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부옇게 먼지 낀 버스 차창 너머 부연 하늘을
덜 깬 눈으로 멍하니 바라본다.
졸리다.
이대로 눈을 감으면 다시 잘 수 있을 것 같아.
피곤해.
자도 자도 피곤이 사라지질 않아.
즐겁지가 않아.
살면서 출근길이 즐거울 날이 오긴 할까?
역시 그런 기대를 포기하는 게 나을 거다.
인정하면서도 부정하고 싶다.
현실 부정이 모든 감정을 지배할 때면
잠시 나로부터 시선을 지구 밖으로
줌 아웃해본다.
이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저 하늘이라는 장막을 걷어내면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미지의 공간
암흑의 공간
무한한 우주라는 공간에 지구라는 행성이
외롭게 두둥 떠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버스 안에서 졸린 눈을 가까스로 뜨고 있는
현재가 현실인지
무한의 공간에 이상하게 떠 있는
현재가 현실인지
줌 인과 줌 아웃을 반복해 본다.
이상한 두 현실의 괴리감에
가끔은 출근하는 나의 작은 현실에
너무 매몰되어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인간들은 이 작은 별에
복잡 미묘한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었고
그 세상에 집중하면서 살아간다.
아니, 집중은 변명이다.
집착하면서 살아간다.
그것만이 전부인 것처럼.
그것만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더라도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살기 위해선 의식주가 필요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선
돈이란 것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식하지만 바뀌는 건 없고
아침 8시.
덜 깬 눈으로 버스 너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그래도 여전히 궁금하다.
이 지구라는 행성에 단단히 발 붙이고 사는,
줌 아웃하면 보이지도 않을
작은 점에 불과하지만
몹시도 복잡스러운 사고를 지닌 나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미지의 우주와의 접점은 무엇일지.
벨을 누른다.
버스 문이 열린다.
작은 점은 잠시 머뭇거렸다.
열린 문이 다른 문이기를 바랐다.
시간이 움직이고 있다.
더 이상의 머뭇거림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윽고 작은 점은 어제와 같은 패턴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