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기사님

엘베 없는 4층

by 주니퍼진

"기사님. 부재 시 문 앞에 두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거의 대부분 집에 아무도 없을 때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기에 기사님 얼굴을 뵙고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기가 힘들어요.

눈, 비 오는 날이면 늘 가장 분주히 이동하는 기사님의 탑차는 어김없이 엉금엉금 거북이가 돼요.

밤이 될수록 탑차 안의 짐이 점점 줄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늦은 밤까지 탑차 안에 짐이 가득한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어요. 부디 다치지 마시고 안전하게 마무리되길 바랐어요.


우리 집은 엘베 없는 빌라 4층이에요.

장을 많이 본 날 저 조차도 4층까지 오르기가 너무 싫어요. 그래서 우리 집은 절대 무거운 물건은 주문하지 않아요.

무거운 물건은 무조건 직접 구매해요. 그것이 우리 가정이 기사님께 할 수 있는 배려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택배로 받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양의 액상 건강보조식품이 있었어요.

너무 죄송해서 그냥 일층에 두고 가시라고, 제가 직접 올리겠다고 메시지도 남겼었죠.

그런데 집에 오니 저희 집 앞에 그 많은 양의 무거운 박스가 다 올려져 있는 거예요.

너무 감사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약소하지만 커피쿠폰을 보내드렸어요.

그랬더니 답문이 왔어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할 일을 했으니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오히려 더 죄송하고 감사했답니다. 그리고 참 든든했어요.


아파트에서 이런 일도 겪었을 거예요.

기사님이 엘베를 잡아두고 물건을 분주히 옮길 때 함께 탄 주민들이 한숨 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기사님은 안절부절못해하며 미안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하죠. 기사님의 분주함을 모두가 알고 고마움을 알지만 순간순간 사람들은 이기적이 되니까 부디 너무 마음 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일일생활권으로 잘 지내고 있는 이유에는 택배기사님들의 노고가 있음을 기억해요.

명절과 절기마다 우리들의 가정이 더욱 풍성해지는 만큼 더불어 가득해지는 택배량으로 오히려 명절과 절기를 여유롭게 보내지 못하는 슬픔도 있음을 기억해요.

기사님들의 노고로 우리가 맞이하는 편안과 여유로운 휴식과 준비들이 있음을 감사히 여깁니다.


상자들로 가득했던 탑차가 깨끗이 비워질 때의 그 가벼운 마음에 응원과 고마움을 보내요.

충분한 쉼을 통해 온전한 회복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이미 분주한 일정이 시작되었을 기사님의 시간에

부디 안전함과 실수 없는 완벽한 하루가 되길 바래요.

더불어 따스함도 느끼는 마음이 흡족한 날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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