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자전거 여행
4월 7일.
역시나 많은 독일인들이 부활절 연휴를 즐기려고 뮌헨 밖으로 나간다. 그중 자전거로 여행하는 사람은 나 혼자인 것 같다. 눈/비가 내리고 있는 눈 덮인 알프스 산을 바라보며 페달을 밟는다.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비 구름을 피해 첫 번째 캠핑장에 도착했다. 캠핑카를 가지고 부활절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자전거와 텐트를 가지고 온 사람은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혼자다. 따뜻 물로 샤워를 하니 몸에 온기가 돌아왔다. 저녁은 따뜻한 국물이 있는 라면으로 해결하기 위해 물을 끓이고 라면을 냄비에 넣는 순간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급하게 버너를 텐트 안으로 옮겨 텐트 안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비도 내리고, 추워 나갈 수 없어 따뜻한 침낭 속으로 몸을 집어넣고 멍하니 비가 떨어지는 텐트 천장만 바라본다.
한 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빗소리가 커지고, 비와 눈 그 사이의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로 바뀌었다. 첫날밤인데 살아 남길 빌며 잠에 들었다.
4월 8일.
우중속에서 똑같은 산을 두 번이나 넘었다. 차도가 아닌 아직 눈이 완전히 녹지 않은 오프로드를 선택하여 산을 넘기로 했다. 도로가 포장되어 있지 않아 자전거 타기에는 그렇게 좋은 길이라 할 수 없다. 끌바를 하며 겨우 정상에 다다르고 나서, 기쁨의 순간을 단것으로 축복하며 휴식을 취하고 차도로 차와 함께 내리막을 내리 달려 내려갔다. 비바람이 레인재킷을 뚤코 내 맨몸을 사정없이 때리는 것 같았다. 추위를 꼭 참으며 내리막 길 끝에서 다시 자전거를 위한 길을 찾기 위해 샛길로 빠졌다. 펼쳐지는 익숙한 풍경, 어디서 본 듯 한 풍경이 이어지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가 역시나였다. 그렇게 힘들게 올라간 오르막을 같은 방향으로 내려왔던 것이다. 후~~ 자동차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차도로 달리기로 선택하고 다시 산으로 향했다.
4월 9일.
생각보다 추위 속에서 잘 잤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잠이 들어 6시까지 중간에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고, 1시간 정도 침낭 안에서 뒹굴거리다 텐트 밖으로 나왔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는 아침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구름에 가려진 해와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깜 싸고 사라 졌다 다시 찾아온다. 여유로운 아침은 개뿔 추위에 쫓겨 아침을 시작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우중 사이클을 하지 않은 예정이다. 하지만 오늘 저녁은 지난 이틀 저녁보다 더 추운 -2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하~~ 더 이상 추위 속에서 자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인스브루크만 보고 기차로 뮌헨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인스브루크에 11시쯤 경 도착할 무렵 구름은 천천히 걷히고 푸른 하늘이 나오기 시작했다. 3일 동안 애타게 기다렸던 따뜻한 봄 햇볕이 도시 아래로, 눈 덮인 산 아래로 내려와 근사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게 몇 장에 사진을 찍고 이번 여행을 최종 정착지 었던 인스브루크를 떠났다.
이번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면서 최근 가지고 있는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자연을 즐기며, 여유롭게 책을 읽으려고 했다. 두 번째가 되는 날 겨우 책 한 두장을 넘겨 보았고, 추위 덕분에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밥 먹고 추위를 피해 침낭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덕분에 복잡한 생각들은 그대로 머릿속에 둔 채 잠에 들었다.
그래도 극한의 추위는 나에게 엄청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