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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Oct 12. 2021

열네 번째 발걸음

레드불 라이프치히 감독 제시 마쉬를 만나러 가다

일요일 일을 마치고 라이프치히행 저녁 기차에 올랐다. 라이프치히에는 월요일 새벽에 도착할 예정이다. 기차표를 애매할 당시에도 편한 게 가지는 못 하겠구나라고 예상했다. 기차 의자가 불편해도 밀려오는 피곤함은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 

창가 너머로 다시 해는 떠오르고 어느덧 라이프치히에 도착을 했다. 예약해둔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기에는 이른 시간 ,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바로 레드불 훈련장을 찾아갔다. 7시 10분 아직 출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혼자 훈련장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감독과 선수들이 출근할 것만 같은 입구를 발견했다. 시간이 지나자 레드불 라이프치히 트레이닝 복을 입은 직원들이 한 두 명씩 출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내가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는 팬으로 생각했는지 오늘과 내일은 훈련이 없어서 선수들이 나오지 않을 거라 일러주었다. 친절하게 일러준 그들에게 혹시 제시 감독은 출근하냐고 반문하자 그런 모르겠다고 말해 주었다. 모든 직원들이 출근을 마친 11시 끝내 제시를 만나지 못하고 게스트하우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라이프치히에 3일을 있을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첫째 날을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전날과 동일하게 잠에서 깨는 대로 간식거리와 물을 챙겨 레드불 훈련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전날 만났던 직원들은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해 주었고, 새로 만난 직원들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친절하게 오늘 훈련이 없고, 내일 공개 훈련이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 주었다. 독일 남부건 서부건 간에 날씨가 변화무쌍 한건 다를 바 없다. 게스트하우스를 나올 때만 해도 햇볕이 쨍쨍했었는데, 어느덧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한 두 방울씩 빗방울일 떨어지기 시작했다. 빗 줄기는 점점 굵어져만 갔다. 입구 옆 나무 밑에서 겨우 가랑비를 피했건만, 굵은 빗 줄기는 당해 내지 못 한다. 통 유리로 된 사무실 처마 밑으로 몸을 옮겼다. 10시 아직 제시가 출근했는지 안 했는지, 아니면 출근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과연 이 기다림이 의미 있는 기다림일까?’란 생각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내일 공개 훈련을 기약하며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통 유리로 된 사무실 옆을 지나는데 통 유리 속 제시가 보였다. 그는 전술 코치로 보이는 직원과 함께 전술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 자리에서 멈춰져 버린 나의 발걸음.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가 몰래 발견해 부끄러워 얼른 담 뒤로 숨어 버리는 아이처럼, 나 또한 발걸음을 뒤로 재 빠르게 옮겼다.


나의 목적, 목표가 유리 너머로 있다. '어떻게 해야 될까?' 란 생각에 그곳에 계속 머물면서 종종걸음을 했다. 제시는 여전히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머리에는 같은 생각뿐이다. 유리창 너머로 제시가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누군가 제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뿐이다. 훈련장 차 나오는 입구로 자리를 옮겨 제시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삼십 분 정도 지났나? 제시가 차를 가지고 나왔다. 제시가 나를 보자 창문을 내리면서 좋지 않은 표정으로 “내가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독일어로 물었다. 나는 2년 전 잘츠에서 몇 번 당신을 만난 사람이라고 소개 하자, 제시 얼굴이 펴지면서 왼손으로 주먹을 내밀었다. 제시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속으로 수십 번 연습했던 문장들 내가 여기 온 목적을 말하고, 내 이력서를 내밀었다. 제시는 고맙다고 말하고, 한번 살펴보고 메일로 답장을 주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직원들이 너무 많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수십 번 이력서를 보내고 메일을 보내 봐도 답장을 받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그러다 보니 내 메일이 이력서가 감독에게 전달되었을지가 궁금했다. 가능성이 많이 낮다는 걸 알지만, 난 직접 전달해 주기해 위해 라이프치히에 왔다. 한데 이틀 만에 일을 해내 버렸다. 답장이 오지 않는 건 나에게 통상적인 것 이기 때문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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