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째깍째깍.
시간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째깍째깍 앞만 보며 달려간다.
주말인데도,
괘종시계가 집에 없는데도,
째깍째깍 시간 가는 소리가 들린다.
강박인가?
눈을 뜨면 6시,
끼니를 때우고 설거지를 하고
조금 움직이면 어느덧 정오가 되어 있다.
금세 시간은 저녁을 향해 달려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을 깨달은 난
이름 모를 죄책감 같은 것에 사로잡힌다.
반복이다.
또 반복이다.
째깍째깍 시간으로부터의 광복이 절실하다.
나는 시간의 굴레라는 감옥의 죄수.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 죄수였다.
평상시엔 시간이란 망각에 사로잡혀
이마저도 인지하지 못하고 산다.
그런데 오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4의 마지막 화를 보던 중,
괴물의 정체가 드러나는 씬에서
의미심장한 문장을 만났다.
<괴물 베크나의 독백>
사실, 인간은 독특한 유형의 해충이야.
증식하고 우리 세계를 병들게 하면서
자기들만의 구조를 강요하지.
남들이 질서라 부르는 것이 내게는 구속이었어.
인위적인 규칙이 지배하는 잔인하고 억압적인 세상.
초, 분, 시, 일, 주, 월, 연, 수십 년.
각각의 삶은 이전 삶의 빛바랜 복제품일 뿐이야.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자고 번식하고 죽지.
모두가 그저 기다려.
모든 게 끝나기만을 기다리지.
그 우스꽝스럽고 끔찍한 연극을 매일같이 하면서.
난 그럴 수 없었어.
도저히 내 정신을 닫고 그 광기에 동참할 수 없었어.
괜찮은 척할 수 없었지.
그리고 깨달았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배우의 연기가 그의 광기 어린
푸르슴한 눈빛과 어우러져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자고 번식하고 죽는
인간의 삶.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인위적인 질서는
시간이란 창살 속에 스스로를 가뒀다.
하루 24시간을 반복해서 뱅글뱅글 돌다가
죽음이란 시간의 또 다른 감옥 속에
차가운 주검을 맡긴다.
그렇게 시간이란 잔인하게 우릴 억압하고
목을 조여 온다. 째깍째깍. 째깍째깍.
그것은 일종의 광기다.
끊어낼 수 없는.
2022년 5월 29일 일요일 저녁 7시 58분.
내일 눈을 뜨면,
2022년 5월 30일 월요일 아침 6시겠지.
정말 강박인 걸까?
째깍째깍,
째깍째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