과 싫어도 20분은 운동하려는 노력, 입에만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몸에 필요한 음식으로 제때 밥을 챙겨 먹으려고 애쓰는 거, 매일 하루 한 잔, 주기적으로 건강 주스를 마시는 거, 스트레스는 오래 붙잡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엄마를 보았고 완벽하진 않지만, 이제라도 내 몸의 소중함을 연습하고 있어.
여러 번 고난을 이기고 나니 마음을 지키는 것도 건강의 일부였어.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어서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함께 무너져. 모두 잃겠다는 두려움이 나를 갉아먹었지.
여니야, 젊다고 건강을 해치면 안 돼. 아픔을 참는 것도 능사가 아니야. 조금 아프면 쉬고, 힘들면 내려놓아야 해. 몸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단다. 그것만이 네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야. 남자 친구도 남편도 부모와 친구도 대신 챙겨주지 못해. 오직 네가 챙겨야 하는 거야.
엄마는 젊을 땐 회사와 부모, 그리고 형제를 위해, 결혼 후 가정을 위해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살았어. 내가 우선순위여야 했는데, 엄마는 항상 마지막이었어. 그 결과 건강을 잃고 죽을 때까지 병과 친구처럼 지내야 해.
긴 병에는 효자는 없었고 결국 아픈 사람만 서러웠어. 그래서 엄마는 너에게 당부하고 싶어. 절대 네 몸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 달라고.
엄마가 너를 열 달 품을 때도 바라는 건 오직 하나, 건강이었어.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어. 네가 건강하다면 다른 건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기를 바랄게.
때론 살다 보면 아플 수 있어. 그럴 때 네 몸이 보내는 반응을 놓치지 말고, 나를 한 번쯤 들여다 봐줘.
건강은 네 인생의 첫 번째 조건이자 마지막 유산이란다. 혹시 먼 훗날 엄마가 곁에 없더라도 이 말이 네 마음속에 살아 있기를.
너에게 들려주는 모든 말이 살아 있는 유언이란다. 나에게 온 건강이 하찮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글을 남겼어. 건강해도 한 번쯤 나를 보살펴 줘.
사랑하는 딸, 엄마가 많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