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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이번에도 딸입니다. 쿨하게 웃었던 엄마

엄마의 유언장 시리즈 1

by 치유빛 사빈 작가

네가 세상에 나오기 전, 산부인과 진료실은 긴장감이 감돌았단다. 개월 수가 꽤 지났는데도 의사 선생님은 너의 성별을 쉽게 말해주지 않았어. 엄마가 이미 두 번의 출산 경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혹여 이번에는 아들을 기대할 거라는 병원의 짐작이었는지도 몰라.


그래서일까, 의사의 망설임 속에서 엄마는 이미 알았어. 너는 딸이라는 걸.


아이는 하늘에서 신이 주신다고 했어. 엄마가 아무리 다른 성별을 원한다 한들 그건 인간의 욕심으로 이루어지지 않지. 알고 있는 부분이라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었어.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떨까, 내게 온 너를 사랑으로 품어 키우겠다는 다짐만이 가득했어.


병원에서 미루어도 엄마는 조급하지 않았어. 말해줄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였거든. 임신 6개월쯤이었을까. 그날은 유난히 의사 표정이 달랐어. 오래 미뤄왔던 이야기를 꺼내듯 조심스럽게 물었지. 혹시 아들을 기다리고 있느냐고 말이야.


아빠는 망설임 없이 딸이면 더 좋다고 했고 엄마 역시 딸이어도 상관없다며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지. 그때야 비로소 의사 표정이 풀렸고, 핑크 옷을 많이 준비하라고 하더라.


엄마와 아빠는 병원 문을 나서며 환하게 웃었어. 아빠에게는 첫아기였으니 행복했던 거 같아. 엄마 마음속에 한 줄기 햇살이 스며들었지. 그 온기는 따스함을 넘어, 더 포근한 빛줄기였어.


언니들이 보고 싶어 울며 지새우던 날을 뒤로하고 상처였던 그곳에 새살이 너로 인해 싹을 틔웠어.


이미 두 언니를 키워본 경험이 있던 엄마에겐, 네가 딸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더 든든했어. 언니들보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며, 세심하게 키울 자신이 있었어.


세상은 여전히 아들이 귀히 여겼지만, 엄마 생각은 달랐어. 엄마에게 너는 딸이어서 더 특별하고, 더 사랑스러웠단다.


작고 동그란 머리, 오밀조밀한 손가락, 초음파 화면 속에서 움직이는 네 모습만으로 이미 완벽했어. 또렷한 이목구비는 아빠를 닮아 있었고, 다리 길이는 남아와 같은 길이를 보였지. 이 또한 아빠 키를 닮았던 너였어.

그 순간 엄마는 한없이 미소 짓을 수밖에 없었어.


기적처럼 내게 와준 너를 지켜내겠다고 다짐했어, 딸이든 아들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단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연이 다시 내 품에 안긴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감사했고 소중했어.


여니야, 기억하렴.

너는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니야. 네가 세상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눈부시고, 빛나며, 사랑받아야 마땅한 아이야.


엄마는 언제나 그렇게 널 바라본단다.

딸이어서 고마운 너,

훗날 나와 친구가 되어줄 너,

존재만으로도 세상을 환히 비추는 너.


언제나 엄마는 너로 인해 사랑을 배워가고, 사랑으로 살아간단다.


너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 오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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