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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8일

by June gyu

Hertha를 보기 위해 — 아니, 정확히 말하면 Hertha가 잠든 곳을 보기 위해 Immenstadt를 방문했다. 지난달 19일,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8시에 회사에 도착했을 때 Günter로부터 Hertha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자전거 여행을 통해 이어진 소중한 인연이었고, 독일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가깝게 지내던 분들이었기에, 할머니의 부고 소식은 그날 하루 종일 내 마음을 심숭생숭하고 허탈하게 만들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Hertha는 건강하셨고, 함께 늦은 저녁을 먹으며 올해 여행 계획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고, 그 기대에 들뜬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내심, 2025년 크리스마스에 다시 찾아가 올해 여행 이야기를 듣게 될 거라 믿었는데, 2월 19일 이렇게 갑작스럽게 부고 소식을 듣게 되었다. 벌써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할아버지와 나 둘만 저녁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이상했고,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꾹 참고 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오늘, 할머니의 묘를 방문하러 간다. 빈손으로 가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꽃을 사기 위해 마트에 들렀다. 마트에는 나 외에도 꽃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알고 보니 오늘이 국제 여성의 날이었다. 꽃을 고르고 계산대 앞에 서 있을 때 몇몇 사람들이 내게 눈웃음을 건넸고, 한 남성은 "Viel Erfolg(행운을 빌어요)"이라며 말을 건넸다.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하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Immenstadt에 도착해서는 Hertha가 어떤 사유로 돌아가셨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Immenstadt 병원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암을 Kempten 병원에서 발견했고, 입원 후 7주 만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러니까, 암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거의 말기였던 셈이다.


Günter의 눈에는 여전히 슬픔이 가득했고, 분위기를 바꿔보려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 보았지만, 그의 눈엔 이내 다시 슬픈 눈빛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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