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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일

by June gyu

책을 다 읽고 출근 준비를 마친 뒤,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기 위해 지하실로 내려갔다. 내가 늘 자전거를 세워 두는 자리에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바퀴에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순간 당황한 채로, 혹시나 해서 예전에 사용하던 비밀번호를 몇 가지 입력해 봤지만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평소에 지하실에 자전거를 둘 때는 굳이 자물쇠를 잠그지 않던 터라, 누군가 내가 풀어둔 자물쇠를 건드렸거나, 혹은 실수로 비밀번호가 바뀌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로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다행히 예전에 쓰던 다른 자전거가 있어서 출근은 할 수 있었지만,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마음속으로는 '뭐, 그럴 수도 있지', '별일 아니야', '화내지 말고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흥분한 마음을 완전히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회사에 도착해서는 혹시 내가 자전거를 세운 방식이나 위치 때문에 불편을 겪은 이웃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웃들에게 남길 문구를 프린트하고, 퇴근길에는 사과의 의미로 초콜릿도 함께 사기로 마음먹었다. 퇴근 후엔 이웃 몇몇 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지만, 다들 자신이 그런 일을 한 건 아니라고 했다. 일단 입구에 정중한 문구를 붙여 두고, 운동을 다녀온 뒤 저녁을 먹으며 자물쇠 푸는 방법에 대한 영상을 하나하나 찾아봤다.


그러다 문득, 내가 예전에 자주 사용하던 비밀번호가 떠올라 다시 한 번만 시도해 보자 싶어 내려갔는데, 자물쇠가 그대로 ‘찰칵’ 열렸다. 그 순간, 허탈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결국 누군가 자물쇠를 잠근 게 아니라, 내가 잠가놓고선 잊어버린 것이었다. 하루 종일 추리소설처럼 이웃을 의심하고, 조심스레 사과할 준비까지 했는데 말이다. 괜히 범인을 찾아다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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