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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3일

by June gyu

무지하게 더운 날이었다. 수업은 평소보다 빨리 끝났지만, 더위와 함께 몰려온 피곤함이 몸을 눌러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베를린의 지하철에는 에어컨이 거의 없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그 틈으로 들어오는 건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바깥의 뜨거운 공기뿐이었다. 차라리 창문을 닫아두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순간, 문득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졌다.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는 늘 더운 날에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만 찾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갈증과 피곤함이 겹쳐서인지, 차가운 얼음이 든 커피가 간절히 떠올랐다. 집 근처의 작은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작은 쿠키를 주문했다.


커피 맛이 괜찮은 곳이라 그런지, 얼음이 녹아 스며든 그 차가운 아메리카노의 맛은 의외로 훌륭했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아, 이래서 그렇게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 마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날 저녁, 오랜 습관대로 오전에만 커피를 마셔왔던 몸은 새로운 자극에 익숙하지 않았다. 시원하게 마신 한 잔 덕분에 갈증은 해소되었지만, 늦은 밤까지 쉽게 잠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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