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더운 날이었다. 수업은 평소보다 빨리 끝났지만, 더위와 함께 몰려온 피곤함이 몸을 눌러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베를린의 지하철에는 에어컨이 거의 없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그 틈으로 들어오는 건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바깥의 뜨거운 공기뿐이었다. 차라리 창문을 닫아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순간, 문득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졌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늘 더운 날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만 찾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갈증과 피곤함이 겹쳐서인지, 차가운 얼음이 든 커피가 간절히 떠올랐다. 집 근처의 작은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작은 쿠키를 주문했다.
커피 맛이 괜찮은 곳이라 그런지, 얼음이 녹아 스며든 그 차가운 아메리카노의 맛은 의외로 훌륭했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아, 이래서 그렇게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마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날 저녁, 오랜 습관대로 오전에만 커피를 마셔왔던 몸은 새로운 자극에 익숙하지 않았다. 시원하게 마신 한 잔 덕분에 갈증은 해소되었지만, 늦은 밤까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