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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 Mar 19. 2022

조각 글 28편

진정한 휴식이란? 

내가 걸릴 줄은 몰랐다.

이번 주에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누구나 그렇듯 내가 걸릴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다. 최근 5년 사이에 감염성 질환 걸려본 적이 없기에 '근거 없는 자신감'만 더 높아졌었나 보다. 올해 코로나 확산이 심해지면서 일부러 헬스를 하는 것도 중단하였고. '집 - 직장 - 집 - 직장'만 반복하면서 열심히 노출의 확률을 낮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내 앞자리와 옆자리에 앉은 직원들이 전부 확진되었다. 그들과 밥도 먹고 회의도 했었는데...


월요일 아침, 잠에서 일어났을 때 싸한 기분이 느껴졌다. 침을 삼키는 데 목이 이물감이 있는 기분...? 평소보다 몸이 무거운 기분? 아침에 자가진단 키트를 해보았으나 음성이었다. 그리고 오후가 되니 기침 증상까지 추가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키트를 해봐도 음성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가 아닌 목으로 해보니 너무나도 선명한 두 줄이 나와버렸다. 


이것은 휴식인가, 업무인가?

계획에도 없던 격리가 시작되었다. 근 10년간 앞만 보고 달려오며 쉬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이틀 이상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본 적이 없었다. 집에서 쉬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불안한 기분이 생겨서 무엇인가를 찾아서 해야만 했다. 

'마음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에 '완전한 쉼'을 강조하면서도 '중이 제 머리를 못 깍듯이' 실상 나는 쉴 줄도 모르는 바보가 되었나 보다. 어쩌면 무한 경쟁사회에서 얻은 불치병 중 하나지 않을까...


근래에 과중한 업무와 부담감이 밀려들어와서 나도 쉼에 대한 갈망이 커져갔던 상황이다. 그래서 코로나 덕에 찾아온 뜻밖의 휴식이 살짝 달콤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쉬는 것도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업무를 대체할 인력이 없었기에에 휴가가 아닌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고 시도 때도 없이 메일과 연락이 쏟아졌다. "이렇게 근무할 바엔... 그냥 출근하는 게 낫겠네"   

물론 장점도 있었다. 잠 옷을 입고 일할 수 있다는 것, 8시 55분까지 자고 1분 만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것, 원할 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진정한 휴식은 언제였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정신적인 휴식'을 떠올리면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바로 군대 훈련소였다. 업무적으로 바쁘고 마음의 여유가 없던 시기에 갑작스레 '훈련소 4주 훈련'을 받기 위해 논산으로 떠났었다. 전문 연구요원으로 훈련을 받았기에 같은 소대 사람들은 대부분 나이가 28~31였고, 석사 학위를 마쳤거나 박사학위를 수료받은 사람들이 모였다. 첫 하루 이틀 동안은 서로 신상을 확인하면서 거리를 두고 자유시간에는 책이나  논문을 보면서 지내기도 했었다. 그런데 함께 훈련을 받고 생활을 하면서 금세 가까워졌고 나중에는 사회에서의 일이나 고민은 싹 다 잊었다. 우리는 그보다 '오늘의 메뉴가 뭔지? 군대리아(빵식)는 언제 나오는지?'가 더 중요했고, 주말만 되면 물병 뚜껑을 모아 알까기를 하고 수건을 돌돌 말아 배구도 하며, 마치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놀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무의 경지'를 느끼게 되었다. 사회에서도 나름 멘탈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를 깨닫게 된 계기였다.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해본다. 


휴식을 취할 때 '비워내고 벗어나고 분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많은 직장인들이 휴식을 위해 연차를 내고 여행을 떠나지만 완전히 내려놓지 않고서는 온전한 휴식이 되지 못한다. 너무 편리해진 나머지 스마트폰은 오히려 우리를 괴롭힌다. 이메일 알람, 단톡방, 업무 전화... 


현대인들은 가끔 스마트폰과 거리두기도 필요하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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