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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30일

이사

by June gyu

2021년, 코로나의 여파로 뮌헨에 빈 방이 넘쳐나던 시기, 나는 뮌헨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올림픽 공원 옆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회사와 가까운 데다 월세도 뮌헨치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저렴했다. 물론 나를 포함해 일곱 명이 함께 살아야 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그때는 그랬다.


그렇게 어느덧 그 집에서 4년을 넘게 살았다. 그 사이 직장을 두 번이나 옮겼고, 나이도 자연스럽게 네 살 더 먹었다. 2년 전쯤부터는 '이제는 나가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적당한 집을 찾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생기면 같이 이사하는 게 낫겠다’는 다소 희망적인 계획을 품고는 그냥 그렇게 2년을 흘려보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올해 초, 여자친구는 당분간 무리겠다 싶어 이번엔 진지하게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 5개월간 네 번 정도 집을 보러 갔지만, 사진보다 실물이 못하거나, 괜찮은 집은 결국 집주인이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던 5월 초, 동료가 조언을 하나 해줬다. “혼자 사는 집 말고, 집에 자주 없는 사람과 함께 사는 건 어때?”
의외였지만 괜찮은 생각 같았다. 그렇게 방향을 바꿔봤고, 운 좋게도 5월 말, 조건에 딱 맞는 집을 찾게 되었다.


7월 1일 입주 계약이었지만, 같이 사는 친구가 일주일에 이틀만 뮌헨에 머문다기에, 미리 키를 받고 6월 말부터 짐을 조금씩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모든 짐을 다 옮겼다. 작은 방에서 살았던 것 치고는 참 많은 잡동사니들이 있었다. 아무리 정리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엔 지쳐서 그냥 일단 박스째로 쑤셔 넣고, 나중에 새로 가구를 들인 뒤에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서야 조금은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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