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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 Mar 19. 2021

조각 글쓰기 9편

무제

<낚시>

재작년 겨울 중학교 동창 친구와 제주도를 갔었다.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자 차귀도 배낚시를 예약했다. 어릴 적 낚시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었는데, 삼촌을 따라가서 낚싯대를 던졌다가 낚시 줄을 끊어 먹은 이후로는 낚시가 무서웠다. 우연히 제주도 여행 후기를 보다가 낚싯대만 넣으면 고등어가 줄줄이 잡힌다는 소문을 들었고... 그런 믿기지 않는 소리를 꼭 눈으로 보고 싶어 호기심에 예약을 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고등어 회를 좋아하지 않았다. 애초에 비린 생선회를 잘 먹지 못하는 '느끼 병'에 걸려있어 먹으면 구토를 하곤 했다. 그래도 배 위에서 바로 잡아서 먹는 건 다르겠지 생각했다. 약 20명 정도의 인원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15분 정도를 달리다가 배는 바다 위에 멈춰서  닻을 내리고 정박하였다. 선장 아저씨는 낚시를 하는 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셨다. 낚시 줄에는 4개 정도의 바늘이 갈고리처럼 달려있었고, 거기에 작은 새우을 꽂고 바다에 던지고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입질이 오면 열심히 줄을 당기고 고등어를 빼면 끝이다. '에이 말이 쉽지...' 그리고 나는 열심히 새우를 끼고 낚싯대를 던졌다. 던지고 10초도 지나지 않아, 엄청난 힘이 낚싯대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 낚싯대를 힘으로 당기기 시작했다. 열심히 밀당을 하면서 끌어올린 결과, 한 번에 4마리의 고등어가 잡혔다. 하... 이 맛으로 낚시를 하는구나? 나는 신나게 낚시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20분 동안 20마리가 넘은 고등어를 잡았다. 중간에 선장 아저씨가 즉석으로 고등어 회를 떠주셨는데... 초고추장에 찍어먹었을 뿐인데 살면서 먹은 가장 맛있는 회였다. 그 뒤로 나는 비린 생선도 잘 먹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 제주도를 간다. 이번에도 같은 선장님네로 예약을 했는데... 하필 풍랑주의보가 발효된다는데 과연 나는 낚시를 할 수 있을까?



<친구의 전역>

고등학교부터 지금까지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가 내일 군대 전역을 한다. 지금 전역을 하는 이유는 군대를 너무 늦은 나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그래도 장군차 운전병으로 빠져서 편해 보이긴 했는데, 본인보다 8~10살 어린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욕을 먹으니 군 생활 내내 상당히 힘들어했다. 늘 전화 와서 징징거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전역한다니 새삼 시간이 빠름을 체감한다. 이 친구도 나처럼 20대 시절을 힘들게 보냈었다. 나보다 잘 안 풀렸던 케이스였다. 수능은 재수에 반수까지 총 3년을 준비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CPA (회계사 시험)을 준비한다고 4년의 시간을 쓰고 3번이나 낙방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자니 매 순간이 고난이 이었고 시험을 계속 준비해야 할지 군대를 가야 할지 늘 갈등 속에 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멘털을 유지해가며 열심히 공부를 하곤 했다. 그래도 이 친구는 오랜 기간 고시생이면서도 나를 불편해하거나 자격지심을 갖지 않았다. 덕분에 나도 편했고 자주 만나다 보니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결국 4년 만에 회계사를 합격하고 1년 정도 회계법인에서 근무를 하다가 군대를 들어가게 된 것이다. 20대를 송두리째 날려버린 것 같아 안쓰럽기는 하지만, 이제 정말 미뤄왔던 군대까지 해결했으니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꿈꿔보라고 응원하였다. 코로나 때문에 작년부터 휴가를 못써 오랜만에 사회에 나오는 것이다. 내일 전역이라 술을 한잔하자는데, 나는 제주도 간다. 미안.



<타이레놀과 부루펜, 신생아>

급하게 아이 엄마가 약국에 찾아왔다. 다급한 목소리로 아이가 열이 너무 높다고 했다. 아침에 해열제를 복용했는데도 열이 내려가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해열제를 달라고 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해열제 교차 복용에 하면 된다던데 다른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아이의 나이를 물었다. 생후 5개월이라고 한다. 체온이 몇 도인지 물었는데,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해열제 교차 복용에 관한 내용은 타이레놀 성분/이부프로펜 혹은 덱시부프로펜 성분 중에 타이레놀 -> 이부프로펜 또는 타이레놀 -> 덱시부프로펜으로만 (열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2~3시간 간격으로 교차 복용하는 방법이 있다. 간혹 정보를 잘못 듣고 타이레놀 -> 타이레놀 혹은 이부프로펜 -> 덱시부프로펜으로 교차 복용하게 되면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 또한, 타이레놀은 생후 4개월부터 복용이 가능하고, 부루펜 성분은 생후 6개월부터 사용이 가능한데, 그 이유는 부루펜 성분은 위장장애가 심하고, 신장독성이 있을 수 있어 신장 발달이 덜 된 아이에게는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후 5개월인 아이에게는 타이레놀 해열제만 4시간 간격으로 복용하며, 미온수 마사지와 수분 섭취를 통해 체온을 낮추는 방법을 추천하였다. 38도 이상의 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된다면, 감염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신속히 응급실을 방문하라고 알려주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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